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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민 태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중인 '칸라이언즈 서울'에서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클라이언트 포지션에서 프로젝트를 리드할 때는 붓을 들지 마시고 나침반을 드시는 게 좋습니다. 붓은 디자이너에게 믿고 맡기는 거죠."
안창민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 태도 대표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칸라이언즈 서울 2026' 연단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가 결과물을 직접 설계하기보다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디자이너가 전문성을 발휘할 협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약 10년간 디자인 회사를 운영해 온 안 대표는 "작업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소통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 때가 꽤 많다"며 "클라이언트도 원하는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 등 디자이너와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자인은 생각보다 예술에 가깝지 않다. 디자인은 일이고 업무"라며 "프로젝트 범위와 목표, 반드시 조심해야 할 것들은 러프하게라도 작성해서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디자이너를 정한 뒤에는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러 사람이 각자의 취향을 보태는 방식에 대해서는 "다수결은 굉장히 좋지 않은 선택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로젝트에 큰 관심이 없고 절실하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이 와서 자기 의견을 툭툭 던지고 가는 구조"라며 "이 프로젝트에 더 많이 관여하고 밤낮없이 고민한 사람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구조를 만드는 게 좋다"고 전했다.
최종 결정권자가 따로 있다면 이를 디자이너에게 처음부터 공개하고 피드백 역시 가공하지 않고 전달해야 한다며 "망설일 필요도 없고 돌려 말할 필요도 없고 미안해할 필요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다양한 요구를 모두 반영하다 결과물의 선명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충분히 시원한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만들어졌는데 '차가운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어떡하죠' 해서 뜨거운 물을 조금 섞는 경우가 있다"며 "그렇게 미지근한 아메리카노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뾰족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대 지점을 과감하게 포기해야 되는 순간들이 있다"며 "따뜻한 걸 만들 때는 따뜻한 방향으로, 차가운 걸 만들 때는 차가운 방향으로 피드백해야 결과물에 조금 더 날이 선다"고 했다.
클라이언트가 구체적인 디자인 해법까지 직접 정하는 방식도 경계했다. "우리가 아파서 약국에 가면 내가 어디가 아픈지는 제일 잘 알지만 직접 조제하거나 처방하지는 않는다"며 "디자인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디자이너 역시 요구를 단순 지시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안에 숨어 있는 니즈를 발견하고 내가 지키고 싶은 완성도를 해치지 않는 다른 해결책을 제시해 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20개를 보고 결정했다고 해서 디자이너를 잘 활용한 게 아니다. 결국 시장에 나가는 최종 결과물은 딱 하나"라며 "방향성을 빨리 정한 다음 남는 시간을 디자이너가 완성도에 올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디자이너들은 방향성이 정해졌다고 해서 작업을 느슨하게 하지 않는다"며 "컬러나 타이포, 디자인 요소를 수십, 수백 번 고쳐보고 트라이하면서 완성도를 계속 올려나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완성도는 굉장히 정직하게 올라간다. 내가 투자한 만큼 올라간다"며 "디자이너의 시간을 완성도를 올리는 데 쓰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안 대표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 실제 시장 반응까지 공유하면 디자이너가 해당 프로젝트를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에는 이 모든 게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디자이너들도 클라이언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노력하고, 조금 더 좋은 협업 파트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해서 한국에서 멋있는 디자인, 인상적인 크리에이티브가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