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욱 TWBA코리아 Executive Creative Director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중인 '칸라이언즈 서울'에서 'AI 시대를 마주하는 크리에이터의 자세'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인공지능(AI)이 웬만한 콘텐츠를 '딸깍' 한 번으로 만들어내는 시대, 오히려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덕후'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AI가 평균적인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낼수록 남들과 다른 취향과 경험이 콘텐츠의 경쟁력이 될 수 있어서다.
유병욱 TBWA코리아 Executive Creative Director(ECD)는 17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칸라이언즈 서울 2026' 연단에 올라 "AI는 기본값"이라며 "AI에만 의존한 결과물은 평균에 머문다"고 말했다.
카피라이터로 광고 일을 시작한 유 ECD는 아시아나항공의 '누군가의 세상이 타고있다' 캠페인으로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두 개의 대상을, 시디즈의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 캠페인으로 Effie Korea Awards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인물이다.
유 ECD가 주목한 점은 AI 콘텐츠의 평균화다. AI를 활용하면 촬영 비용과 로케이션 촬영을 줄이고 촬영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시안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반대로 차별화는 어려워졌다.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웬만한 완성도만으로는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유 ECD는 이를 "AI 시대, 어중간은 필멸"이라고 표현했다.
▲ 유병욱 TWBA코리아 Executive Creative Director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중인 '칸라이언즈 서울'에서 'AI 시대를 마주하는 크리에이터의 자세'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차별화할 수 있을까. 유 ECD가 제시한 답은 "맨들맨들한 AI의 것 사이에서 까끌까끌한 인간의 것"이다.
완벽하게 정제된 이미지와 영상이 넘쳐날수록 인간의 불완전함과 취향, 위트, 아날로그 감각이 오히려 강력한 차별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촬영 현장에서 흔히 하는 말인 "진짜는 이길 수 없다"는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유 ECD는 특정 대상이나 분야를 오랫동안 파고드는 '덕후'에 주목했다. 그는 "한 분야에 대한 깊은 경험과 취향, 남들이 지나치는 것을 발견하는 집요함은 AI가 만들어내는 평균적인 결과물과 다른 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동안, 특정 분야를 직접 경험하고 깊이 이해한 사람은 자신만의 관점과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AI 시대에 '덕후'가 가진 힘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이성복 칸라이언즈 서울 대표도 개회사에서 "AI가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적인 것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칸라이언즈 출품작의 약 40%가 AI를 활용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올해로 31회를 맞은 칸라이언즈 서울은 기업 마케터와 홍보·크리에이티브·미디어 종사자, 대학생 등이 참여해 칸라이언즈 주요 수상작과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의 흐름을 공유하는 행사다. 행사는 오는 18일까지 사흘 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