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중대한 예상 밖 이상반응 보고 없어" … 실제 시험약 투여 인원은 비공개동물실험 불리한 결과 누락 뒤 사람 대상 임상 … 사후 안전관리도 들여다봐야로타쉴드, 허가 후 희귀 안전성 신호 포착 사례 … "국가 차원서 장기대책 필요"
  •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채택됐다. 하지만 제넨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 공방으로만 끝날 사안이 아니다. 실제 임상에 참여한 93명의 사후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승인 과정에 정치권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문제와 별개로 비임상시험에서 불리한 결과가 빠진 자료가 제출된 뒤 사람 대상 임상까지 진행된 만큼 당시 참여자들에게 이상징후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기존 안전성 자료를 다시 살펴보고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사청문회를 포함해 일련의 제넨셀 청탁 의혹 논란을 종합하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 임상시험은 2022년 국내에서 총 9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국내 3개 기관에서 총 93명을 대상으로 임상이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93명 모두가 ES16001을 투여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시 2상 임상은 ES16001 480㎎·720㎎·960㎎ 투여군과 위약군을 두는 무작위배정·위약대조 방식으로 설계됐다. 공개된 임상시험 등록자료에도 위약군이 포함돼 있다. 실제 ES16001 투여 인원과 군별 배정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현재까지 이들 임상시험 대상자 가운데 '중대하고 예상하지 못한 약물이상반응 의심사례(SUSAR)'가 보고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SUSAR가 없다는 것이 모든 종류의 이상반응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적인 이상사례와 약물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반응, 입원이나 장애 등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이상사례 등은 별도로 살펴볼 영역이다. 식약처 역시 SUSAR 이외의 이상반응 발현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다.

    ◆ 동물실험 자료 누락 뒤 사람에게 임상

    사후 안전관리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배경에는 ES16001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드러난 비임상시험 자료 문제가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1심 판결 등에 따르면 제넨셀이 2021년 코로나19에 감염된 햄스터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 과정에서 고용량 투여군 5마리 가운데 1마리가 약물 역류와 토혈 증상을 보인 뒤 폐사했고, 살아남은 개체에서도 폐 비대증 등 이상 소견이 관찰됐다. 그러나 식약처에 제출된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1심 법원은 제넨셀 설립자인 강세찬 교수의 위계공무집행방해·약사법 위반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강 교수 측은 해당 시험이 안전성 시험이 아닌 유효성 시험이었고 햄스터 폐사가 시험약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제넨셀은 2021년 9월23일 ES16001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식약처는 같은 달 30일 보완을 요구했고,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 후보자가 10월12일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관련 민원을 전달했다. 제넨셀은 10월18일 최종 보완자료를 제출했고 22일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26일 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의 요청이 임상시험 승인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 측은 심사 기준 완화나 절차 생략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공익적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후보자의 연락으로 심사 순서나 기준이 변경됐다는 근거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임상시험 승인 과정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과 이미 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투약 이후 새로운 부작용이 뒤늦게 나타날 가능성 자체는 낮다고 전제하면서도 비임상시험에서 폐 관련 이상 소견이 나타났던 만큼 당시 93명의 임상자료에서 폐 관련 이상반응이 있었는지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자체가 폐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어서 당시 질환 악화와 시험약 관련 이상반응을 구분하기 어려웠을 가능성도 짚었다.

    이는 막연히 새로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키워 볼 문제가 아니라 비임상 단계에서 누락됐던 정보까지 반영해 이미 확보된 임상 안전성 자료를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 임상서 안 보였던 위험, 실제 사용 뒤 포착되기도

    임상시험 단계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안전성 문제가 실제 사용이 확대된 이후 확인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쉴드(RotaShield)'다.

    로타쉴드는 1998년 미국에서 허가돼 영아 예방접종에 사용됐다. 허가 전 임상시험에서는 장중첩증이 백신 투여군 1만54명 가운데 5명, 위약군 4633명 가운데 1명에서 발생했지만 두 군의 차이는 당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인과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허가 후 실제 접종이 확대되면서 장중첩증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99년 7월 백신 사용 중단을 권고했고 이후 조사에서 특히 첫 접종 후 1~2주 사이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같은 해 10월 접종 권고를 철회했고 제조사도 제품을 자발적으로 시장에서 철수시켰다.

    로타쉴드는 수년이 흐른 뒤 갑자기 장기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가 아니다. 제한된 규모의 허가 전 시험에서 명확하게 포착되지 않았던 드문 안전성 신호가 실제 사용과 사후 감시 과정에서 확인된 사례라는 데 의미가 있다.

    임상시험 단계에서 특별한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이후 안전성 감시의 필요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위원장은 "약물은 임상시험 당시 문제가 없었다고 해서 안전성 확인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로타바이러스 백신도 사용 이후 장중첩증 문제가 확인돼 결국 접종 권고가 철회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넨셀 역시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된 만큼 장기적으로 이상반응이 발생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뒤늦게 비임상시험 자료 문제가 드러난 만큼 국가가 임상 참여자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끝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넨셀 사안을 둘러싼 논란은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누가 누구에게 어떤 요청을 했는지를 가리는 데서 끝나선 안 된다는 의미다.

    정치적 공방이 일단락된다고 해도 93명의 임상 참여자에게 어떤 이상반응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비임상시험에서 문제가 됐던 폐 관련 이상징후는 없었는지, 임상 종료 이후 안전성 관리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정부가 책임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