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파격·감정, 기계는 맥락·설명에 반응…공통분모는 고유자산·카테고리 진입점딥페이크 시대의 생존법…효능 주장 대신 증거 제시, 매장서 이틀 재워 잠꼬대 90시간 확보규제가 혁신 촉매…발기부전 언급 못해 우회 광고로 이커머스 방문 1.5배 증가
-
- ▲ 에드 팽크(Ed Pank) LIONS APAC SVP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중인 2026 칸라이언즈서울에서 'Cannes Lions Deconstructed'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올해 31회를 맞은 '칸라이언즈 서울'은 국내 최대 규모의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로, 매년 6월 프랑스 칸에서 시상되는 주요 수상작과 세미나 콘텐츠를 한국에서 상영하고 공유하는 자리다. ⓒ서성진 기자
"우리를 그냥 믿어달라고 말하고 있는가, 왜 믿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가."18일 '2026 칸 라이언즈 서울'에서 Ed Pank Lions APAC SVP가 객석에 던진 질문이다. 신뢰가 희소해진 시대에 광고가 받아든 과제다.◆ 사람이 좋다는 광고, 기계는 고르지 않았다올해 칸라이언즈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는 예상대로 AI였다. 기계의 창의성과 사람의 창의성 사이의 긴장을 둘러싼 논의는 올해도 이어졌다. 다만 AI를 보는 시각이 한층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활용 태도에서도 자신감이 확인됐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근거로는 해외 경영대학원과 리서치 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가 소개됐다. 사람이 매긴 창의성 평가와 거대언어모델(LLM)이 매긴 평가 사이에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는 내용이다.광고주가 상대해야 할 관객이 둘로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에게 더 잘 가닿는 크리에이티브와 기계가 더 높게 평가하는 작업물이 갈릴 때 무엇을 택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발표자는 칸에서 진행했던 실험을 현장에서도 재현했다. 두 편의 영상을 보여준 뒤 참석자들에게 선호하는 쪽에 손을 들게 하는, 사람과 기계를 가려내는 리캡처 방식의 실험이다. 그는 A를 고른 참석자에게 "인간일 가능성이 더 높다", B를 고른 참석자에게 "로봇에 조금 더 가깝다"고 했다.연구 결과는 이렇다. 사람은 파격성과 스토리텔링, 감정에 반응했다. 반면 기계는 설명과 맥락, 영향력을 봤다. 겹친 지점은 브랜드 고유자산(DBA)과 소비자가 상품을 떠올리는 상황인 카테고리 진입점(CEP) 두 가지였다.이와 관련해 해외 경영대학원과 리서치 에이전시가 공동으로 진행한 발표가 소개됐다. 사람이 크리에이티브를 평가한 결과와 거대언어모델(LLM)이 평가한 결과 사이에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는 내용이다. 두 평가의 상관관계가 사실상 확인되지 않았다. -
- ▲ 에드 팽크(Ed Pank) LIONS APAC SVP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중인 2026 칸라이언즈서울에서 'Cannes Lions Deconstructed'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올해 31회를 맞은 '칸라이언즈 서울'은 국내 최대 규모의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로, 매년 6월 프랑스 칸에서 시상되는 주요 수상작과 세미나 콘텐츠를 한국에서 상영하고 공유하는 자리다. ⓒ서성진 기자
◆ "증거를 보여달라" … 잠꼬대 90시간이 만든 리뷰첫 번째 주제는 주장의 근거를 보여달라는 '쇼 더 리시트(Show the receipts)'였다. 합성 콘텐츠와 딥페이크가 늘어날수록 소비자와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제품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캠페인이 다수 등장했다.한 가구 브랜드는 매장에서 이틀 동안 사람들을 실제로 재운 뒤 90시간 분량의 잠꼬대를 확보했다. 크리에이티브팀은 인터뷰에서 누구도 진위를 의심하지 않을 사람의 실제 리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침투율이 5%포인트 올랐다. 침투율은 전체 소비자 가운데 해당 브랜드를 한 번이라도 구매한 비율을 뜻한다.이 브랜드의 마케팅 책임자는 매년 집중하는 포인트가 있다며 올해 콘셉트로 '완전한 수면 솔루션'을 제시했다. 침대와 매트리스 등에 초점을 맞춘 4개 캠페인을 집행했고, 이를 통해 머신러닝이 방대한 콘텐츠를 흡수·평가하고 그 결과가 제품 추천까지 이어지도록 설계했다.발표자는 AI 검색·추천에서의 노출, 이른바 AI 가시성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63%가 브랜드 에퀴티라는 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브랜드 에퀴티는 브랜드가 축적해 온 가치와 영향력을 뜻한다. 그는 이 차트가 올해 칸에서 가장 많이 촬영된 화면이라며 결과를 긍정적으로 봤다고 했다.◆ 규제가 만든 혁신…발기부전 대신 '오래가는 배터리'모든 카테고리에 같은 공식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규제가 강한 헬스케어와 제약이 대표적이다. 제약 부문 심사위원은 오히려 규제가 혁신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됐다고 평가했다.사례로는 제약 부문에서 수상한 오길비의 비아그라 캠페인이 제시됐다. 중국에서는 발기부전을 소비자에게 직접 언급하는 것이 불법이다. 제작진은 발기부전을 말하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을 찾았고, 약과 무관한 '오래가는 배터리' 같은 제품을 별도로 만들어 효능을 우회해 표현했다. 이 캠페인으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방문은 1.5배 늘었다.발표자는 "신뢰가 부족해진 시대에 우리를 그냥 믿어달라고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왜 믿어야 하는지를 직접 보여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객석에 던졌다.두 번째 주제는 묘하게 기억에 남는 것, 브랜드가 새로운 맥락에서 어떻게 차별화하고 자산을 구축하느냐였다.출발점은 일관성이다. 매번 다른 집행을 하는 것은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라 비용만 더 드는 캠페인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일관성만 강조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반복이 된다는 점이다.호주 통신사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이자 지난해 그랑프리 수상자는 고유한 브랜드 자산을 늘 사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고유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저 반복되는 자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방식을 되풀이하기보다 새로운 맥락에서 어떻게 진화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이를 잘하는 브랜드로는 하인즈가 꼽혔다. 하인즈는 올해 그랑프리를 받았고, 감자튀김 포장 용기에 케첩 상자를 결합한 캠페인으로 다이렉트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고유한 브랜드 자산을 유지하면서도 매번 이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
- ▲ 에드 팽크(Ed Pank) LIONS APAC SVP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중인 2026 칸라이언즈서울에서 'Cannes Lions Deconstructed'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올해 31회를 맞은 '칸라이언즈 서울'은 국내 최대 규모의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로, 매년 6월 프랑스 칸에서 시상되는 주요 수상작과 세미나 콘텐츠를 한국에서 상영하고 공유하는 자리다. ⓒ서성진 기자
고유자산을 넓히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사운드가 제시됐다. 올해 오디오·라디오 부문 심사위원장은 오디오의 경계를 확장하는 시도가 크게 주목받았다고 했다.푸에르토리코에서 집행된 캠페인이 사례로 소개됐다. 현지를 떠올리게 하는 코키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브랜드와 현지 소비자를 잇는 지름길로 활용한 작업으로, 올해 오디오·라디오 부문 그랑프리를 받았다.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반응은 98%였고, 소셜미디어 반응은 이전 6개월 대비 30배(3000%) 늘었다.이와 관련해 하이네켄 커뮤니티 디렉터는 의식을 존중하고 문화를 받아들이라고 했다. 여기서 의식은 자동차 문을 열 때 나는 소리처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일상적 행동을, 문화는 코키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받아들인 것을 뜻한다.브랜드 익스피리언스·액티베이션 부문 심사위원장은 뛰어난 작업이 계속 나오는 조건을 묻는 질문에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이 시대에 충실한 것"이라며 미래에만 집중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라고 답했다.◆ 스파이크스 아시아, 내년부터 '라이언즈 아시아'발표 말미에는 아시아 광고제 개편도 공지됐다. 스파이크스 아시아는 내년부터 칸 라이언즈의 아시아 버전인 '라이언즈 아시아'로 개편된다. 현재의 스파이크스 아시아는 없어지고 라이언즈 아시아가 이를 대체한다.행사는 내년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며, 출품 접수는 4월 시작될 예정이다. 발표자는 한국에서도 많은 출품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