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활용법 검증한 '바세린 베리파이드' 소개SNS '바세린 꿀팁'이 신제품으로…소비자 목소리에 집중"목표는 들리는 게 아니라 속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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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콜라스 쿠랑 오길비 싱가포르 CCO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중인 2026 칸라이언즈서울에서 'The Subtle Art of Losing Control'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제가 진행한 최고의 작업은 통제를 내려놓는 순간 시작됐습니다."니콜라스 쿠랑(Nicolas Courant) 오길비(Ogilvy) 싱가포르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는 18일 열린 '칸라이언즈서울 2026'에서 브랜드가 소비자의 반응을 통제하기보다 이들에게 이야기의 주도권을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쿠랑 CCO는 이날 '통제를 내려놓는 기술'을 주제로 강연하며 "소비자들이 브랜드 이야기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이들도 더욱 진정성 있게 브랜드에 응답한다"고 말했다.그는 지나치게 정교하게 관리된 광고를 완벽하게 치장한 방문판매원에 비유했다. 단정한 정장을 입고 멋진 미소와 능숙한 말솜씨를 갖췄더라도 모든 행동이 계획된 것처럼 보이면 오히려 소비자와 거리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쿠랑 CCO는 "광고 일을 하다 보면 바로 그런 영업사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며 "모든 문구와 이미지를 승인하고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지키면 광고주와 법무팀은 만족하지만, 정작 문 뒤에 있는 소비자는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소비자가 하는 말을 진심으로 듣는 일은 두렵다"며 "브랜드가 이야기의 주도권을 일부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마케팅에서는 소비자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꿀팁'에서 신제품을 발견하다대표적인 사례로는 '바세린 베리파이드(Vaseline Verified)' 캠페인을 소개했다. 바세린은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표방했지만,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바세린 꿀팁(Vaseline Hack)'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들이 다양한 활용법을 공유하고 있었다.바세린은 이를 통제하거나 차단하는 대신 직접 검증했다. 가죽 가방 관리부터 피부 마찰 방지, 얼굴에 바세린을 바르고 자는 '슬러깅'까지 소비자가 만든 활용법을 시험한 뒤 효과가 확인된 사례에 '바세린 베리파이드' 인증을 부여했다.쿠랑 CCO는 "대화를 이끌려고 하기보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대화 속으로 뛰어들었다"며 "제품을 다르게 사용하는 사람의 행동에는 브랜드가 알지 못했던 통찰과 수요가 담겨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소비자의 아이디어는 실제 제품으로도 이어졌다. 바세린은 검증된 활용법을 토대로 메이크업 프라이머 겸 하이라이터와 눈썹 고정용 젤을 개발해 선보였다. 제품은 출시 직후 매진됐으며, 아이디어를 제공한 초기 콘텐츠 제작자들과 판매 수익도 공유했다.그는 "소비자를 단순히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트너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말하기보다 듣는 데 집중하면 소비자도 자신이 브랜드를 함께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
- ▲ ⓒ바세린
◇ 캠페인의 관객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소비자에게 캠페인의 역할을 맡긴 또 다른 사례로는 튀니지에서 진행한 투표 독려 캠페인을 들었다. 독재자 벤 알리 정권 붕괴 이후 처음 치러진 자유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이 직접 반응하고 행동하도록 설계했다.그는 "무서웠지만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이야기의 주인공 역할을 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이듬해에는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게 된 튀니지 축구팬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격으로 응원에 참여하도록 했다. 팬들이 앱에서 박수와 함성을 보내면 그 소리가 경기장에 전달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캠페인을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일부가 되도록 했다.쿠랑 CCO는 소비자의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하면 제품의 기능을 넘어 브랜드가 지닌 문화적 의미까지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부모가 등교 전 자녀의 얼굴에 바세린을 발라주는 문화를 예로 들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이를 불편해하지만, 성장한 뒤에는 부모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설명이다.그는 "브랜드가 이런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이어진 문화를 발견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브랜드의 목표는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삶에 속하는 것(The goal is not to be heard. It's to belong)"이라고 말했다.이어 "이제 영업사원은 소비자의 문을 두드릴 필요가 없다"며 "소비자의 문은 이미 열려 있고, 그 집 안에는 브랜드가 함께할 자리도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
- ▲ 니콜라스 쿠랑 오길비 싱가포르 CCO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중인 2026 칸라이언즈서울에서 'The Subtle Art of Losing Control'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