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3.11% 주담대 줄줄이 갱신 … 12.9조 고금리 구간 진입금융채 5년물 4.655%까지 상승, 주담대 금리 한때 7.29%가계신용 2019.8조 사상 최대 … 주담대 연체채권 4년 새 두 배신규 주담대 변동형 68.1% … 고금리 장기화에 상환 부담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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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날 통장에 남는 돈이 갑자기 50만원 줄어든다. 5년 전 3%대 금리로 3억원을 빌린 차주의 월 상환액이 금리 갱신 뒤 128만원에서 178만원으로 뛰면서다. 집도 대출원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1년에 600만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에 미국까지 긴축에 가세하면서 5년 고정기간이 끝나는 저금리 주담대가 줄줄이 고금리 상환 부담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신규 취급한 5년 고정형 주담대는 12조 8875억원에 달한다. 최초 5년간 금리를 고정한 뒤 다시 산정하는 구조여서 저금리 막바지에 집을 산 차주들의 갱신 시점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당시와 지금의 금리 차이는 크다. 2021년 9월 5년 고정형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3.11%였다. 3억원을 30년 원리금균등 방식으로 빌렸다면 월 상환액은 약 128만원이었다. 현재 4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중간 수준인 5.9%를 적용하면 178만원 안팎으로 늘어난다.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지난 15일 7.29%까지 치솟았다.

    ◆ 5년 고정 끝나자 13조 줄줄이 갱신 … 시장금리는 먼저 뛰었다

    차주들이 맞닥뜨린 금리 상승은 한은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그치지 않는다. 고정·혼합형 주담대의 준거가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5일 연 4.655%까지 상승했다. 지난 7월 16일 4.428%와 비교하면 두 달 만에 0.227%포인트 올랐다.

    미국의 긴축 재개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연준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5%선을 넘었다. 국내 시장금리 역시 이 영향을 받는 만큼 한은이 다음달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대출금리가 곧바로 내려간다고 보기 어려운 환경이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도 이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15일 상단이 7.29%까지 올랐다가 NH농협은행이 금리를 낮추면서 16일 연 4.95~6.91%를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하단은 0.23%포인트, 상단은 0.35%포인트 높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8월 3.18%로 전월과 같았지만 잔액 기준은 3.00%에서 3.05%로 0.05%포인트 상승했다.

    저금리 시절 고정형을 선택해 금리 상승을 피해왔던 차주에게는 이제부터가 고비다. 올해 갱신되는 물량을 시작으로 2021~2022년 취급된 대출의 재산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리 충격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대신 수년간 시차를 두고 가계의 원리금 부담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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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빚 2019조인데 변동형 68% … 연체도 먼저 불어났다

    버틸 수 있는 여력은 넉넉하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신용은 2019조 8000억원으로 석 달 새 25조 9000억원 늘었다. 주담대 연체채권은 2022년 말 1조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 2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불었다. 대출 잔액이 커지는 동안 연체까지 증가한 상황에서 기존 대출의 금리 재산정이 겹치는 셈이다.

    새로 빚을 내는 차주도 금리 상승에 취약한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7월 신규 주담대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68.1%로 2014년 2월 이후 1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했다. 당장 고정형보다 낮은 금리를 택한 차주가 늘었지만 긴축이 길어지면 시장금리 상승분이 상환액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다.

    한은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수도권 주택가격의 높은 상승세와 예년보다 빠른 가계대출 증가를 금융안정 위험으로 지목했다. 성장과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이 동시에 가계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딜레마가 커진 셈이다.

    가계부채의 위험도 이제 총액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2000조원이 넘는 빚 위에 과거 저금리 대출의 갱신과 신규 변동금리 대출이 동시에 쌓이고 있어서다. 소득 증가가 원리금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차주부터 소비를 줄이거나 연체로 밀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고금리가 장기화할수록 기존 대출의 금리 갱신이 가계의 원리금 부담을 높이고 소비와 금융권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폭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대출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어 기존 차주의 상환 부담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