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라이언즈서울 2026서 '운을 설계하는 법, K-POP에게 배우다' 강연이슬라이브·세로라이브 등 성공 사례 분석 … 팬·데이터에 집중스마트폰·4G·팬 소통 맞물리며 폭발 … BTS서 찾은 K팝 성장 변곡점"운은 기다리는 행운 아닌 확률 … 환경 활용하고 타이밍 만들어야"
  • ▲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칸라이언즈 서울 2026'에서 '운을 설계하는 법, K-POP에게 배우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칸라이언즈 서울 2026'에서 '운을 설계하는 법, K-POP에게 배우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운은 만드는 게 아니라 강하게 키워 확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는 K팝의 성공을 단순한 행운이나 일부 스타의 힘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가 성공할 때마다 변곡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적하고 팬과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른바 '운이 터지는 순간'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칸라이언즈 서울 2026'에서 '운을 설계하는 법, K-POP에게 배우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도대체 운이 무엇이기에 열심히 노력해도 계속 힘든 일이 생기는지 고민했다"며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하면서 운 때문에 누군가의 운명이 갑자기 바뀌거나 꼬이는 장면을 수없이 목격했다"고 말했다.

    가수 김나영의 세로라이브 영상이 공개된 뒤 음원차트 1위에 오르고, 한 여고생이 부른 아델의 '헬로(Hello)' 커버 영상이 전 세계로 퍼져 미국 토크쇼 '엘렌쇼' 출연으로 이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예상하지 못한 영상 하나가 아티스트의 인생을 바꿨지만 당사자조차 흥행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성공을 우연으로 남겨두지 않고 재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 광고와 음악 경계 허문 실험 … 온라인 콘텐츠가 TV로
    김 대표는 음악과 브랜드 마케팅을 오가며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광고를 전공한 뒤 콘서트 기획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네이버뮤직과 카카오뮤직 등을 거쳤으며 메이크어스에서는 딩고뮤직을 만들었다. 이후 스페이스오디티를 설립해 음악을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과 아티스트 브랜딩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하이트진로의 '이슬라이브'를 소개했다. 가수들이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모습을 당시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기존 음악방송이나 광고와 다른 현장감을 살렸다. 김 대표는 해당 콘텐츠가 참이슬에 젊은 이미지를 더하고 수도권 시장에서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라네즈 온라인 캠페인에는 광고 감독 대신 뮤직비디오 감독과 작곡가를 참여시켰다. 뮤지컬과 뮤직비디오를 결합한 형식으로 제작된 영상은 온라인 광고로 시작했지만 TV 광고까지 확대됐다. 블락비 박경과 함께한 시리얼 광고도 뮤직비디오처럼 촬영하고 별도의 음원을 만들어 온라인용 콘텐츠에서 TV 광고로 영역을 넓혔다.

    음악 플랫폼 멜론 광고에서는 서비스에 쌓인 데이터와 이용자의 감성을 연결했다. 작사가에게 광고 문구를 맡기고 정은지와 곽진언 등 가수의 내레이션과 노래를 더해 웹드라마와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결합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반대로 음악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작업도 이어갔다. 네이버뮤직 재직 당시 팬들이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2층 버스 재즈 공연과 온라인 생중계 음악 이벤트 등을 기획했다.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 발매 시간을 팬들과 함께 기다리며 앨범을 공개하는 생중계 행사도 이 같은 시도 중 하나였다.

    이후 모바일 이용자들이 대부분 소리를 끄고 영상을 본다는 점에 주목해 화면 상단에 가사를 배치하고 세로 화면을 가득 채운 '세로라이브'를 만들었다. TV 속 무대가 아닌 스마트폰 이용자 한 사람만을 위해 가수가 노래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촬영했다.

    김 대표는 "당시에는 무선 이어폰이 보편화되지 않아 모바일 이용자의 약 70%가 소리를 끄고 다녔다"며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노래를 듣게 할지 고민한 결과가 세로라이브였다"고 회상했다.

    과거의 음악을 새로운 세대의 취향에 맞춰 다시 소개한 '디깅클럽서울'도 언급했다. 시대를 앞서갔지만 대중에게 잊힌 국내 음악을 찾아 젊은 아티스트가 다시 부르게 했다. 조지가 김현철의 '오랜만에'를 다시 부르고 박문치가 편곡한 작업 등이 대표적이다.
  • ▲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칸라이언즈 서울 2026'에서 '운을 설계하는 법, K-POP에게 배우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칸라이언즈 서울 2026'에서 '운을 설계하는 법, K-POP에게 배우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감'으로 움직이던 음악시장 … 흥행 변곡점마다 원인 추적
    김 대표가 여러 콘텐츠를 만들면서 품은 질문은 '갑자기 찾아온 성공을 다시 만들 수 있는가'였다. 그는 콘텐츠와 음원이 흥행할 때마다 차트가 움직인 시점과 그때 벌어진 일을 추적했다.

    백아연의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가 역주행한 과정도 매일 음원차트를 확인하며 분석했다. 빅뱅과 '무한도전' 음원 등 대형 신곡이 잇따라 나온 상황에서도 순위가 거꾸로 올라 1위를 차지하자 변곡점마다 노출된 콘텐츠와 이용자 반응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JYP 측에 1위를 한 이유를 물었더니 '운이 좋았던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며 "직접 분석한 자료를 보여준 뒤 백아연을 세로라이브 첫 번째 가수로 섭외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오디티를 설립한 뒤에는 이러한 분석을 K팝에 적용했다. 매년 60∼100팀에 이르는 신인 K팝 그룹이 데뷔하지만 상당수 중소기획사는 여전히 경험과 감에 의존해 팬을 모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팬이 아티스트를 알아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팬덤 인큐베이팅' 방식을 만들었다. 영파씨와 키스오브라이프, 리센느 등 중소기획사 소속 아티스트들과 데뷔 전후 마케팅을 진행한 것도 이 작업의 연장선이다.

    팬덤 플랫폼 '블립'과 데이터 서비스 '케이팝레이더'도 만들었다. 팬의 행동을 관찰하고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분석해 감에 의존하던 음악시장을 수치로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그는 트위터와 함께 10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K팝 팬덤이 세계 각지로 확산한 과정을 시각화하기도 했다.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 빅뱅에서 엑소와 방탄소년단(BTS)으로 이어지며 K팝 관련 활동량이 급격히 증가한 시점을 다시 추적했다.

    김 대표가 주목한 변화는 4세대 이동통신과 스마트폰 보급이었다. 모바일 생중계와 동영상 시청이 일상화된 시기에 BTS가 유튜브와 트위터를 활용해 자체 콘텐츠를 공개하고 팬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성장의 변곡점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초기 BTS는 TV 출연 기회가 많지 않아 유튜브와 트위터를 적극 활용했다"며 "'달려라 방탄' 같은 자체 콘텐츠를 만들고 팬들과 작은 대화를 이어간 것이 기술과 플랫폼 변화에 맞물렸다"고 짚었다.
  • ▲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칸라이언즈 서울 2026'에서 '운을 설계하는 법, K-POP에게 배우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칸라이언즈 서울 2026'에서 '운을 설계하는 법, K-POP에게 배우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소수 스타에서 하나의 장르로 … 달라진 팬이 K팝 키웠다
    K팝의 성장도 일부 인기 가수에게만 의존하는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는 상위 5개 팀이 전체 K팝 인기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지만 2024년에는 이 비중이 37.32%로 낮아졌다.

    한두 팀이 시장을 이끄는 데서 벗어나 여러 아티스트가 고르게 팬을 확보하는 '롱테일'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한 팀만 응원하던 팬들이 여러 팀을 함께 좋아하는 '멀티 스탠'으로 이동하면서 선택지도 넓어졌다.

    김 대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등장하면서 K팝이 일부 인기 가수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재즈나 록처럼 하나의 브랜드이자 장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아티스트의 상향 평준화와 팬들의 선택지 확대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의 정체성도 달라졌다. 과거 TV와 신문을 통해 콘텐츠를 받아보기만 했던 팬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데뷔 과정에 참여하는 '국민 프로듀서'를 거쳐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팬을 불러들이는 생산자로 변했다.

    김 대표는 이를 '팬 3.0'이라고 정의했다. 아티스트에게 일방적으로 헌신하는 데서 벗어나 팬 스스로 즐거움을 얻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팬 활동을 하는 단계다.

    그는 "과거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팬 활동을 했지만 이제는 공연장에서 자신이 누구의 팬인지 당당하게 말한다"며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팬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자신이 만든 공간으로 다른 팬을 불러들이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팝이 음악을 넘어 관광과 패션, 음식 등 다른 산업으로 영향력을 넓힌 점도 강조했다. 해외 아티스트들이 남대문시장이나 광장시장, 삼겹살집 등을 콘텐츠 배경으로 활용하고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코엑스 미디어아트를 찾아 인증 사진을 남긴 사례를 들었다.

    김 대표는 "과거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받아보던 시대에서 누구나 직접 찍고 올리는 시대로 바뀌었다"며 "이 같은 미디어 환경이 K컬처와 맞아떨어지면서 지금이 '한국의 시간'이 됐다"고 평가했다.

    스페이스오디티는 최근 음악방송 '더쇼'에 출연하는 아이돌에게 휴식용 물품과 응원 메시지를 담은 복주머니를 전달하고 있다. '1등을 뽑는 프로그램이지만 너희는 각자의 세상에서 1등'이라는 내용의 카드를 함께 넣었다.

    아이돌이 복주머니를 열어보는 모습은 다시 콘텐츠가 됐고 팬들은 영상에 등장한 제품을 직접 체험했다. 스페이스오디티는 이 프로그램을 영국과 미국의 K팝 매장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복주머니를 나누며 운에 대한 답도 찾았다. 언제 어떤 운이 찾아올지는 통제할 수 없어도 누군가에게 복을 건네고 감사할 이유를 만드는 일은 자신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는 "운은 단순히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강하고 약한 것에 가깝다"며 "자신이 가진 환경을 어떻게 이용하고 원하는 곳을 향해 얼마나 끝까지 움직이느냐에 따라 좋은 타이밍을 만날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K컬처가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대를 우리가 함께 살고 있고 누구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AI도 사용할 수 있다"며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고 서로 복을 나누면서 운을 함께 키워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