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통계포털 분석 … 1~7월 누적 인허가 물량 14만2328가구'리먼 후폭풍' 2010년 이후 최저 … 착공도 평균치 절반 못미쳐공공 주도 공급 低사업성·주민 반발에 줄지연 … 자재값도 폭등규제·공급 부진에 서울 집값 84주째↑ … 시장 수요부터 살려야
  • ▲ 아파트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주택 공급 병목 현상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더욱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7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 약 15만가구로 2010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착공 물량도 이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공급 감소 시기로 언급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10만여가구나 적었다. 이 대통령은 집값 폭등과 공급난 책임을 과거 정부, 서울시로 돌렸지만 정작 현 정부의 인허가, 착공 실적이 더욱 부진한 상황인 셈이다. 공급 부진이 연말,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와 생존매수, 집값 상승세가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21일 뉴데일리가 국가통계포털(KOSIS)에 게재된 연도별·월별 주택건설 인허가·착공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인허가 주택은 14만2328가구로 전년 동기 15만4571가구 대비 1만2243가구(7.9%) 줄었다.

    이는 2010년 동기 12만7121가구 이후 16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해당 시기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여파로 건설경기가 급격히 위축됐던 때였다. 연간 총 인허가 물량도 38만6542가구로 평균치에 한참 못 미쳤다.

    ◆1~7월 주택 인허가 14만2328가구 … 2010년 이후 최저치

    이 대통령이 공급 감소 시기로 지목한 2022년(1~7월 기준)에도 인허가 물량은 29만3565가구로 올해 수치를 훨씬 웃돌았다. 앞서 지난 18일 진행된 취임 후 7번째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이후이기도 한데 그때부터 허가와 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2022~2025년 공급이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면서 특정 지역 집값이 폭등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 정부가 출범 초부터 강조해 온 착공 실적도 신통치 않다. 정부는 지난해 '9·7 공급 대책'에서 '2030년 수도권 135만가구 공급' 목표를 제시하면서 인허가가 아닌 착공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인허가 경우 서류상 공급에 그쳐 허수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1~7월 주택 착공 물량은 13만8383가구로 전년 동기 12만4547가구보다는 늘었지만 2024년 14만4949가구보다는 적었다. 해매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 25만~30만가구(1~7월 기준) 착공됐던 평균치와 비교하면 첫 삽을 뜬 물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 때 공급 감소 시기로 지목했던 2022년 23만5803가구보다도 10만여가구나 적은 수치다.

    정부가 9·7 대책에 이어 올해 '1·29 주택 공급 신속화 방안', '8·13 부동산 공급 대책' 등 총 3번의 공급대책을 발표하며 공공 주도 공급을 밀어붙였지만 남은 것은 평균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인허가, 착공 실적뿐이다.

    앞으로 전망도 안갯 속이다. 건설경기는 정부 규제에 막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중동 전쟁으로 인한 자재값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추세다. 게다가 정부는 민간 정비사업 규제는 대부분 유지한 채 공공 주도 공급 기조를 이어가면서 공급난을 자초하고 있다.
  •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
    ◆공공 주도 고집하다 공급난 자초 … 시장 상황도 '사면초가' 

    공공주택 사업 경우 민간 대비 수익성이 낮아 건설사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데다 신규택지 발굴도 여의치 않다. 남은 부지 자체가 많지 않고 택지 지정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거나, 토지보상에 상당한 시일이 요소되는 경우가 적잖다. 이에 시장에서는 올해 인허가 실적이 2010년에 못 미칠 가능성도 점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건축 허가를 포함한 택지 개발 또는 재건축, 재개발, 도시 정비 등 공급을 최대한 신속히 늘려가겠다"며 "총리실에서 매일 체크하고 있고 제가 일주일마다 보고받으며 구체적 장소를 특정해 진척 사항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어느 유형의 주택을 공급할 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정부는 빠르면 이달 말 7만3000가구 규모 신규 택지를 발표할 계획이지만 서울시·지방자치단체와의 이견차로 핵심 입지를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인허가와 착공은 대표적인 공급 선행 지표로 꼽힌다. 주택 사업이 인허가를 받으면 2년 내 착공에 들어가고 이후 약 3년 뒤 준공 및 입주가 이뤄지는 게 통상적이다. 이런 공급 속도라면 2030~2031년 역대 최악의 공급난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정부 규제·공급 부진 겹쳐 서울 매매·전세·월세값 '트리플 상승'

    이미 시장은 규제와 공급 지연이라는 악재가 맞물리면서 매매·전세·월세값 '트리플 상승'이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84주 연속 올라 앞으로 2주만 더 오르면 문재인 정부 시기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또한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값 누적 상승률은 7.79%로 2015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월세 경우 서울 25개 자치구 평균치가 처음으로 4개월 연속 동반 상승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이 주택 공급에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볼 순 없지만 이는 어느 정부든 마찬가지"라며 "대통령이 언급한 2022년 이후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PF) 등이 복합적으로 터졌던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 탓만 하기엔 현재 정부의 공급실적도 눈에 띄게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다음 정권이 주택 공급난 최대 '원흉'으로 현 정부를 지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급 성패는 숫자보다 인허가·보상·금융·정비사업 갈등을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서울 주택가격과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금융·세제 정책과 함께 수요관리 정책의 정교한 조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 속도 문제는 시장 수요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사안"이라며 "규제 강화보다는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정책 방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