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 21곳 공동 법인 설립…내년 상반기 출시 목표미국 주도에 유럽·일본 합류…韓 금융사는 참여 명단에 없어유럽 금융사 37곳 ‘키발리스’ 설립…유로화 생태계 구축한국은 발행 주체 놓고 입법 지연…‘유통 창구’ 전락 우려
  • ▲ 비트코인을 든 트럼프 대통령 동상 ⓒ연합뉴스
    ▲ 비트코인을 든 트럼프 대통령 동상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일본 등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에 나섰지만 한국 금융회사는 참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달러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민간 금융회사의 공동 결제망으로 확장되는 사이,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근거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씨티·웰스파고·UBS 등 글로벌 금융회사 21곳은 올 하반기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 법인을 설립한다. 공동 결제망을 구축한 뒤, 내년 상반기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금융회사가 사업을 주도하며 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 등의 주요 금융회사도 참여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미쓰비시UFJ 은행(MUFG)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은행도 한 곳씩 참여해 사실상 전 세계 주요 지역을 아우르는 컨소시엄이다. 

    이들이 발행할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1대1로 연동되며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 유통된다.

    참여 금융회사들은 이를 국경 간 송금과 디지털자산 결제뿐 아니라 기업 간 결제, 기관금융, 토큰화 자산 거래·정산 등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유로화 등 주요 7개국(G7) 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으로 발행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공동 발행에 나서면서 달러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구조는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6월 발표한 ‘2026년 연차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99.4%가 달러에 연동돼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기존 대형 금융회사까지 공동 결제망을 구축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처와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미국의 규제 정비도 금융 기관들의 진입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제정했다. 

    지난 8월 17일에는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발행·판매의 범위와 인가 적용 기준 등을 담은 규칙안을 공개했다. 제도권 사업자가 발행·유통에 참여할 규칙도 구체화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 유럽은 유로화 생태계도 구축

    유럽 금융권은 달러 결제망에 참여하는 동시에 자체 유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도 구축하고 있다. 유럽 15개국 금융회사 37곳은 합작법인 ‘키발리스(Qivalis)’를 설립하고 올해 유로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키발리스는 현재 네덜란드 중앙은행(DNB)에 전자화폐기관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규제 승인을 받으면 유로화 기반의 국경 간 결제와 프로그래머블 결제, 토큰화 자산 거래·정산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현재 가상자산시장규제법(MiCA·미카)을 시행하고 있다. 발행과 준비자산 관리 등에 관한 제도적 기준이 마련되면서 기존 금융회사도 직접 사업에 나설 여지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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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기준도 확정 못 해

    반면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기본 규칙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발행 주체와 은행 지분 요건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이 지연되면서 금융회사들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금융회사는 글로벌 금융회사 21곳의 공동 발행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 금융사와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해외 사업자와 협력하거나 자체 실증에 나서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누가 어떤 요건으로 발행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조차 확정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법제화가 늦어질수록 국내에 원화 기반 생태계가 자리 잡기 전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이 먼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금융회사가 자체 발행·결제망을 구축하지 못한 채 해외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유통과 환전을 담당하는 창구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다.

    BIS는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화(stablecoin dollarisation)’가 나타날 수 있다”며 외화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자국의 통화정책과 통화주권이 제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