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6월엔 전세 감소 "정상화" … 석 달 뒤엔 "내가 언제" 반문서울 전셋값 1~8월 7.35%↑, 전세 매물은 연말 대비 11.6%↓5대 은행 주담대 최고 7.29%, 시장금리 뛰며 8%선도 가시권가계신용 2019.8조 사상 최대 … 전세도 매매도 높아진 금융 문턱
  •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전세 감소를 '정상화 과정'으로 평가한 사이 시장의 현실은 더 팍팍해졌다. 전셋값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마저 8%를 넘보면서 전세에 남기도, 매매로 옮기기도 어려워진 실수요자는 벼랑 끝으로 밀리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세가 여전히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라질 것이라고 한 걸로 기억한다"며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전세를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사금융이라고 설명하면서 전세가 점차 사라지는 현상을 '정상화 과정'으로 진단했다. 9월에는 '사라질 것'과 '사라져야 한다'는 표현의 차이를 짚은 것이다.

    석 달 사이 임대차시장의 부담은 더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35% 올라 같은 기간 기준 2011년 9.33%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8월 평균 전셋값은 6억 3663만원으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고치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도 지난 18일 2만 573건으로 지난해 말 2만 3263건보다 2690건(11.6%) 줄었다. 전세 비중 축소가 세입자의 주거비 감소로 이어지기보다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임대차시장의 압박은 매매 수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8월 서울 집합건물 생애최초 매수 등기는 9343건으로 전월보다 16.7% 늘어 전체의 54%에 육박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시장에서는 전세 물량 감소와 보증금 상승으로 일부 무주택자가 매매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난을 피해 집을 사려는 순간 높아진 대출금리와 강화된 금융규제가 새로운 문턱이 되는 구조다.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지난 15일 연 7.29%까지 올랐다. 고정·혼합형 주담대의 준거가 되는 금융채 5년물도 연 4.655%로 두 달 새 0.227%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경우 은행권에서는 주담대 최고금리가 8%선에 근접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금리 상승은 신규 차주뿐 아니라 기존 차주의 원리금 부담도 끌어올리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이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취급한 5년 고정형 주담대는 12조 8875억원이다. 2021년 9월 평균 연 3.11%로 3억원을 30년 원리금균등 방식으로 빌렸다면 월 상환액은 약 128만원이지만 금리가 5.9%로 재산정되면 약 178만원으로 늘어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600만원가량의 추가 부담이다. 당시 취급된 대출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금리 갱신 시점을 맞으면서 고금리 충격이 기존 차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세에 머무르는 선택도 여유가 크지 않다.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21년 6월 133조 9080억원에서 올해 6월 121조 1849억원으로 12조 7231억원 감소했다. 전세 매물과 대출은 줄었는데 보증금은 오르고, 매매로 방향을 틀면 7%대 주담대와 대출규제를 넘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일수록 임대차와 매매 양쪽에서 금융비용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이 대출규제를 큰 폭으로 완화할 여지도 제한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8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 6000억원으로 7월 6조 4000억원보다 줄었지만 주담대는 같은 기간 3조 6000억원에서 4조 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분기 말 가계신용은 2019조 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5조 9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주담대 연체채권도 2022년 말 1조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 2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불었다. 가계빚과 건전성을 관리하면서 실수요자의 주거자금까지 구분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 배경이다.

    정부는 가계대출 규제를 유지하는 대신 주택 공급에 필요한 금융을 확대하고 있다. 2026~2028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공급은 연평균 28조 7000억원으로 이전 13조 1000억원의 두 배를 웃돌고 내년에는 33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캠코의 PF 정상화 펀드도 3조원 추가 조성하고 은행·보험권 신디케이트론은 1조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한다. 공급 기반을 넓혀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시장에서는 공급 금융 확대와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주거비 사이의 시차를 변수로 꼽는다. PF 지원이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반면 전셋값과 대출금리 상승은 당장 가계의 현금흐름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에서 매매로 이동하는 수요까지 일률적인 가계대출 관리 대상으로 묶일 경우 무주택자의 선택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전세 물량이 줄고 임대료가 오르면 일부 실수요자는 매매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대출규제와 금리 상승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며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도 전세에서 매매로 이동하는 실수요자의 자금 수요를 어떻게 구분해 지원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