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메리츠·농협·KB까지 조사4국 투입…경찰·검찰 수사도 잇따라최대 실적에도 4대 금융 현직 회장 교체…"실적만으론 연임 장담 못해"연말 5대 금융그룹 CEO 54명 임기 만료…금융권 인사 앞두고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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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세청 전경 ⓒ 뉴시스
경찰과 검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칼날이 금융권을 잇달아 향하면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사정기관의 잇단 조사와 수사에 금융권의 촉각이 곤두서 있던 가운데 최근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4대 금융지주 현직 회장의 교체까지 현실화하면서다. 해당 인사와 사정기관 움직임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금융권에서는 "남의 일로 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경찰·검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은행과 금융지주뿐 아니라 증권사 등으로 조사·수사 대상이 확산하면서 금융권에서는 개별 사건을 넘어 경영진 인사와 지배구조에 미칠 파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보면 경찰과 검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이 잇따라 움직이면서 '군대 빼고 다 들어오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그만큼 현장에서 느끼는 긴장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가장 광범위하게 금융권을 들여다보고 있는 곳은 국세청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5월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4국은 기업의 탈세 의혹이나 비자금 조성 등과 관련한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직이다.국세청의 칼날은 증권업계로도 향했다. 조사4국은 같은 달 메리츠증권 서울 여의도 본사에 조사요원을 보내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에 이어 메리츠증권까지 잇따라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당시 금융권에서는 세무당국의 조사가 금융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6월에는 농협중앙회가 대규모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조사4국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에 조사요원 130여명을 투입해 세무·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지난달에는 KB국민은행까지 조사 대상에 올랐다. 조사4국은 지난달 국민은행 신관에 조사요원 30여명을 투입해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로써 불과 넉 달 사이 하나금융·하나은행과 메리츠증권, 농협중앙회, 국민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와 금융그룹이 잇달아 조사4국의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경찰의 강제수사도 이어졌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6월 농협중앙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농협중앙회 일부 부서가 사업비 2억4000만원을 들여 홍삼과 화장품 등 고가의 기념품을 구매한 뒤 회장실과 부회장실 등에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경찰은 한 달여 뒤인 7월 21일 농협중앙회 비서실 등을 다시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확대했다.검찰의 수사는 증권업계로도 향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5월 NH투자증권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6월 KB증권·NH투자증권·교보증권 등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강제수사에 나섰다.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동원한 DI동일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서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3월 개인 11명과 법인 4곳을 검찰에 고발한 뒤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금융감독원 역시 검사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회사 검사 횟수를 전년 대비 8.3% 늘어난 707회로 설정하고, 투입 인원도 4.1% 확대한 2만 8229명을 배정했다. 이찬진 금감원장 취임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 기조가 강화되면서 통상 3년이던 금융사 정기검사 주기도 2년으로 단축됐다. 금감원은 지난 3일 토스뱅크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공개한 데 이어, 7일부터는 2024년 이후 2년 만에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들어갔다. -
- ▲ 5대은행 로고 이미지 ⓒ 연합뉴스
이처럼 사정기관의 조사·수사에 금융당국의 검사 강화까지 겹친 가운데 최근 4대 금융지주에서 예상 밖의 수장 교체까지 현실화하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일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양종희 회장은 한 차례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게 됐다. 양 회장은 임기 중 그룹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며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회추위는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선택했다.양 회장의 교체와 최근 사정·감독기관의 움직임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KB금융 회추위 역시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후보자의 경영 성과와 리더십, 미래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는 입장이다.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사정기관의 조사·수사와 금융당국의 내부통제·지배구조 압박을 이전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직 금융지주 회장도 연임에 실패하면서 실적만으로 CEO의 연임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특히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금융권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5일 임원회의에서 "상당수 지주사의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마련한 승계 절차가 충분하지 않고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도 제한적"이라며 전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이에 금융권의 시선은 올 연말 대규모 CEO 인사로 향하고 있다.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5대 금융그룹 계열사 CEO는 총 54명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의 임기도 오는 12월 31일 일제히 종료된다.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실적이 뒷받침되면 첫 임기 이후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실적만으로 인사를 예단하기 어려워졌다"며 "내부통제와 지배구조는 물론 당국과 사정기관의 움직임까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