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버스 운행 멈췄는데, 정류장엔 중단 안내도 없어30차례 넘게 호출해도 무소식, 차량 위치·대기시간도 ‘깜깜’운행 규모 확대 보다도 믿고 탈 수 있는 운영체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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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일 오후 청계광장 일대에 청계 A01 자율주행 버스가 포장재에 싸여있다.ⓒ김수한 기자
국내 곳곳에서 자율주행 실증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는 걸음마도 떼지 못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제도와 운영체계가 실증 단계에 머문 데다 운행 구역과 시간은 제한적이고 이용 과정도 번거롭다. 일상적인 이동수단으로서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자율주행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효과도 미미하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 ‘전시용’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대표적인 실증지역인 서울시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1487억원을 투입해 자율주행차 300대 이상을 운행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취재 현장에서는 운행이 중단된 버스를 정류장에서 기다리거나, 택시를 탈 수 있는 곳을 찾아 운행구역을 돌아다녀야 했다. 운행 규모를 늘리는 데 앞서 시민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부터 갖춰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 ▲ 2024년 11월 운행을 시작한 'A160'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가 서울 도봉구 도봉산역광역환승센터에서 출발하는 모습.ⓒ뉴시스
◆“언제 오나요” 시민들 헛걸음 … 정류장엔 운행 중단 안내도 없어지난 11일 오후 2시, 기자가 찾은 서울 청계광장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 정류장에는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정류장에 안내된 오후 2시29분이 지나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함께 기다리던 시민들은 발길을 돌렸다.차량을 찾아 정류장 인근을 걷다 보니 길목에 자율주행버스 3대가 포장재에 둘러싸인 채 세워져 있었다. 실시간 운행 현황을 알리는 사이트에도 운행 대수는 0대로 표시됐다. 15일과 16일 다시 찾은 현장도 마찬가지였다.운영사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운행 중지 안내와 카카오맵 연동 등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서울시 소관이라며 선을 그었다. 현장에서 만난 운영사 오토노머스에이투지 관계자는 “자율주행 사업이 사라져서 당분간 버스를 운영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며 “10월 중으로 재운행 예정인 것으로 들었으나 확실한 기한은 모른다”고 답했다.반면 서울시는 용역 계약이 8월 말 종료돼 운행을 일시 중단한 상태를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약 두 달간 차량을 정비한 뒤 10월 중순부터 야간 유료 운행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서울시 역시 운행 중단 안내에 여부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기자가 설치 여부에 대해 질의 하자 이후 서울시가 파악한 안내한 안내 표지판의 위치는 정류장과 수 미터 떨어진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인근이었다. 정작 버스를 타려는 시민이 찾는 정류장에는 운행 중단 사실을 알리지 않은 셈이다.운행과 이용 안내의 책임이 나뉜 사이 시민들은 언제 다시 탈 수 있는지도 모른 채 헛걸음을 해야 했다. 정해진 구간과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는 셔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중단 안내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시민의 이용 기회를 넓힌다는 실증 취지도 퇴색하는 모습이다.다른 자율주행버스 노선도 운행 시간과 배차 간격의 제약이 커 공공 교통수단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증사업 출범 당시 기대를 모았던 새벽 자율주행버스는 현재 오전 3시30분대에 한 차례 운행하는 데 그친다. 다른 상시 노선도 배차 간격이 최대 75분에 달해 시민들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특히 심야 이동의 빈틈을 메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자율주행버스 A21도 노선 확대는커녕 기존 운행마저 중단된 상태다. 차량 정비를 이유로 운행을 멈춘 데다 당초 예고한 청량리역까지의 노선 연장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서울시 측은 “당초 연장 계획은 있었으나 청량리 등 심야버스 대체 노선이 많고, 노선이 길어지면 회차 및 운행 시간이 늘어난다”며 “수요가 많은 구간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 ▲ 양재시민의숲역 일대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 지구 도로의 모습.ⓒ김서연 기자
◆1시간 넘게 30차례 시도해도 못 타 … 로보택시 ‘깜깜이 호출’자율주행택시도 이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 9일 오후 10시, 기자는 양재역 4번 출구 앞에서 카카오T 앱을 켰다. 전체 메뉴에서 ‘서울자율차’ 탭을 누르고 운행구역 안의 목적지를 입력했다. 그러나 일반택시로 호출이 전환됐다는 안내 없이 배차가 이뤄졌고, 차량이 도착한 뒤에야 자율주행택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이용 버튼 하단의 안내를 다시 살펴보니 인근에 이용 가능한 차량이 있을 때만 호출 화면에 ‘서울자율차’가 나타난다고 적혀 있었다. 기자는 주변에 차량이 없다고 보고 양재역에서 강남역까지 약 1.6㎞, 다시 역삼역까지 약 1㎞를 걸으며 호출을 시도했다. 1시간10분 동안 30차례 이상 앱을 켰지만 자율주행택시를 탈 수 없었다.11일에는 선정릉역, 15일에는 봉은사역에서 오후 10시부터 호출을 시도했다. 두 곳 모두 공식 안내 지도에 표시된 운행구역이었지만 배차로 이어지지 않았다. 어디에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모른 채 운행구역을 돌아다녀야 하는 ‘깜깜이 호출’이었다.앱에서는 차량 위치와 예상 대기시간, 실시간 배차 가능 여부를 알 수 없었다. 서울시가 운행한다고 밝힌 19대 가운데 몇 대가 운행 중인지, 모두 승객을 태우고 있는지도 표시되지 않았다. 한곳에서 기다려야 할지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지 판단할 정보가 없었다.강남 운행구역 일대에서 만난 직장인 6명에게 이용 경험을 물었지만 모두 자율주행택시 서비스를 몰랐다고 답했다. 서비스를 설명하자 일부는 관련 표지판을 본 것 같다고 했으나 이용 방법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차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용 접근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운행구역 안에서도 배차 가능 여부와 대기시간을 알 수 없다면 사용자가 일상적인 이동수단으로 선택할 수 없고 인식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카카오모빌리티는 2024년 9월부터 카카오T를 통해 서울 자율주행택시의 호출과 배차를 단독으로 맡아왔다. 올해 3월부터는 자체 자율주행차도 투입해 호출 플랫폼과 차량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서울시는 최근 자율주행 운송플랫폼 사업자를 카카오모빌리티 한 곳에서 현대차, 카카오모빌리티, 티머니모빌리티·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컨소시엄 등 3곳으로 확대했다. 경쟁체제 전환이 전반적인 자율주행 택시 이용 플랫폼과 서비스의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