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MT, 베이징 신공장에 낸드플래시 R&D 라인 추진D램 점유율 1년 만에 4%→10%…영업이익률도 1위범용 제품 발판 삼아 서버 D램·HBM까지 무섭게 추격삼성·SK, 첨단 메모리 집중 속 '중저가 시장 잠식' 우려
  • ▲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있는 CXMT 본사. ⓒ뉴시스
    ▲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있는 CXMT 본사. ⓒ뉴시스
    중국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 진출까지 준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위협하고 있다. CXMT는 범용 D램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는 동시에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D램이라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HBM이라는 고지까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안방 문턱을 이미 넘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대로 가면 한국이 지켜온 글로벌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중국에 내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는 최근 CXMT가 중국 베이징 신공장에 낸드플래시 연구개발(R&D)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CXMT는 이미 베이징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낸드플래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XMT는 인공지능(AI) 시스템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저장용 낸드플래시가 필요한 스타트업들과 제품 공급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본격적인 양산 단계는 아니지만 D램 전문 업체였던 CXMT가 낸드플래시 시장 진입을 위한 기술 개발과 고객사 확보에 동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CXMT와 양쯔메모리(YMTC)가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였다. CXMT가 D램을, YMTC가 낸드플래시를 각각 주력으로 생산하며 중국의 메모리 산업을 이끌었다.

    그러나 AI 산업이 급팽창하면서 D램과 HBM은 물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까지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자 양사가 상대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CXMT가 낸드플래시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가운데 YMTC도 저전력 D램 샘플을 고객사에 보내며 D램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CXMT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는 D램 시장에서 이미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CXMT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글로벌 D램 시장 4위에 올라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10%로 집계됐다. 2025년 2분기 4%에서 불과 1년 만에 6%포인트 상승하며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2023년만 해도 1%대에 머물렀던 점유율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된 것이다.

    트렌드포스 집계에서도 CXMT의 D램 점유율은 올해 1분기 7.6%에서 2분기 9.5%로 높아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CXMT가 2028년쯤 점유율 1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약 2년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점유율은 낮아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각각 39.4%, 24.9%로 1위와 2위를 지켰다. 하지만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1분기 67.3%에서 2분기 64.3%로 3%포인트 하락했다.

    3위 마이크론도 같은 기간 점유율을 22.4%에서 23.3%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1분기 6.4%포인트였던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점유율 격차는 2분기 1.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글로벌 D램 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강 체제'에서 머지 않아 CXMT까지 가세한 '4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수익성에서도 중국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2분기 글로벌 메모리 업체 가운데 CXMT의 영업이익률은 82%로 가장 높았다. 마이크론은 80.4%로 뒤를 이었다.
  •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합뉴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합뉴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도 각각 76.3%, 7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했지만 순위로는 3위와 4위에 머물렀다. CXMT가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범용 D램을 주력으로 하고 있음에도 기록적인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의 수혜를 크게 본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익성이 높은 HBM과 첨단 D램 생산에 설비와 인력을 집중한 사이 범용 D램 공급이 줄어든 것도 CXMT에 기회가 됐다. 중국 내 대규모 수요를 기반으로 물량을 늘린 CXMT가 가격이 급등한 범용 제품 시장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점유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다만 CXMT의 경쟁력이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원가 경쟁력과 수율, 첨단 공정 기술, 주요 글로벌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넉넉히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성능보다 가격과 물량을 중시하는 고객사를 중심으로 중국산 제품의 채택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CXMT의 추격은 범용 D램에 그치지 않고 있다. CXMT는 차세대 모바일 D램인 LPDDR6 양산 계획을 공식화했고, 현재 HBM 시장의 주력 제품인 5세대 HBM3E 테스트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용 D램에서 확보한 생산 경험과 자금을 바탕으로 서버용 D램과 모바일 D램, HBM 순으로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CXMT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약 14조원의 자금을 바탕으로 생산능력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까지 고려하면 단기간 수익성보다 장기적인 점유율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저가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R&D 투자 확대에 따라 한국과의 기술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와 한국 기업의 기술 격차가 HBM은 약 3년, D램은 2년, 낸드플래시는 1년 안팎까지 축소된 것으로 평가한다. CXMT의 낸드플래시 진출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낸드 시장의 기존 중국 업체인 YMTC와도 복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HBM 시장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2분기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3%, 마이크론 18%로 집계됐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다만 HBM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을 중국 업체에 내줄 경우 장기적으로 전체 메모리 시장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중국 업체의 추격 속도를 경계하며 "SK하이닉스도 과거보다 10배 빠르게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HBM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범용 제품의 시장점유율과 생산 기반까지 방어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는 의미다.

    채수조 서울시립대 교양물리학과 교수는 한국이 HBM 고지를 점령하는 동안 CXMT는 아래쪽 범용 시장을 빠르게 차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HBM 왕좌는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산꼭대기만 지키다 산 아래 시장을 중국에 내주면 안 된다"며 "범용 D램에서 서버 D램을 거쳐 HBM으로 올라오는 길을 열어줄 경우 결국 메모리 영토 전체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