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테슬라 23만 대 중 18만 대 FSD 불가 … 일부 제한적 허용'스스로 차선 변경' 현행법상 부적합, DCAS 도입돼도 도심 핸즈오프 불가美와 기술 격차 18.8개월 … 데이터·인프라 부족에 韓 상용화 첩첩산중
  • ▲ 테슬라 FSD 주행 영상ⓒ테슬라
    ▲ 테슬라 FSD 주행 영상ⓒ테슬라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거나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도 차량 스스로 차로를 바꾸고 도심 교차로를 통과하는 자율주행. 한국 도로에서는 언제쯤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주행 보조 시스템인 완전자율주행(FSD)이 국내 일반도로에서 활성화되면서 고도화된 자율주행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는 일부 수입 차량에만 허용된 제도적 예외에 가깝다. 국내 대다수 차주와 완성차 업계는 여전히 낡은 안전기준과 제도의 공백, 그리고 실도로 데이터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묶여 있다.

    ◆ 안전성 무관한 FTA 예외… 같은 테슬라도 '미국산'만 FSD 허용

    국내 도로에서 테슬라 FSD가 자유롭게 운행되고 있다는 인식과 달리, 실제 대다수 이용자는 이 기능을 쓸 수 없는 상태다. 이는 생산지에 따라 허용 여부가 갈리는 규제 비대칭 탓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테슬라 차량 22만9311대 가운데 FSD를 이용할 수 없는 차량은 18만1853대로 전체의 79.3%에 달한다. 반면, 합법적으로 FSD를 쓸 수 있는 차량은 미국에서 들여온 모델S·모델X, 사이버트럭 및 일부 초기 모델 등 4만7458대(20.7%)에 그친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한 배경에는 국내 자동차 안전 기준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은 레벨2 주행 보조 시스템에서 차로를 변경할 때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직접 켜도록 규정한다. 시스템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차선을 바꾸는 기능은 국내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결국 한국이나 유럽,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은 동일한 수준의 기능을 갖추고도 이 안전기준에 막혀 기능이 차단된다.

    다만, 미국산 차량은 한·미 FTA에 따라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상호 인정받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실제로 국내 판매량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상하이 공장산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는 미국산과 완전히 동일한 소프트웨어와 최신 하드웨어를 탑재하고 옵션을 결제했음에도 국내 도로에서는 FSD가 작동하지 않는다.

    생산지에 따라 기술의 합법 여부가 갈리는 상황에 차주들은 기능 활성화를 요구하는 국회 전자 청원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 ▲ 자율주행 플랫폼이 적용된 BMW 뉴 iX3.ⓒBMW
    ▲ 자율주행 플랫폼이 적용된 BMW 뉴 iX3.ⓒBMW
    ◆ DCAS 도입해도 도심 주행 기능 수용 한계… 후속 로드맵도 없어

    제도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규제 당국의 대응은 더디다. 정부는 국제 기준에 맞춘 새로운 운전자제어보조장치(DCAS·UN R171) 기준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최근 현행 DCAS 체계로는 FSD의 도심 핸즈오프(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주행) 기능까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DCAS는 고속도로 중심의 특정 운전자 보조 기능을 포괄하도록 설계돼, 도심의 신호 체계와 교차로까지 판단해 차량을 제어하는 기능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DCAS 범위를 넘어서는 고도화 운전자 보조 기술을 국내 제도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로드맵조차 없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DCAS를 초과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다룰 별도의 정책 연구나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이 AI 기반으로 진화하는 동안, 국내 안전기준과 제도 정비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美와 기술 격차 18.8개월 … 데이터도 부족해 상용화 지체

    글로벌 선도 국가와의 기술 격차는 이미 크게 벌어졌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의 '2025년 자율주행 기술수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주행 전 과정을 통합 처리하는 한국의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3.3%에 머문다. 기술 격차는 18.8개월로 조사됐다. 현대자동차의 첫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레벨2+ 양산 계획마저 2028년에야 잡혀 있을 만큼 상용화 일정마저 늦다.
  • ▲ 2025년 자율주행 기술 수준 분석 보고서 캡처.ⓒKADIF
    ▲ 2025년 자율주행 기술 수준 분석 보고서 캡처.ⓒKADIF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필수적인 데이터 확보와 인프라 구축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의 47.7%는 한국의 기술 수준이 뒤처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대규모 실도로 주행 데이터 부족'을 꼽았다.

    E2E 방식은 대규모 도로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성능이 급격히 향상된다. 다만, 수집한 데이터를 전송하고 학습하는 과정 역시 막대한 시간과 인프라가 소모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분석에 따르면, 실증 차량 50대를 1년 내내 주행해 모은 데이터를 고성능 GPU로 1회 학습하는 데만 72일이 걸리는 등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가 요구된다.

    기술 개발이 18개월 이상 뒤처진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제도 정비마저 지연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실도로 데이터 수집 확대와 국가 차원의 인프라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국 자율주행은 전시장에 갇힌 기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