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차관 직행 첫 사례… 위기 대응 능력 및 리더십 검증 미흡 우려예산권 없는 '반쪽짜리' 사령탑 … 세제·부동산·물가 등 산적한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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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연합뉴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1970년대생 첫 경제부총리이자 현직 차관에서 부총리로 직행한 첫 사례다.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경기 지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체감경기와 내수 부진, 물가·부동산·고용·대미 통상 등 난제가 한꺼번에 쌓여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이 분리되며 경제부총리의 전통적인 조정 수단까지 약해진 만큼 이 부총리가 정책 수단의 제약을 넘어 경제팀을 이끌어낼 조정·설득 능력이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23일 관가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진보·보수 정부에서 두루 중용된 정통 경제관료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기재부 차관보와 통계청장을 맡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재경부 1차관을 거쳐 경제부총리까지 올랐다.이 부총리는 과거 '녹실회의'와 비슷한 경제현안간담회를 신설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각 부처와 대통령실 간 정책 협조를 주도해 경제 현안에 신속하고 종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1기 경제팀을 사실상 이끌었던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물러난 데 이어 강훈식 비서실장도 사의를 표명하면서 2기 경제팀에서는 경제부총리의 정책 조정 역할에 더욱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총리도 "경제팀 수장으로서 각 부처의 역량을 최대한 모아서 조율도 다하고 책임도 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다만 이 부총리의 발탁은 역대 경제부총리 인선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1971년생으로 50대 초반인 데다 서울대 경제학과 89학번, 행시 36회로 기수상으로도 상대적으로 젊다. 장관 경험 없이 현직 차관에서 부총리로 직행한 것도 처음이다.행시 동기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보다 학번으로는 두 학년 후배이고, 이억원 금융위원장보다도 대학 학번과 행시 기수가 각각 한 해씩 낮다. 전통적인 학연·기수 서열을 넘어 부처 간 소통과 설득을 통해 리더십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역대 경제부총리 인선의 흐름을 보면 이런 변화는 더 뚜렷하다. 기획재정부가 예산·정책 기능을 모두 쥐고 있던 시절에는 장관급 이상의 경력을 갖춘 정치권 중량급 인사나 정통 경제관료 수장 출신들이 경제부총리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그러나 지난해 기재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면서 예산권이라는 핵심 조정 수단이 떨어져 나갔다. 경제부총리가 각 부처를 조율할 수 있는 직접적인 수단이 과거보다 줄어든 셈이다. 이 부총리 역시 장관 경험 없이 차관에서 직행한 첫 사례로 경제부총리의 역할과 위상이 달라지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시각이 관가 안팎에서 나온다.이 같은 제약 속에서 이 부총리가 마주한 정책 현안은 녹록지 않다. 취임 일성으로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축소'를 내세운 것도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성장률은 3%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은 1%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반도체 업황의 온기가 다른 산업과 가계로 고르게 확산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고 신규 채용 시장에도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고용 없는 호황'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총리가 "경제 성장은 숫자만으로 체감되지 않는다"며 성장의 온기가 국민 삶에 고르게 퍼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현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물가 역시 부담이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제유가까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생활물가지수는 3.2% 상승했다. 유가 급등에 대응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당초 계획보다 장기화하면서 정유업계 부담과 정부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부동산 시장은 이 부총리의 정책 조정력을 가늠할 또 다른 시험대다. 부동산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거주 중심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사각지대를 어떻게 보완할지가 과제다. 재경부는 막판 조율을 거쳐 세제개편안 수정안을 확정한 뒤 내달 1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이 부총리는 후보자 시절부터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을 정착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일정한 방향성"이라고 밝히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힘을 실었다. 다만 본인이 2009년 과천 아파트를 전세를 낀 상태로 매입한 뒤 17년간 보유하면서 실제 거주 기간은 4개월에 그친 사실이 알려지며 정책 방향과 개인 주택 보유 이력 사이의 간극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대미 투자 협상도 풀어야 할 과제다. 대규모 대미 투자 실행 속도와 국내 금융·외환시장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동시에 미국의 보조금·관세·공급망 정책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미국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선 상황에서 향후 미국 측이 투자 규모나 현지 생산 확대를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이 부총리는 전날 첫 간부회의를 열고 "최근 우리 경제가 전반적인 경기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반도체 업황 및 글로벌 자본흐름의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며 "실물경제와 부동산·금융·외환시장 전반의 리스크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필요한 대응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라"고 주문했다.결국 이 부총리 앞에 놓인 과제는 반도체 호황으로 나타난 '숫자의 성장'을 내수와 고용 등 체감경기로 연결하고, 물가·부동산·통상 등 현안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예산권이 빠진 경제부총리의 제한된 정책 수단으로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다. 장관 경험 없이 경제팀 수장에 오른 젊은 경제관료가 새로운 경제팀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정책 조정력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