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승진 지연 0명” 사실일까… 부기장 숫자 뜯어보니통합 조종사 4268명… 기장 승격 대상 부기장만 2049명아시아나 부기장 529명 중 15년 이상 경력 최소 200명대한항공 "90% 승진 빨라져" vs. 노조 "승격 보장해야"
  •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조종사들의 서열(시니어리티)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뉴데일리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조종사들의 서열(시니어리티)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뉴데일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조종사들의 서열(시니어리티)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실제 승진이 밀리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90% 이상은 승진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승격 인원 확대가 보장되지 않은 데다 통합 서열도 불공정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사의 조종사 인력 구조와 승격 기준을 토대로 각 주장의 근거를 따져봤다.


    ① 누가 먼저 '부기장 → 기장'이 되느냐 

    항공사 조종사는 크게 군(軍) 출신과 민간 출신으로 나뉜다. 군 출신은 공군 등에서 조종 경험을 쌓은 뒤 항공사에 입사한 경우다. 민간 출신은 항공대학이나 비행교육기관 등을 거쳐 항공사에 들어온다. 출신에 관계없이 부기장으로 근무하며 일정한 비행시간과 근무연한을 채우고 훈련·심사를 통과하면 기장으로 승격할 수 있다.

    2025년 말 기준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는 3179명, 아시아나항공은 1089명으로 총 4268명이다. 이 중 기장은 각각 1659명과 560명, 부기장은 1520명과 529명이다. 통합으로 양사 부기장 2049명이 하나의 승격 서열에 편입된다. 특히 아시아나 부기장 가운데 15년 이상 경력자는 최소 200명에 달한다. 아시아나 부기장 529명 가운데 15년 이상 경력자는 최소 200명에 달한다. 군 출신 조종사도 기장과 부기장을 합쳐 564명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한다. 다만 이들이 모두 대한항공 부기장보다 앞선 순번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쟁점은 두 항공사가 서로 다른 승격 서열을 운영해 왔다는 점이다. 군 출신과 민간 출신 간 평균 서열 격차는 대한항공이 9개월, 아시아나가 4년이다. 대한항공은 양사의 기존 내부 서열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통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민간 출신은 아시아나 민간 출신보다 평균 3년 3개월 앞서지만, 대한항공 민간 출신이 아시아나 군 출신보다 뒤에 배치될 수 있다.  

    노조는 서열 산정 기준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대한항공 민간 경력 조종사는 비행경력 1000시간을 갖추고 입사한 뒤 약 6개월간 양성과정을 거쳐 정규 사번을 받는다. 최초 입사일 대신 정사번 부여일을 적용하면서 같은 비행경력으로 채용된 아시아나 군 출신보다 뒤처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한공 측은 "항공사 통합이 신규 채용이 아닌 포괄적 승계인 만큼 과거 입사 조건에 따라 서열을 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입사 이후 각 항공사에서 인정받은 경력으로 내부 서열을 유지할 것"이라 맞서고 있다. 
  • ▲ 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니어리티 문제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 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니어리티 문제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② 기장으로 승진은 정말 빨라질까 

    승격 순번이 뒤로 밀리는 것과 실제 승진이 속도는 다른 문제다. 통합 이후 기장 자리가 충분히 늘어난다면 앞선 순번에 아시아나 출신 조종사가 배치되더라도 예상보다 빨리 승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승진 지연 0명'을 주장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대한항공은 "정상적인 사업량을 유지할 경우 통합 이후 기장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기존 조종사의 승진 지연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향후 항공기 규모와 기장 소요 등을 반영한 시뮬레이션에서 승진 지연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힌 이유다. 

    실제 아시아나 부기장 529명 가운데 장기 경력자가 상당수라는 사실만으로 대한항공 민간 출신 조종사들의 승진이 늦어진다고 볼 수도 없다. 기종별 비행경력과 훈련·심사 요건에 따라 실제 승격 대상과 시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와 같은 예외적인 외부 충격으로 사업 환경이 급변하면 승격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정상적인 사업 운영을 전제로 한 전망인 만큼 미래의 승격 인원까지 확약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 대목을 문제 삼고 있다. 회사가 제시한 '90% 이상 승진 단축' 전망이 월 기장 승격 인원을 기존 10명에서 15명으로 늘린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월 15명 승격의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통합 이후 기장 자리가 얼마나 늘어나느냐다. 대한항공의 분석대로 기장 수요가 충분히 증가하면 일부 조종사의 서열이 밀리더라도 승진은 빨라질 수 있다. 반대로 실제 승격 인원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