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판매량 7000대 … 아직 초기 시장오픈AI, SW 넘어 하드웨어까지 … 범용 로봇 개발 속도구글은 'AI 두뇌'·앤트로픽은 연결 표준으로 생태계 확장엔비디아도 개발 플랫폼 강화 … 피지컬 AI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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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해 온 글로벌 빅테크의 경쟁 무대가 현실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아직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오픈AI와 구글, 앤트로픽, 엔비디아 등이 잇따라 피지컬 AI 투자를 확대하면서다. 완성형 로봇 판매 경쟁에 앞서 다양한 로봇을 움직일 AI 모델과 개발 플랫폼, 연결 표준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

    28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로봇연맹(IFR)이 집계한 지난해 전 세계 산업·전문서비스용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량은 약 7000대다. 판매된 로봇 상당수도 실제 노동 현장보다 연구와 AI 개발 등에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 기대감은 크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는 올해 휴머노이드 출하량이 9만대에 이르고 2030년에는 연간 120만대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실제 시장 확대 속도는 가격과 안전성, 생산능력과 현장 적용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I 기업들은 로봇 완제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부터 각자의 방식으로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오픈AI는 기존 AI 소프트웨어를 넘어 로봇 하드웨어까지 직접 개발하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픈AI는 액추에이터와 기어 등 로봇 관절 관련 설계부터 제어 시스템 소프트웨어, 전기·펌웨어, 추론, 로봇 소프트웨어, 분산 데이터 시스템까지 로보틱스 관련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AI 모델뿐 아니라 로봇 하드웨어와 이를 제어할 소프트웨어,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인프라까지 인력 확보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이달 팟캐스트에서 휴머노이드를 비롯해 다른 형태의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모델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물리 환경에서 작동하는 로봇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행보다.

    구글 딥마인드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범용 AI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공개한 ‘Gemini Robotics 2’는 시각과 언어 정보를 실제 로봇의 움직임으로 연결하는 비전·언어·행동(VLA) 모델이다. 휴머노이드의 발부터 손가락까지 전신을 제어할 수 있고 로봇팔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여러 종류의 로봇이 작업을 나눠 수행하는 기능도 담겼다. 로봇이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수정하고 새로운 형태의 로봇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은 온디바이스 모델의 경우 200개 미만의 시연 사례만으로 새로운 로봇에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앤트로픽은 완성 로봇보다 AI와 물리 장비를 연결하는 표준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모델 하드웨어 표준(MHS)’ 연구 프리뷰를 공개했다. AI 에이전트가 로봇팔과 현미경 등 서로 다른 물리 장비를 찾아 연결하고 작동할 수 있도록 공통 규격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MHS는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모델 중립적인 방식으로 설계됐다. 로봇이나 장비마다 별도의 연결 방식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 AI 에이전트의 활용 범위를 현실 세계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도 로봇 개발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22일 ‘Isaac ROS 5.0’을 공개했다. 오픈소스 로봇 운영체제인 ROS 생태계에 AI 에이전트 기반 개발 기능을 접목해 개발자가 AI를 활용해 로봇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이를 엔비디아 젯슨 플랫폼 등에 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엔비디아는 GPU를 비롯한 컴퓨팅 인프라에서 로봇 시뮬레이션, AI 모델, 실제 로봇에서 AI를 구동하는 컴퓨팅 플랫폼까지 피지컬 AI 관련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빅테크의 로봇 전략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른바 ‘로봇 OS’ 경쟁은 하나의 운영체제를 두고 벌이는 경쟁이라기보다 로봇을 움직이는 AI 모델과 개발 플랫폼, 연결 표준 등 생태계의 기반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가깝다.

    오픈AI가 AI와 로봇 하드웨어를 함께 개발하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면 구글은 여러 종류의 로봇에 적용할 AI 모델, 앤트로픽은 AI와 물리 장비를 잇는 연결 표준에 각각 무게를 두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를 개발하고 구동하는 컴퓨팅·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피지컬 AI 시장이 전망대로 빠르게 성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는 휴머노이드 산업의 높은 기업가치와 실제 상용 수요 사이의 격차를 경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속도 조절에 나섰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의 매출이 실제 독립적인 고객 수요에서 발생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기술 시연보다 실제 배치 규모와 주문량, 사업성을 따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글로벌 AI 기업들은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부터 모델과 개발 플랫폼, 연결 표준을 확보하는 데 나서고 있다"며 "향후 로봇 보급이 확대되면 완성품뿐 아니라 이를 구동하는 AI와 생태계를 둘러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