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대면 영업시간 30분 단축4대 은행 상반기 평균 급여만 7150만 원…삼성전자보다 많아임금 3% 인상·자율출근·조기퇴근 지원책도…고객 편의 외면 비판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평균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고객이 은행 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됐다. 금융권 노사가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하는 동시에 임금 3% 인상과 자율출근제, 금요일 조기퇴근 지원책까지 마련하면서 고객 편의를 뒷전으로 미룬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내년 4월부터 은행 영업점 개점 시간을 현행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30분으로 늦추기로 잠정 합의했다. 폐점 시간은 오후 4시를 유지해 하루 대면 영업시간은 현행 7시간에서 6시간30분으로 줄어든다. 오전 9시 개점을 위해 직원들이 고객을 맞을 준비 등을 위해 영업시간 이전에 출근해야 하는 점이 이번 결정에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도 이번 영업시간 단축을 노동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을 위한 성과로 평가했다. 윤 위원장은 잠정 합의 내용을 지부들에 알리면서 "건국 이래 최초로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했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을 위한 의미 있는 성과를 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높은 임금 수준을 고려하면 금융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임직원의 평균 소득은 1억1850만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은행원 급여는 더 가파르게 뛰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715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350만원보다 12.6%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2013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상반기에만 평균 7000만원 넘는 급여를 받은 만큼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이 이어진다고 단순 가정하면 올해 4대 은행 직원들의 연간 평균 급여는 1억400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

    은행원들의 급여 수준은 국내 대표 기업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 직원의 평균 급여 7150만원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 직원 평균 급여 6300만원보다 850만원 많았다.

    이런 가운데 금융노사는 영업시간 단축뿐 아니라 총액임금 기준 3.0% 인상에도 합의했다. 여기에 주 1시간, 하루 최대 30분 범위에서 출근 시간을 늦출 수 있는 자율출근제를 신설한다.

    지난해 10월 합의한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라스트콜(고객마감제도)'도 도입한다. 조기퇴근 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면 미사용 시간을 모아 연간 최대 이틀까지 보상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원들의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제도는 한층 강화되는 반면 고객에게 제공되는 대면 서비스 시간은 거꾸로 줄어드는 셈이다. 모바일·인터넷뱅킹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됐지만 고령층이나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 대출·상속·외환 등 대면 상담이 필요한 금융소비자에게는 은행 창구가 여전히 필요한 금융 인프라다.

    특히 은행권이 비대면 전환을 이유로 점포를 지속적으로 줄여온 상황에서 영업시간까지 단축되면 대면 금융 접근성이 한층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내온 은행권이 임금과 근무 여건 개선에 앞서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줄일 보완책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