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SK㈜·SK스퀘어·SK하이닉스와 지배구조 얽혀중복상장으로 기존 SK 반도체 관련 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SK, 솔리다임 상장설에 신중…"주주 가치 함께 커질 수 있어"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이르면 내년 미국 증시에 입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중복상장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수요 확대에 대응할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긍정론과 SK그룹 반도체 계열 지배구조에 상장사가 추가되면 기존 주주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솔리다임이 지난주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 절차인 '베이크 오프(bake-off)'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내년 상장이 가능하며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달러, 약 2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해 설립한 미국 법인이다.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기업용 SSD(eSSD)가 주력 제품으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 사업으로 꼽힌다. 현재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설립한 투자 자회사 AI컴퍼니 아래에 있다.

    업계에서는 투자은행과의 협의에 더해 공시 책임자 채용 움직임까지 알려지면서 솔리다임의 상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다층적인 지배구조는 논란이다. SK그룹의 반도체 계열 지배구조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SK㈜와 SK스퀘어, SK하이닉스는 이미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다. 솔리다임까지 미국 증시에 입성하면 동일한 사업의 성과를 직간접적으로 공유하는 지배구조 안에 네 번째 상장사가 생긴다.

    솔리다임은 외부에서 인수한 사업을 기반으로 설립됐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는 전형적인 '쪼개기 상장'과는 차이가 있지만, 모회사를 통해 투자할 수 있었던 핵심 사업에 별도의 투자 통로가 생긴다는 점에서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eSSD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SK하이닉스에 투자했던 자금이 솔리다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투자자가 해당 사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되면 모회사를 보유할 유인이 약해지고, 모회사 주가에는 자회사 지분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할인 요인이 생길 수 있다.

    상장 과정에서 외부 주주가 유입되면 솔리다임의 미래 이익 가운데 SK하이닉스에 간접적으로 귀속되는 비중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쟁점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8월 솔리다임 상장이 피라미드형 지배구조를 심화할 수 있다며 상장 계획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SK그룹이 상장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대응할 투자 재원 확보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솔리다임은 미국 내 낸드 생산거점 구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해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사업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함께 추진한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솔리다임 상장 가능성이 구체화되자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SK하이닉스와 SK그룹 관련주들이 급락했다. 28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5% 하락했고 SK스퀘어와 SK㈜도 각각 8%, 6% 넘게 떨어졌다. 

    다만 솔리다임 미 증시 상장에 대한 시장 우려가 과도하다는 평가도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솔리다임 미국 증시 상장, 해외 공장 투자 이슈 등에 대해서도 "실보다 득이 큰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은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득이 크다"며 "해외 투자 결정은 오히려 관세 리스크를 축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그룹은 솔리다임 상장설과 중복상장 논란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솔리다임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게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이지만, 상장이 이뤄질 경우 확보한 자금을 미 낸드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회사 규모가 더 커지고 주주 가치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