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1991년 첫선임 뒤 13차례 재선임 … 내년 3월 재선임시 14번째8월 80만주 증여 … 강원호 18.12%로 최대주주 등극특수관계인 합산지분 41.59% 그대로 … 오너일가 내부서 지분 중심 이동경영전략-수출 회의-창립기념사 전면엔 강덕영 … 반기보고서상 '업무 총괄'
  • ▲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 대표이사(좌)와 강원호 대표이사. ⓒ한국유나이티드제약
    ▲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 대표이사(좌)와 강원호 대표이사.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최대주주 자리가 아들에게 넘어갔지만, 회사의 얼굴은 여전히 아버지다. 지난달 강덕영 대표가 아들 강원호 대표에게 주식 80만주를 증여하면서 지분 중심은 2세로 이동했다. 그러나 반기보고서상 업무분장은 강덕영 대표가 '업무 총괄', 강원호 대표는 '관리'다.

    올해 주요 경영전략을 외부에 설명하고 해외파트너와 사업 확대를 논의하는 자리에도 강덕영 대표가 나섰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열린 창립기념행사에서도 대표이사 기념사를 맡았다. 지분은 아들에게 넘어갔지만, 경영 전면에는 여전히 부친이 서 있다.

    강덕영 대표는 1991년 6월 사내이사로 처음 이름을 올린 뒤 13차례 재선임됐다. 현재 임기는 2027년 3월26일까지다.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시 선임되면 14번째 재선임으로, 15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최대주주 자리를 아들에게 넘긴 뒤 맞는 첫 임기만료라는 점에서 내년 주총은 단순한 이사 선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전망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강덕영 대표는 8월11일 보유하고 있던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주식 80만주를 강원호 대표에게 증여했다.

    증여 직전 강덕영 대표는 248만4089주, 지분 15.61%를 보유하고 있었다. 증여 이후 보유주식은 168만4089주, 지분율은 10.58%로 낮아졌다. 반대로 강원호 대표는 208만3400주, 13.09%에서 288만3400주, 18.12%로 올라 부친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

    회사 최대주주도 '강덕영 외 15인'에서 '강원호 외 15인'으로 변경됐다. 다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전체 보유주식은 661만7910주, 지분율은 41.59%로 전후가 같다. 오너일가 전체의 지배력에는 변화가 없고, 그 안에서 지분 중심이 강덕영 대표에서 강원호 대표로 이동한 구조다.

    지분 이전은 사전에 공개된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강원호 대표는 올해 3월24일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같은 날 이사회에서는 강원호 대표에 대한 대표이사 보선안이 의결됐다. 이어 강덕영·강원호 대표는 7월10일 80만주 증여·수증계획을 보고한 뒤 8월11일 실제 지분 이전을 마무리했다.

    강원호 대표는 다른 계열사에서도 이미 지분 기반을 확보했다.

    관련 공시를 보면 강원호 대표는 지난해 4월부터 완제·원료의약품 제조·수출사인 한국바이오켐제약 지분 43.73%와 제약공장 건설·플랜트 설계 및 기계 제작업체인 유엠에스엔지니어링 지분 52.00%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올해 8월 상장 핵심법인인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최대주주에도 오르면서 그룹 내 지분상 위치가 한층 선명해졌다.

    그러나 지분승계의 속도와 달리 경영 역할에는 아직 뚜렷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는다. 강덕영 대표는 2월 전문지기자단을 대상으로 열린 신년 경영전략 간담회에서 약가인하 대응과 개량신약 연구개발, 수출확대 전략을 직접 제시했다. 앞서 1월에는 베트남 현지 파트너 바이오남 경영진과 만나 항암제와 일반의약품 판매 확대방안을 논의했다.

    최대주주가 바뀐 뒤에도 대외 행보는 이어졌다. 강덕영 대표는 9월11일 열린 창립 39주년 기념행사에서 대표이사 기념사를 맡아 임직원들에게 향후 성장을 강조했다. 회사가 최근 배포한 말레이시아 항암제 공급계약 보도자료에서도 대표자는 강덕영 대표로 표기됐다.

    홈페이지의 대외 표기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현황에는 강덕영·강원호 두 사람이 대표이사로 기재돼 있지만, 기업 개요와 CEO 소개·인사말은 강덕영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최대주주는 바뀌었지만, 회사의 경영 메시지와 대외 이미지는 여전히 창업주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을 넘겨 최대주주가 바뀌었다고 해서 경영권까지 동시에 넘어갔다고 보긴 어렵다"며 "공시상 강덕영 대표가 업무 총괄을 맡고 있고,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대외 행보를 이어간 만큼 내년 사내이사 임기만료를 전후한 역할 조정이 실질적인 경영 승계를 판단할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세종1공장. ⓒ한국유나이티드제약
    ▲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세종1공장.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강원호 대표는 1976년생으로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아주대에서 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노피아벤티스 근무 경력이 있으며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서는 20년 근무했다. 지분과 사내이사 임기 측면에서는 장기적인 경영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지분승계 뒤에는 사업성과를 입증할 순서가 남았다. 강원호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설 경우 핵심 과제는 강덕영 대표가 구축한 개량신약 중심의 수익구조를 해외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실로스탄CR', '아트맥콤비젤', '가스티인CR' 등 현재까지 21개 개량신약 및 신제제 개선품목을 출시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개량신약이 차지한 비중은 약 60%다. 현재 30여개 개량신약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으며 수년 내 관련 매출 비중을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수익성과 연구개발 역량은 안정적이다. 올 상반기 매출은 1510억원, 영업이익은 24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6.2%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로 매출의 11.6%인 175억원을 투입했다.

    반면 수출액은 16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6%에 머물렀다.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을 실제 제품과 해외 매출로 연결하는 것이 강원호 대표 체제의 경영성과를 가를 과제인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원호 대표가 최대주주가 된 만큼 다음 단계는 실제 사업과 투자의사 결정에서 역할이 얼마나 확대되느냐가 될 것"이라며 "개량신약 R&D와 해외사업 등 핵심 분야에서 경영 주도권이 어떻게 바뀌는지가 승계 과정을 보여주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선은 내년 3월 정기주총과 이사회로 향한다. 강덕영 대표가 사내이사로 다시 선임되면 15의 임기가 시작된다. 이 경우 최대주주는 아들, 업무 총괄은 부친인 현재의 공동경영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강덕영 대표가 물러나거나 업무 총괄 역할이 강원호 대표에게 넘어가면 지분승계가 경영 승계로 이어지는 신호가 된다.

    내년 3월 결정되는 것은 사내이사 한 자리가 아니다. 35년 넘게 이어진 창업주의 역할을 연장할지, 최대주주가 된 아들에게 회사의 지휘봉까지 넘길지를 가르는 첫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