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래처는 USDC 결제 요청…국내 기업은 수취·환전부터 난관글로벌 기업 간 스테이블코인 결제 확대…B2B 결제 규모 733% 증가美, 지니어스법 시행 준비…클래리티법 좌초에도 기준 정비한국은 입법 일정 불투명…"가능한 준비부터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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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리티법 입법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은 행정 기관들이 기존 권한을 활용해 거래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수출대금을 받는 절차조차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함께 현행 제도에서 가능한 실증과 실무 기준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서병윤 DSRV 대표 겸 스테이블코인협의회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블록체인 위 금융의 미래' 세미나에서 국내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무역대금 수취 문제를 제기했다. 

    서 협의회장은 "해외 기업이 USDC 등으로 무역대금을 지급할 때 어떻게 받아야 하느냐는 문의가 지난해부터 많이 들어왔다"며 "법인의 거래소 계좌 개설도 가이드라인만 나온 상태"라고 말했다. USDC는 미국 가상자산 사업자 '서클'이 발행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다.

    그는 "개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지갑을 만들어서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횡령·배임 등의 처벌 가능성이 생기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으로 무역대금을 받았다가 기소된 사례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기업 간 스테이블코인 결제 수요는 확대되고 있다.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기업 간(B2B) 스테이블코인 결제 규모는 약 226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대비 733% 증가한 규모다. 

    우리나라의 현행 외국환거래법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무역대금 지급수단으로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오는 12월 시행되는 개정 외국환거래법도 가상자산이전업자의 등록·보고 체계를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업의 무역대금 수취·환전·신고 절차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협의회장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없으니 이 공백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이냐"며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규제 샌드박스 등 다양한 방식의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은 입법 차질에도 거래 조건 구체화

    미국에서는 포괄적인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이 지연되는 가운데 행정기관이 기존 권한을 활용해 일부 디지털자산 사업의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클래리티법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에서 절차 진행에 필요한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부결 직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나서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SEC는 17일 토큰화된 미국 상장주식(토큰 주식)을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일부 규제의 5년간 조건부 면제 조치를 내놨다. 요건을 충족하는 거래 플랫폼에 대해 기존 거래소·딜러 정의의 적용을 면제해 시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해당 조치로 토큰 주식 거래가 확산하면 24시간 거래와 보다 신속한 결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대신 SEC는 스마트계약의 공개·감사 가능성, 거래정보 공개, 기초주식 거래정지 시 연동 중단 등 투자자 보호장치를 요구했다. 주식을 블록체인에서 거래할 길은 열면서 운영 조건도 함께 제시한 셈이다.

    CFTC도 기존 권한을 이용해 디지털자산의 금융 활용 기반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스테이블코인을 파생상품 증거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4일에는 등록 사업자가 고객 자금을 토큰화 형태로 운용하거나 블록체인에 기록을 보관할 때 적용할 기준 제시해 토큰화 자산 운용 규율을 명확화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규율하는 '지니어스법'을 제정하고 시행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주도권을 갖는데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 ▲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증권거래위원회(SEC)본부 ⓒ연합뉴스
    ▲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증권거래위원회(SEC)본부 ⓒ연합뉴스
    ◆ 기본법에 과세까지…한국 디지털자산 논의 과제 산적

    한국에서도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올해 토큰증권 도입을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금융위원회는 이달 토큰증권 발행·유통 인프라와 업무 기준에 관한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다만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야 모두 디지털자산기본법 공청회 개최 방침을 밝혔지만, 정부안 제출이 늦어지면서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당초 9월 말 공청회를 시작으로 10월 국정감사, 11월 법안소위 심사를 거쳐 정기국회 내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청회 개최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후속 입법 일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논의까지 맞물리며 국회가 풀어야 할 과제는 쌓여 있다. 입법 일정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현행 제도 안에서 추진할 수 있는 실증과 실무 기준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협의회장은 "미국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며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라도 정부와 국회,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