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 14배 … 상위 1채로 하위 14채 산다상위 20% 한 달 새 2천만원 올라 … 하위 20%는 9만원 그쳐반도체 벨트 상승률 전국 1~4위 … 경기, 반년 만에 서울 앞질러
  • ▲ 동탄 일대 아파트.ⓒ연합뉴스
    ▲ 동탄 일대 아파트.ⓒ연합뉴스

    서울에서는 중저가 아파트가 오르며 고가 단지와의 격차가 16개월 만에 가장 좁아졌지만 전국 단위 격차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로 벌어졌다. 동탄·기흥 등 반도체 벨트가 규제지역으로 묶였지만 정작 이 일대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상위권 집값을 끌어올린 영향이다.

    30일 KB부동산의 9월 월간 주택가격동향(14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의 5분위 배율은 14.0배로 집계됐다.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격차를 벌린 건 상위권의 가파른 오름세였다. 이달 전국 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650만원으로 한 달 전(15억8544만원)보다 2106만원(1.3%) 뛰었다. 반면 1분위 평균가격은 1억1509만원으로 전월(1억1500만원) 대비 9만원(0.07%) 오르는 데 그쳤다.

    5분위 배율은 전국 아파트를 가격 순으로 줄 세워 5개 구간으로 나눈 뒤 상위 20%(5분위) 평균가격을 하위 20%(1분위) 평균가격으로 나눠 구한다. 배율이 14.0배라면 상위 20% 아파트 한 채 값으로 하위 20% 아파트 14채를 사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KB부동산은 전국 240개 시·군·구 6만2220가구를 표본으로 삼아 조사하며 평균 매매가격은 등록 중개업소가 입력한 시세를 자체 검증해 산출한다.

    전국 5분위 배율은 집값이 급등하던 2022년 3~8월 10.1배까지 치솟은 뒤 한동안 내림세를 탔다. 이후 다시 방향을 틀어 오름세를 이어간 끝에 이번에 14배 선까지 올라섰다.

    상위권 가격을 밀어 올린 진원지로는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가 꼽힌다.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와 맞닿은 수원 영통구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영통구 '영통SK뷰' 전용 84㎡는 지난 2일 11억1900만원에 팔려 처음으로 11억원 선을 넘었다. 인근 '힐스테이트영통' 같은 면적도 지난 14일 15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6월 말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동탄구 '동탄역유림노르웨이숲' 전용 84㎡ 42층은 지난 5일 16억3500만원에 손바뀜하며 종전 기록을 넘어섰다. 기흥구 '기흥역센트럴푸르지오' 같은 면적 28층은 11억원에 매매돼 처음 11억원대에 진입했다.

    주간 통계에서도 이런 흐름이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전보다 0.23% 올라 서울(0.13%)을 앞질렀다. 경기 상승폭이 서울을 웃돈 건 지난 3월 이후 약 반년 만이다. 이어 전국 상승률 1~4위도 모두 경기 지역이 휩쓸었다. 수원 영통구가 1.09%로 선두에 섰고 △수원 권선구(0.66%) △용인 기흥구(0.48%) △화성 동탄구(0.45%)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낸 대규모 주거 수요를 등에 업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이 제공하는 사내 대출 같은 주거 복지까지 더해져 집값을 떠받치는 구조다.

    서울만 떼어 놓고 보면 흐름은 정반대다. 강남권 고가 단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중저가 아파트값이 빠르게 뛰면서 서울 5분위 배율은 6.3배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5월(6.1배) 이후 16개월 만의 최저치다. 서울 1분위 평균가격이 5억4138만원에서 5억5292만원으로 2.13% 오르는 동안 5분위는 0.42% 상승한 34억7456만원에 머물렀다.

    시장에서는 전국 단위 양극화의 배경으로 '수도권 집중'을 꼽는다. 양질의 생활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만큼 지방 집값 부진이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경기 남부에 붙은 불씨는 인접 지역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수원 아파트를 판 수요는 광교·분당으로, 광교·분당을 정리한 수요는 다시 위례나 송파구 문정동으로 옮겨갈 수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연쇄 이동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벨트발 유동성이 수도권 상급지 전반으로 퍼지며 집값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여진다"며 "수도권 안에서는 불길이 번지고 지방은 제자리에 머무는 만큼 전국 집값 격차가 당분간은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