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가입률 97.5%에도 TV 시청 감소 … ‘유사 코드커팅’ 진단지상파 광고 10년 새 64% 감소 … “광고는 시청의 그림자”콘텐츠 아닌 서비스 경쟁력 문제 … 편성·요금·광고 구조 개선 제언
  •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위기를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이나 규제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유료방송 가입 기반은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방송 시청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유료방송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영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연구소 C&X 대표는 지난달 29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개최한 기자스터디에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을 ‘유사 코드커팅 시장’으로 진단하고 이같이 밝혔다.

    조 대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가입률은 97.5%다. 2025년 하반기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는 3615만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TV 수상기를 통한 OTT 이용률은 36.4%까지 높아졌다.

    조 대표는 이를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는 ‘코드커팅’과 구분되는 ‘유사 코드커팅’으로 설명했다. 가입은 유지하면서도 실제 방송 시청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코드는 끊지 않았지만 TV를 보는 시청 행위 자체는 코드커팅이 일어난 것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광고 시장도 위축됐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 시장은 2015년 1조9112억원에서 2022년 약 1조2000억원, 2023년 9279억원, 2024년 8354억원, 지난해 6936억원으로 감소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64% 줄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유료방송 플랫폼과 방송사의 경영지표도 악화됐다. 유료방송 가입자는 2023년 하반기 이후 감소해 지난해 하반기 3615만명을 기록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영업이익은 2014년 약 4500억원에서 2024년 148억원으로 97% 감소했다. 지상파 전체 영업손익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조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을 넷플릭스 등 OTT 확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할 경우 OTT가 성장한 국가에서도 TV 광고 시장이 국내와 동일한 흐름을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구독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SVOD)를 제외한 TV 광고 시장은 한국에서 2023년 23%, 2024년 9.9%, 지난해 17% 각각 감소했다. 3년 누적으로는 43% 줄었다.

    반면 미국은 2023년 7.9% 감소한 뒤 2024년 7.2% 증가했고, 영국은 2023년 8.9% 감소한 뒤 2024년 3.8% 증가했다. 조 대표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리니어 방송에서 빠진 광고가 FAST·AVOD·방송사 VOD 등으로 이동한 반면 한국과 중국에서는 이 같은 이동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채널 사업자의 수익 구조도 해외와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코드커팅 시장에서는 유료방송 가입자가 줄면서 광고 수익과 수신료 배분 수익이 함께 감소한다. 이에 채널 사업자가 FAST 등 다른 시장으로 이동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실제 시청이 줄어 광고 수익이 감소하더라도 유료방송 가입 기반에 따른 수신료 배분 수익은 유지되는 구조다. 조 대표는 이 때문에 국내 채널 사업자가 기존 유료방송 시장에 머물게 되고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TV 시청 감소의 원인으로는 유료방송의 서비스 경쟁력을 꼽았다.

    조 대표는 유료방송 가입률이 97.5%에 달하는 만큼 접근성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방송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OTT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어 콘텐츠 경쟁력만의 문제로 볼 수 없으며, 유튜브 역시 TV 시청 감소를 설명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조 대표는 “TV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가격도, 상품도, 기술(UI·UX)도”라고 진단했다.

    유료방송과 OTT의 이용 방식 차이도 제시했다. 유료방송은 정해진 편성 시간과 순서에 따라 콘텐츠를 시청하는 방식이 중심인 반면 OTT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순서에 맞춰 볼 수 있다. FAST 역시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면서 앞뒤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VOD 가격과 이용 기기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자료에서는 유료방송의 경우 방송사별 VOD를 따로 구매하는 반면 OTT는 월정액 하나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멀티디바이스와 동시 시청도 지원한다는 점을 비교했다.

    조 대표는 광고 규제 완화 등 기존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규제 완화만으로 시장이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규제 완화는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며 “다 해준다고 해서 살지 못한다는 게 제 얘기”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확보한 기간 동안 유료방송 사업자와 채널 사업자가 OTT와 경쟁할 수 있도록 서비스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편성·요금·광고·청구 체계 개편을 제안했다. 실시간 중심의 편성 방식을 개선하고 OTT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광고 역시 온디맨드 방식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터넷프로토콜(IP) 기반 서비스에서는 실시간 방송부터 ‘타임시프트’를 수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플랫폼과 채널 사업자가 서비스 구조를 함께 개선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기술 표준 개선을 규제 당국에 요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사업자가 해야 될 걸 하자”며 “유료방송의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자와 채널 사업자가 같이 그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