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관계사 2200명 순차 이동…기존 인력 합쳐 청라 4000명 집결 14년 만에 하나드림타운 완성 … 서울 대외업무는 명동 거점 활용인프라 서울 집중 속 '청라 실험…최고 의사결정 기능까지 '脫서울' 가능할까
  • ▲ 하나금융그룹 청라헤드쿼터 ⓒ하나금융
    ▲ 하나금융그룹 청라헤드쿼터 ⓒ하나금융
    하나금융그룹이 10개 관계사 임직원 2200명의 인천 청라 이전을 진행하는 가운데 함영주 회장도 집무실을 청라로 옮기고 서울 명동 거점을 병행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함 회장의 주 근무지는 청라로 옮기지만 대외업무를 위한 서울 거점을 별도로 두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핵심 인력을 한곳에 모아 협업과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청라 실험'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서울과 청라의 이원화된 경영 거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금융 인프라와 대외업무가 서울에 집중된 현실에서 하나금융의 청라 체제는 본사 주소지뿐 아니라 최고 의사결정 기능까지 서울 밖으로 옮길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청라 그룹헤드쿼터(HQ) 이전 이후에도 함 회장이 사용해온 명동 집무실을 활용할 예정이다. 함 회장의 주근무지는 청라로 바뀌지만 서울에서 회의나 대외 일정이 있을 때는 기존 명동 집무실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회장의 메인 베이스는 청라로 보면 된다"며 "명동 집무실은 청라 이전 이후에도 유지하고 회의나 대외 일정이 있을 때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동사옥 전체의 향후 활용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회장 집무실은 별도로 남겨두는 것이다.

    명동은 하나금융의 오랜 경영 거점이다. 옛 외환은행 본점인 명동사옥을 그룹 주요 업무공간으로 사용하다 2019년 부영그룹에 9000억원에 매각한 뒤 임차해왔다. 임대차 계약은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계약 연장 여부를 포함한 사옥 활용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지주와 주요 관계사가 청라로 이동하면서 그룹 경영의 중심은 옮겨가지만 서울 대외업무를 위한 회장 공간은 남게 된다.

    청라 이전은 2012년 시작한 하나드림타운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다.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에 이어 글로벌캠퍼스를 조성했고 올해 그룹HQ까지 들어섰다. 신사옥은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2만 8503㎡ 규모다. 지난달 14일 지주 전 직원과 하나은행·하나금융티아이 일부 직원이 첫 업무를 시작했고 하나에프앤아이도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하나캐피탈과 하나생명·하나증권·하나카드·하나저축은행 등이 순차적으로 합류한다. 연말까지 10개 관계사 2200명이 이동하고 기존 인력을 합치면 청라 근무자는 약 4000명으로 늘어난다.

    하나금융 신사옥에는 청라 집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업무환경도 적용됐다. 업무층 한 층의 전용면적은 약 1100평으로 기존 명동사옥의 3배 수준이다. 여러 조직을 같은 층에 배치하고 층간 내부계단과 공용공간을 늘려 관계사와 부서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좁혔다. 고정된 유선망 대신 금융권 최초로 5G 특화망을 구축해 직원들이 노트북을 들고 자리를 옮겨가며 내부 업무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과 IT는 청라 집결의 또 다른 축이다. HQ에서 도보권에 있는 통합데이터센터에는 약 1800명의 IT 인력이 모인다. 전 계열사에 대한 외부 공격을 24시간 살피는 보안관제 기능도 이곳에 집약돼 있다. 지주와 금융 관계사, IT 인력이 가까운 거리에서 근무하면서 AI·데이터 기반 금융서비스 개발과 그룹 공동 사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함 회장이 청라 이전을 단순한 사옥 이동보다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의 변화로 강조해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함 회장은 청라를 그룹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거점으로 제시해왔다. 함 회장 역시 신사옥 15층을 주 집무실로 사용하고 주요 그룹 경영회의도 원칙적으로 청라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청라의 성과는 하나금융의 성장전략과도 맞물린다. 하나금융은 올해 상반기 2조 4029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을 합한 핵심이익은 6조 2956억원으로 13% 늘었고 수수료이익은 1조 4874억원으로 37.7% 증가했다. 하나증권 순이익도 2731억원으로 155.7% 뛰었다. 은행에 집중된 수익 기반을 증권·자산관리와 AI·디지털 등으로 넓혀야 하는 상황에서 관계사 집결을 실제 공동 사업과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다음 단계다.

    직원들의 안착은 풀어야 할 과제다. 서울에서 청라로 근무지가 바뀌면서 일부 계열사 노조는 교통·주거 지원과 유연근무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회사는 현재 약 40대의 통근 셔틀을 운영하고 직원 수요에 따라 노선 조정과 증차를 검토할 계획이다. 사무공간과 디지털 인프라를 바꾸는 것만큼 달라진 출퇴근 환경과 근무 방식에 직원들이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도 조직 통합의 변수다.

    함 회장의 '두 집무실'도 이런 청라 체제 속에서 운영된다. 내부 경영과 관계사 협업은 청라를 중심으로 가져가면서 서울에서 필요한 회의와 대외 일정은 명동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물리적으로 4000명을 모은 효과를 비은행·AI·디지털 등 사업 성과로 연결하면서 서울 업무 수요와 직원 근무 여건까지 조율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열사와 IT 인력이 한 지역에 모이고 업무환경까지 바꾸면 공동 사업이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여지는 있다"며 "관계사 간 협업이 실제 새로운 사업과 수익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따라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