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이월공제·주식과의 형평성·과세 인프라 쟁점국민의힘 폐지·유예안 발의…민주당서도 시점 조정론
  • 내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과세 폐지와 유예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잇따라 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투자자들이 과세 형평성과 제도적 준비 부족을 문제 삼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과세 체계와 시행 시점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공개된 ‘코인과세 2년 유예’ 청원이 약 3주 만에 5만명의 동의를 넘어섰다. 지난 5월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에 이어 넉 달 사이 두 차례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된다. 연간 손익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투자자들이 제기하는 주요 쟁점은 손실 처리와 다른 투자자산과의 과세 형평성이다. 현행 가상자산 과세 체계에서는 한 해 발생한 손실을 다음 과세연도로 넘겨 향후 이익에서 차감하는 손실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여러 해에 걸쳐 손실과 이익을 반복한 투자자는 누적 투자성과와 실제 과세소득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 과세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5월 과세 폐지 청원에서도 주식 등 다른 투자자산과의 과세 형평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세 인프라를 둘러싼 우려도 남아 있다. 가상자산은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넘나들며 거래되는 만큼 취득가액과 거래 내역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테이킹이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등 다양한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과 손실을 어떻게 산정할지도 과제다.

    정부는 현행법에 따라 내년부터 과세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과세 인프라와 제도적 준비 상황 등을 이유로 과세 체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5대 원화 거래소와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개선 정책간담회’를 열고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송언석 의원이 가상자산 소득세 과세 조항을 삭제하는 폐지안을 발의했다. 김상훈 의원과 정성국 의원은 시행 시점을 각각 2029년과 2030년으로 늦추는 유예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상훈 의원은 “조세 형평성과 과세 인프라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시행부터 서두르면 선의의 투자자들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고 제도의 완성도를 높인 뒤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과세 시점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민병덕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가 법은 느리고 과세만 빠르다는 지적에서 벗어나려면 과세 시점을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이후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