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 전문의 93% 반대에도 국회 문턱 넘어 … 시행까지 6개월현장 요구는 묵살하면서 반대 정책 강행 … 시행규칙·지침만큼은 의견 들어야소아응급실 압수수색까지 거론 … 처벌 강화하면서 필수의료진 보호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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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응급실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응급환자 수용을 둘러싼 의료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에 현장 전문의 93%가 반대했음에도 법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었다며 향후 발생할 부작용의 책임을 일선 의료진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법 시행까지 남은 6개월 동안 마련될 시행규칙과 세부 지침에는 배후진료와 의료자원 등 응급의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일 "현장 응급의료진이 지난 5년간 그토록 반대했고 설문조사 결과 93%가 반대한 미수용 방지 법안의 통과에 허탈함과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지난 20년간 응급의료 현장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온 조치들은 묵살하면서 현장이 반대하는 정책들은 기어이 통과시키는 관리당국의 무책임함과 무모한 고집에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법안 마련 과정에서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자신을 '임상의사는 아니지만 응급의료 관련 의료정책을 30년 넘게 연구한 전문가'라고 언급했다"며 "바로 그 점이 문제라는 것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비전문가가 현장을 무시하고 정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응급의료 현장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 "법 통과됐어도 시행규칙은 현장 목소리 들어야"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의료계의 시선은 시행 전 6개월 동안 마련될 하위 규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응급의학계는 그동안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원인이 응급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입원 병상이나 수술·시술이 가능한 전문의 등 배후진료 역량 부족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일률적인 수용 의무 강화에 반대해 왔다.

    환자를 일단 수용하도록 한 뒤 실제 필요한 배후진료가 불가능하면 다른 병원으로 다시 보내야 하는 '재이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의사회는 법 시행 자체를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세부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라도 현장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시행까지 남은 6개월 동안의 시행규칙 및 지침 마련만큼은 최소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숙고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언제든지 논의하고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소아응급실 압수수색까지 소환…"처벌과 필수의료진 보호 양립 못해"

    전날 수원지역 소아응급실에서 진행된 경찰 압수수색도 이번 성명에 등장했다.

    최근 소아응급환자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기남부경찰청이 소아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을 두고 응급의학계에서는 필수의료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회는 "현장의 의료진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임에도 오히려 의료진을 범죄자 다루듯 집행하는 현실에서 양질의 소신 진료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진의 무차별 처벌과 필수의료진의 보호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앞서 소아응급의학계에서도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소아응급센터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된 데 대해 다른 응급환자의 진료 흐름과 안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 "국가가 최종치료까지 책임진다 했으니 의료진에 책임 넘기지 말라"

    의사회는 법 시행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응급환자의 이송부터 최종 치료까지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법안 시행 이후 수용·전원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개별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형민 회장은 "국가가 이송부터 최종 치료까지 책임지겠다고 공언했으니 이 법안의 발의자들과 관계당국은 모든 책임을 끝까지 져야 할 것"이라며 "현장의 전문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이 정부가 바라는 응급의료 개혁의 실체가 무엇인지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라"며 "환자를 살리고 의료진에게 일말의 희망을 주는 진정성 있는 입법과 정책 전환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