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피해 롯데칠성도 대표 출석 … 가담사와 동일한 신문 요지입점 약국 문제에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까지 증인 채택개인정보 유출은 CISO 출석 … 현안별 증인 선정 기준 제각각
  • ▲ 2025년도 국정감사 ⓒ연합뉴스
    ▲ 2025년도 국정감사 ⓒ연합뉴스
    10월 국정감사에 유통·식품·플랫폼업계 경영진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기업인 소환의 적절성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의 위법 행위나 경영 판단과 직접 맞닿은 사안뿐 아니라 담합 피해기업, 입점 사업자의 영업과 관련한 현안에도 대표이사까지 국감장 출석을 요구받으면서 사안의 무게와 출석 대상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는 롯데칠성음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는 7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조영식 CJ제일제당 부사장, 이운익 삼양사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를 채택했다. 세 사람의 신문 요지는 모두 ‘담합 등 부당거래행위 관련 질의’로 같다.

    하지만 세 기업이 해당 사안에서 놓인 위치는 다르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설탕·전분당 등 식품 원재료 담합 사건의 제재 당사자인 반면 롯데칠성은 이들 제당업체로부터 설탕을 구매한 주요 수요처다. 롯데칠성은 담합에 가담한 기업이 아니라 가격 담합에 따른 피해를 입은 거래 상대방이다.

    국감에서는 담합으로 오른 원재료 가격이 음료 가격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질의가 예상된다. 그러나 담합 당사자들과 피해 수요처를 같은 신문 요지로 묶고, 피해기업에서도 실무자가 아닌 대표이사까지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것이 필요한지를 두고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오는 8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형천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역시 비슷한 사례다. 이 대표의 신문 요지는 ‘창고형 약국 운영 관련’이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운영하는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에 대형 창고형 약국인 운정빌리지약국이 입점한 데 따른 것이다.

    신세계프라퍼티가 해당 약국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복지위는 실제 창고형 약국을 운영하는 이윤주 운정빌리지약국 대표와 이민기 시흥 메가온누리약국 대표도 증인으로 함께 채택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임차인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과 인력 운영, 의약품 판매 등 구체적인 영업 행위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형 유통시설에 창고형 약국이 입점하는 과정에서 시설 운영사의 역할을 확인할 필요는 있지만, 실제 약국 운영자들이 별도로 증인석에 서는 상황에서 임대·운영사 대표까지 동시에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 ▲ 스타필드빌리지 운정ⓒ신세계프라퍼티
    ▲ 스타필드빌리지 운정ⓒ신세계프라퍼티
    반대로 현안의 직접 책임자를 중심으로 증인을 채택한 사례도 있다.

    오는 6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쿠팡의 브렛 앤서니 매티스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와 우아한형제들의 김정훈 CISO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매티스 CISO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후속 개선조치, 김 CISO는 우아한형제들의 개인정보 침해·유출 사고와 관련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대표이사 대신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보호 책임자를 부른 것이다.

    한편 올해 국감에서는 유통·식품·플랫폼업계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출석 요구가 상임위원회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다.

    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출과 입점 상인 피해 등이 주요 질의 사유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의 자금 지원과 회생 과정에서의 책임을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를 비롯해 주성원 쿠팡 총괄부사장, 김용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 오진석 GS리테일 부사장 등이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주연 대표에게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관련 현안이 집중될 전망이다. 주성원 쿠팡 총괄부사장에게는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의 납품업체 전가 여부, 김용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에게는 배민 운영과 거래 방식, 오진석 GS리테일 부사장에게는 GS25 납품 방식과 관련한 질의가 예정돼 있다.

    복지위 국감에서도 식품업계 경영진이 출석 명단에 포함됐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는 구남주 한국코카콜라 상무가 청소년 고카페인 음료 섭취 문제와 관련한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기업인 증인 채택은 국회가 정부 정책과 관련 현안의 책임 소재를 확인하는 주요 수단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이나 위법 행위가 현안의 핵심이라면 최고경영진을 상대로 책임을 확인할 필요성도 있다.

    다만 올해 증인 명단에서는 같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도 CISO 등 담당 책임자를 부르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담합 피해기업이나 입점 사업자의 영업 문제에도 대표이사를 직접 출석시키는 사례도 나타났다. 

    기업의 대표성을 이유로 최고경영진부터 증인으로 채택하기보다는 실제 해당 사안의 의사결정권과 책임 소재를 기준으로 출석 대상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감에서 기업의 책임을 따지는 것 자체에는 이견이 없지만, 대표이사가 직접 답해야 할 경영 판단인지 실무 책임자가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인지에 대한 구분은 필요하다”며 “대표를 일단 부르고 보는 방식이라면 국감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