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분 15% 제한에 벤츠 판매 금지 우려, 중국차 차단 법안 제동
포드·GM, CATL 배터리·기술 활용해 원가 절감 추진
현지 투자 늘리는 현대차그룹, 미국차와 가격 경쟁 부담까지 더해질까
  • 미국 자동차업계가 중국과 ‘불편한 공생’을 이어가고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차 진입을 차단하는 데 동의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넓혀가고 있다. 금지 범위를 넓히면 미국차의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어 규제의 선을 어디에 그을지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2일 미국 상원에 따르면 버니 모레노·엘리사 슬롯킨 의원은 중국차 금지를 위한 ‘2026 커넥티드 차량 보안법’의 휴회 전 통과를 추진했지만 랜드 폴 의원의 반대로 처리가 불발됐다. 

    메르세데스-벤츠까지 미국 판매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걸림돌이 됐다. 법안은 중국계 기업의 지분이 15%를 넘는 제조사의 차량 판매도 제한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중국계 지분은 19.67%로 베이징자동차그룹이(BAIC) 9.98%, 지리그룹 창업자 리슈푸의 투자회사가 9.69%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모레노 의원은 벤츠의 미국 판매를 막으려는 취지가 아니라며 최종 법안에서 이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배경에는 벤츠의 지분 문제뿐 아니라 중국 기업과 손잡는 미국 완성차업체들의 변화된 전략도 있다는 지저기 나온다. 중국 관련 규제가 자국 업체의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테드 크루즈 상원 상무위원장은 지난 7월 심사에서 외국산 배터리 사용까지 제약할 경우 제조사들이 차량당 약 5000달러 더 비싼 GM 배터리를 사용하도록 내몰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완성차업체들은 높은 생산비와 수요 둔화에 밀려 전기차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해 12월 195억달러, GM은 올해 1월 60억달러 규모의 사업 축소 관련 비용 반영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폴 의원 역시 법안이 포드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켄터키주의 포드 배터리 사업을 언급했다. 포드는 CATL과 기술 라이선스 및 서비스 계약을 맺고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유지하면서 중국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이다. 포드는 지난해 12월 SK온과 미국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를 해체하기로 합의했다. 

    GM 역시 가장 저렴한 순수 전기차 모델인 쉐보레 볼트에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을 사용하고 있다.  GM은 지난해 해당 조달 계획과 관련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공급사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협력은 배터리 기술을 넘어 수출사업 등 전방위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지난 7월 포드는 중국지리자동차와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 합작사를 설립해 2028년부터 포드 차량 3종과 지리 전기차 2종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9일 자본 효율성이 높고 부족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차 진입은 막으면서 자국 업체의 중국 기술 활용은 허용한다면 현대차그룹의 경쟁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현지 생산시설의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 동시에 중국 기술로 원가를 낮춘 포드·GM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차를 시장 밖에 두더라도 중국의 원가 경쟁력은 미국 브랜드를 통해 현대차그룹을 압박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지난달 3일 의회에 중국 커넥티드 차량 금지 법안을 연내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GM도 법안 발의 당시 미국 제조업과 자동차 업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지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