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금 30g부터 맡겨 … 금거래소 대여해 수익 창출연 1.5% 목표 수익률, 금값·거래상대방 위험에 노출예금자보호 안 되고 중도해지 불가, 투자 유의 필요
  •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집에 보관하던 골드바나 돌반지 등 실물 금을 은행에 맡기고 이자를 받는 ‘실물 금 신탁’ 상품이 눈길을 끈다. 금값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얻는 기존 금 투자상품과 다르게, 고객이 맡긴 금을 금거래소에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시하는 이자 수익률을 확정수익으로 볼 수 없으며, 금값 하락이나 제휴사업자의 신용위험 등에 따라 원금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실물 금을 활용한 신탁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금을 맡기면 제휴 금거래소가 금을 감정·가공해 금지금(순도 99.99% 이상인 표준화된 금괴)으로 만든 뒤 이를 일정 기간 빌려가는 방식이다.

    농협은행 ‘NH 골드채움신탁’을 보면 고객이 골드바나 금제품을 맡기면 제휴사인 삼성금거래소가 중량과 순도를 감정한다. 고객이 감정 결과에 동의하면 금을 순도 99.99% 이상의 금지금으로 가공하고, 농협은행은 이를 삼성금거래소에 소비대차(빌린 것과 같은 품질의 물건을 나중에 돌려주는 계약) 방식으로 대여한다.

    고객이 맡긴 금이 그대로 보관됐다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삼성금거래소는 대여받은 금을 판매하고, 판매대금으로 사업을 영위해 수익을 내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만기가 되면 같은 중량의 금을 다시 마련해 돌려주고, 금을 빌린 대가로 이자를 지급한다.

    고객에게는 제휴사가 제조한 프레스 골드바와 운용수익이 돌아온다. 농협 상품은 최소 30g부터 5g 단위로 가입할 수 있으며, 만기에도 가입한 중량에 맞춰 금이 반환된다.

    수익은 금값 상승에서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농협 상품의 소비대차 이율은 연 1.8%로 정해져 있고, 여기서 연 0.3%의 신탁보수를 차감해 연 1.5%의 목표수익률을 제시한다. 이자는 소비대차 계약일 제휴사업자가 최초 고시한 금 가격에 적격 금지금 중량을 곱한 간주원금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다만 연 1.5%가 고객에게 보장되는 수익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품설명서에는 신용위험에 따라 원금의 일부 또는 전액 손실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원금과 투자수익이 보장·보호되지 않으며 예금자보호 대상도 아니다.

    또한 투자자에게는 금값 변동이라는 위험성이 있다. 고객은 금의 중량을 기준으로 만기에 실물 금을 돌려받지만, 금 가격이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한 금의 가치가 가입 당시보다 낮아질 수 있다. 즉 연 1.5%의 목표 수익률이 붙더라도 금 자체의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한다고 볼 수 없다.

    제휴 사업자의 신용위험도 있다. 금을 빌려간 삼성금거래소가 이자나 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할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삼성금거래소로부터 간주원금의 100%에 해당하는 AA- 이상 채권이나 예금 등을 담보로 받도록 했다. 또 만기에 반환해야 할 금을 다른 고객에 대한 공급보다 우선적으로 조달하도록 계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설명서에는 제휴사업자의 부도·파산이나 신탁 목적 달성이 어려워지는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상품 위험등급도 4등급(보통위험)으로 분류됐다. 삼성금거래소는 외부 신용등급이 없으며, 농협은행은 내부적으로 회사채 등급을 BBB- 수준으로 추정했다.

    한 번 가입하면 중도에 현금화하기도 어렵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고객이 감정 결과에 동의해 금지금 운용이 시작되면 중도해지가 불가능하고, 만기까지 자금과 금을 회수할 수 없는 구조다.

    이처럼 실물 금 신탁은 금값 상승에 투자하는 상품과 다르게 금 대여를 통해 이자를 얻는 대신 제휴사업자의 신용위험과 금값 변동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상품으로 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물 금 신탁은 단순히 금을 맡겨두고 이자를 받는 예금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제시된 수익률만 볼 것이 아니라 금의 운용 방식과 제휴사업자의 신용위험, 만기 반환 조건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