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노인의 날 맞아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재확인중증·희귀질환 본인부담 완화 정책도 동시에 간병비 제외해도 2029년 건보 준비금 소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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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동결한 가운데 간병비 급여화를 비롯한 보장성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데다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에도 대규모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급여 항목까지 추가될 경우 이를 감당할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제30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받기를 주저하시는 일이 없도록 간병비에도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에 대한 기초연금 지원을 강화하고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인 118만개까지 확대하는 한편 요양원이나 병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거주지에서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돌봄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간병비 부담을 건강보험으로 덜어주겠다는 방침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장성 강화 정책의 연장선이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건강보험 재정이다.

    간병비 급여화에 필요한 재정 규모는 적용 대상과 보장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건강보험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요양병원 의료최고도·고도·중도 환자의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연간 최소 15조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의료최고도·고도·중도 등 중증환자 약 14만명을 대상으로 간병비의 80%를 지원하는 방식이라면 연간 약 1조2172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적용 범위에 따라 조 단위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급여 대상과 보장 수준에 따른 정부의 재정 설계는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이처럼 간병비 급여화 진행시 막대한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건강보험료율은 동결됐다.

    정부는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했다. 2025년 말 기준 건강보험 준비금이 30조2000억원으로 약 3.5개월분을 확보하고 있고 최근 5년간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내년도 정부지원이 약 1조1000억원 늘어나고 보험료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희귀·중증난치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을 현행 10%에서 7%로 낮추고 2028년 상반기에는 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고가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로 다른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을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에도 처음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과 한국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이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급여권에 진입했다. 희귀 폐암 치료제 '레테브모(성분명 셀퍼카티닙)'와 진행성 위암 치료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 등도 이달부터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중증·희귀난치질환자 등에 대한 본인부담 완화 등을 통해 약 197만명에게 연간 8000억원 규모의 의료비 지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고가 신약의 급여 진입까지 이어지면서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할 지출 영역은 계속 넓어지는 양상이다.

    복지부 역시 "큰 틀의 건강보험 보장 강화 로드맵 아래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 간병비 빼고 계산해도 2029년 준비금 소진

    건강보험의 중장기 재정 전망은 녹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6월 내놓은 '의료개혁 1·2차 실행방안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 재추계'에 따르면 의료개혁에 따른 건강보험 투자를 반영할 경우 올해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5조2000억원 적자로 추산됐다.

    적자 규모는 2027년 8조원, 2028년 9조4000억원으로 커지고 누적 준비금은 2026년 25조원에서 2027년 17조원, 2028년 7조600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2029년에는 누적 준비금이 마이너스 1조1000억원으로 돌아서 사실상 소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개혁을 반영하지 않은 기준선 전망보다 준비금 소진 시점이 2년 빨라지는 셈이다.

    특히 이 전망에는 이날 이 대통령이 다시 추진 의사를 밝힌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에 따른 추가 지출이 포함되지 않았다.

    예산정책처는 의료개혁 1·2차 실행방안에 따른 투자를 반영하면서도 "간병비 급여화, 상병수당 제도화 등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건강보험 지출 증가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현재 의료개혁에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만 해도 상당하다. 정부가 발표한 의료개혁 1·2차 실행방안 등에 따른 건강보험 투자계획은 2024~2028년 5년간 20조원 이상이다.

    필수의료 수가 개선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역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 필수특화 기능 강화 등에 건보재정이 투입된다. 예산정책처는 의료개혁을 반영할 경우 향후 10년간 누적 적자가 기준선보다 27조8000억원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 '보험료 동결+보장성 확대' 지속가능할까

    결국 간병비 급여화의 필요성과 별개로 정부가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건강보험은 보험료뿐 아니라 정부지원과 건강증진기금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현행 제도상 정부지원은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 건강증진기금 지원은 6%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정부도 재정 부담을 의식하고 있다. 복지부는 2027년도 보험료율 동결을 결정하면서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지출효율화'를 적극 추진해 지역·필수·공공의료와 희귀·중증난치질환 보장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지출효율화만으로 의료개혁과 보장성 확대, 여기에 간병비 급여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소재 대학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추가 재정소요를 반영한 중장기 재정안정성 검토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재정소요가 확정되지 않은 사업은 사전에 규모를 산출해 공개하고 건강보험 지출효율화와 별도의 재원 마련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어 "간병비 부담 경감은 고령화 시대에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다만 보험료율은 동결하면서 의료개혁과 보장성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상황에서 간병비까지 건강보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면 이야기는 재정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