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 지출 가파른 증가세… 고령화에 부담 더 커질 전망간병비 급여화 앞두고 추가 소요액·부담 주체는 아직 미정건보료율 동결 속 보장 확대… 건보 재정 지속 가능성도 과제보험료·국고지원·기존 급여 조정 등 구체적 해법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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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30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노인일자리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8만개로 확대하고 저소득층 기초연금 지원을 강화하는 데 이어 간병비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초고령사회에 대응해 노후 소득과 일자리, 돌봄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미 빠르게 늘고 있는 고령층 복지 지출에 간병비까지 건강보험 보장 영역으로 편입될 경우 추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특히 노인일자리와 기초연금 예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간병비까지 건강보험이 부담하게 되면 국가 재정과 건강보험 재정 양쪽에서 지출 증가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노인복지 확대의 큰 방향을 제시한 만큼 이제는 정책의 대상과 규모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재원 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이 대통령은 2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서울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제30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행복한 노후의 기본인 경제적 안정을 위해 저소득층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더 두텁게 지원한다"며 "노인 일자리도 역대 최대인 118만 개로 확대하게 된다"고 말했다.이어 "비용 때문에 치료받기를 주저하시는 일이 결코 생기지 않도록 간병비에도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겠다"며 "요양원이나 병원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우리 어르신들이 사시는 곳에서 돌봄서비스를 충분하게 받으실 수 있도록 지역 돌봄망도 확실하게 챙겨가겠다"고 약속했다.노후 소득과 일자리, 의료·돌봄을 아우르는 사실상 '노인복지 슈퍼패키지'다. 문제는 재정이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노인일자리는 118만개로 올해보다 3만개 늘어난다. 고령층의 소득을 보완하고 사회참여를 지원한다는 취지지만 일자리의 양적 확대가 곧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실제 최근 고용지표에서도 세대별 온도 차가 나타난다. 지난 8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보다 18만4000명 증가한 2915만1000명으로 집계됐고, 15세 이상 고용률은 63.3%로 1982년 이후 8월 기준 가장 높았다. 그러나 60세 이상 취업자가 19만명 이상 증가한 반면 20대 취업자는 16만4000명 감소했다.고령층 고용 증가에는 공공일자리 확대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소득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지만 단기·공익활동형 일자리 비중이 높은 만큼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질적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재정 부담도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사업 개편 및 재정소요 변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복지부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예산은 2020년 1조2995억원에서 지난해 2조1846억원으로 5년 만에 1.68배 증가했다.노인일자리 수요층의 85.5%가 기초연금 수급자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노인일자리와 기초연금이 서로 별개의 사업이면서도 상당수 수혜자가 겹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기초연금 예산 역시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0년 13조1759억원이던 기초연금 예산은 지난해 21조8146억원으로 증가했으며 내년에는 약 11% 늘어난 25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노인일자리와 기초연금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고령층 지원을 위한 국가 재정 지출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여기에 대통령이 직접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까지 꺼내면서 건강보험 재정이라는 또 다른 부담 요인이 추가됐다.정부는 앞서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의료·간병 필요도가 높은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시작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환자의 간병비 본인부담률을 현재 100%에서 30% 안팎으로 낮추는 방안이다. 정부는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30년까지 약 8만명의 간병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재정 규모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2030년까지 5년간 약 6조5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당시 정부는 간병비 급여화에 따른 재원 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하지만 올해 발표된 구체적인 급여화 방안에서는 전체 사업 확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소요액이 별도로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경증 환자의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줄일 경우 실제 재정 부담은 기존 추계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
- ▲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노인들이 무료 점심을 배식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연합뉴스
결국 대통령이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확대라는 정책 방향을 직접 제시했지만 그에 따라 건강보험에서 얼마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건강보험 재정이 당장 고갈될 상황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건강보험은 최근 5년간 당기수지 흑자를 이어왔으며 지난해 말 기준 약 30조2000억원의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약 3.5개월분의 급여비에 해당한다.정부는 내년도 건강보험료율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했다. 내년도 정부지원금은 올해보다 약 1조1000억원 늘어날 예정이며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보험료 수입 증가 전망 등도 보험료율 동결 결정에 반영됐다.그러나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간병비 등 신규 지출이 본격화할 경우 기존 재정 여력만으로 장기적인 보장성 확대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 역시 법정 기준인 20%에 미치지 못하고 올해도 14.4% 수준에 그치고 있다.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진다. 보험료를 올려 가입자가 추가 부담을 지게 하거나 국고지원을 늘려 국가 재정으로 부담하거나 기존 건강보험 급여와 보장성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특히 간병비뿐 아니라 필수·지역의료, 중증·희귀질환 등에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추진되고 있어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 투입할지를 둘러싼 논의도 불가피하다. 간병비 급여화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대상과 지출 규모가 계속 확대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초기 사업비뿐 아니라 중장기 재정 소요까지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65세인 노인 기준연령을 10년마다 1세씩 높이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 노인부양률은 2027년부터 OECD 평균을 넘어선 뒤 2054년 이후에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복지 수혜 대상과 재정 지출 구조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취지다.대한의사협회도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의협은 "현재 건강보험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 이용 증가로 인해 재정 지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적정 수준의 보험료율 결정과 국고 지원, 우선순위가 낮은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의협은 특히 상병수당과 간병비, 탈모치료제 급여화 등 상당한 재정 소요가 예상되는 정책들이 잇따라 검토되고 있다며 "재정 소요가 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필요한 재원 확보에는 소극적이라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고 결국 미래 세대에게 더 큰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간병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책 취지 자체와 별개로 결국 관건은 재원이다. 대통령이 "비용 때문에 치료받기를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간병비 급여화의 대상과 수준을 확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연간 재정 소요액과 국고·보험료 등 재원별 분담 방안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노후 소득과 일자리, 돌봄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커지는 가운데 복지 확대의 속도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향후 정부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