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 둔화에도 10년물 5.28%, 연준 긴축 완화 기대에도 장기금리 고공행진 일반회사채 발행 88.8% 급감 … 운영·시설자금 ‘0원’, 올해 만기도래 73.2조 주담대 연체채권 3년 반 새 120%↑ … 가계신용 2000조 넘어 고금리 충격 확대 기업 차환부담·가계 연체 동시 압박 … 금리 충격이 신용공급 위축으로 번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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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채권시장발 고금리가 기업과 가계의 약한 고리를 동시에 파고들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투자·운영자금 조달이 사실상 멈췄고 가계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채권이 불어나고 있다. 금리 급등이 단순한 금융비용 상승을 넘어 자금경색과 부실을 맞물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5.28% 안팎에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장중 5.34%까지 치솟은 뒤에도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9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가 2만 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고 실업률도 4.2%로 높아졌지만 채권시장의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다. 고용 발표 직후 5.15%대까지 떨어졌던 10년물 금리는 다시 5.2% 후반으로 올라섰다.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일부 누그러졌는데도 장기금리가 버티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물가 불안에 미국과 유럽의 재정 우려까지 겹치면서 장기채에 요구하는 금리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국고채 3년물이 최근 4%대로 올라서자 정부는 10월 국고채 발행을 계획보다 5조원 줄이고 바이백을 3조 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금융당국도 시장안정프로그램과 금융채 발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회사채 88.8% 급감 … '빚 갚기' 급급한 기업

    채권시장의 균열은 기업 자금조달에서 먼저 선명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3100억원으로 전월 2조 7770억원보다 88.8% 급감했다. 이마저 전액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차환용이었다. 사업에 필요한 운영자금과 설비투자를 위한 시설자금 발행은 한 건도 없었다.

    발행 규모뿐 아니라 자금의 성격도 방어적으로 바뀌었다. 일반회사채는 8월 9360억원 순상환되며 두 달 연속 순상환을 기록했다. 7월 발행액의 86.3%를 차지했던 AA등급 이상 회사채도 8월에는 발행되지 않았다. 기업이 채권을 찍어 투자에 나서기보다 만기가 돌아온 빚부터 정리하는 모습이 발행시장에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앞으로 돌아올 차환 물량은 적지 않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73조 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늘어난다. 특히 A+ 이하 회사채의 만기도래 증가율은 20.2%로 AA- 이상 우량물의 13.6%를 웃돈다.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수록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기존 채권을 더 높은 비용으로 갈아타야 하는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회사채에서 충족하지 못한 자금 수요는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8월 예금은행 기업대출은 한 달 새 9조 70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은행도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시장금리 상승에서 자유롭지 않다. 회사채 발행 여건 악화가 은행대출 의존을 높이고, 은행의 조달비용 상승이 다시 기업 금융비용을 밀어올리는 경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취약기업의 신용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금조달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당장 기업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번진 상황은 아니지만 회사채 발행 위축과 비우량 기업의 차환 부담이 겹치면서 금리 충격이 신용위험으로 옮겨가는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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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담대 연체 120%↑ … 가계빚도 고금리 후유증

    기업이 새 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가계에서는 이미 빌린 돈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채권은 2022년 말 1조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 2000억원으로 3년 반 만에 120% 늘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644조 3000억원에서 779조 2000억원으로 21% 증가했다. 대출잔액보다 연체채권이 훨씬 빠르게 불어난 셈이다.

    장기 연체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주담대는 2022년 말 5000억원에서 2024년 말 1조 1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2분기 말 가계신용은 2019조 8000억원으로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부채의 덩치가 커진 상태에서 시장금리가 다시 뛰면 작은 금리 변화도 가계의 원리금 부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평균 지표 아래에서는 취약차주의 부실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취약 가계차주의 연체율은 10%를 넘어섰고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도 2분기 말 12%대까지 올라왔다. 금융권 전체의 건전성이 당장 흔들리는 단계는 아니지만 고금리를 버티기 어려운 차주에게 부실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연체 증가는 금융회사의 충당금과 자본 부담으로 돌아온다. 은행이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대출 심사와 한도를 보수적으로 운용하면 아직 연체에 빠지지 않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 시작된 금리 상승이 차주의 상환 부담을 높이고, 늘어난 부실이 다시 신용공급을 위축시키는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고용 둔화에도 장기금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최근 흐름은 이런 부담을 더한다.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만 낮아진다고 시장금리가 곧바로 내려가는 구조가 아니라면 기업과 가계가 견뎌야 할 고금리 기간도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위기의 전조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회사채 경색과 가계 연체라는 서로 다른 위험이 높은 시장금리를 매개로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은 경계할 대목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얼마나 올랐느냐보다 높은 수준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느냐가 중요하다"며 "기업의 차환 부담과 가계 연체가 함께 커지면 금융회사의 신용공급도 위축돼 금융과 실물경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