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핵심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기준을 완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소비쿠폰 사용처가 매출액 기준으로 제한되면서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사용처 부족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 영세·소상공인과 내수 진작이 목적인 만큼 소비쿠폰이 사용가능한 업종과 장소를 엄격히 제한했다.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곳은 전통시장과 동네마트, 식당, 의류점, 미용실, 안경점, 교습소·학원, 약국·의원,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본사 직영점은 사용할 수 없지만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매장에선 사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 등 100% 본사 직영점인 경우 소비쿠폰을 쓸 수 없지만 교촌치킨, 다이소, 파리바게트처럼 직영과 가맹 방식이 혼합된 경우 가맹점에서의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하다.
이번 소비쿠폰 사용처를 연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으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SSM), 창코형 할인매장, 대형 외국계 매장, 유흥·사행업종, 환급성 업종 등에서는 소비쿠폰 사용이 제외된다.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당시 지적됐던 '지원금을 이용한 명품 구입' 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대형 외국계 매장도 사용불가 업종으로 지적됐다.
반면 대형마트 건물 내 입점한 일부 테넌트 매장(미용실, 안경점, 음식점 등)은 사용할 수 있다. 대형마트 측은 사용 가능한 테넌트 매장 리스트를 별도로 안내할 예정이다.
농협 하나로마트도 사용처에 포함은 되나 마트나 슈퍼 등 유사 업종이 없는 면 지역에 한정된다. 주민편의를 고려한다는 취지지만 이 기준에 충족되는 하나로마트는 125곳에 불과하다. 전국 하나로마트가 2262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예외 적용 매장은 5.53%에 그친다.
특히 농어촌지역에서는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대비해 상권의 규모와 수가 작은 만큼 소비쿠폰 사용의 불편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농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소비쿠폰의 농촌지역 체감 효과 저하와 농촌 주민들의 편의성 저하를 우려하며 현실을 반영한 제도 설계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상권이 위축돼 사용처가 많지 않은 농촌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민생쿠폰 사용처도 하나로마트를 제외한다면 농촌 주민들의 편의성이 떨어져 정책 체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로마트는 농촌 주민의 생필품 구매, 농산물 판로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 및 내수 진작'이라는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정책 목표에 부합할 수 있도록 농촌지역 하나로마트에서의 사용을 조건 없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소비쿠폰이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해 촘촘한 설계가 이뤄질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농연은 "기초 편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지역의 경우, 농축협 영농자재판매장·주유소·하나로마트 등에서 쿠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농업인을 비롯한 농촌주민은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며 "정부는 사용자 편의를 고려해 읍·면 지역에 대해 농축협 사업장에서도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처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소비쿠폰은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과 비교해서도 사용처 범위는 더욱 줄어들었다. 당시도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제한 업종이었지만 GS더프레시, 노브랜드 등 일부 가맹점은 사용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전면 배제됐다.
회생절차 뒤 정상화를 추진 중인 홈플러스에 예외 적용을 검토하는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현 상황에서 매출 확보는 단순한 수익 차원을 넘어 생존과 직결된 문제여서다.
실제 홈플러스도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직원 대의기구인 한마음협의회도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에 홈플러스도 포함해 조기 정상화를 도와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한마음협의회는 홈플러스 대형마트, 익스프레스(슈퍼마켓), 물류센터, 베이커리 등 전국 사업장에서 선출된 노동자 대표들로 구성된 노사협의체이자 직원 대의기구다.
협의회 측은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수 차례 지급된 바 있는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됐을 당시 매출이 15~20% 감소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홈플러스는 회생절차가 진행 중임에 따라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오로지 매출을 통해서만 운영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운영 차질과 정상화 지체에 우려를 표했다. 또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을 포함해 10만명 이상의 생계가 달려있다"고 호소했다.
사용처 제한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자 정부에서도 비수도권에서 소비쿠폰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여당에서 비수도권의 경우 매출기준을 넘더라도 식자재마트 등에서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오면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비수도권 소비쿠폰 사용처에 식자재마트 등을 검토하는 것은 당정협의회 사안이며, 농촌지역 하나로마트에서의 사용 허용 방안 등에 대해서는 검토는 하고 있다"며 "이번 소비쿠폰의 취지를 비춰볼 때 원칙상 소상공인 사업장 위주로 사용처를 삼아야 하는만큼 조율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