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잡혀도 팔기는 어려우니 그림의 떡이죠. 처분하는 것도 골칫거리인데 정부가 나서서 배정량을 올려주는 게 유일한 해법 아닐까요"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대형 참다랑어(참치)가 기후 변화로 동해안에서 어획량이 급증했으나 어획 쿼터제 탓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쿼터를 늘리거나 공식 수매를 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북 영덕군 강구항 앞 바다 약 20km 해상에 쳐둔 정치망에 무게 100kg(킬로그램)이 넘는 대형 참치 1300여마리가 잡혔다. 지난달 말에도 강구항 인근 앞바다에서 무게 150㎏ 이상 대형 참다랑어 70여 마리가 포획된 바 있다.
이번에 잡힌 참치의 위판가는 킬로그램(㎏)당 1만4000원으로 한 마리당 200만원 꼴로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참치는 수요가 많아 고래 다음으로 비싼 가격에 팔리는 탓에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
그러나 최근 동해안에서 참다랑어가 무더기로 잡히면서 어획 배정량은 초과한 상태다. 올해 경북 지역에 배정된 참다랑어 어획량은 총 110톤(t)이다. 지역별로는 영덕 35.78t, 울진 31.37t, 포항 18.66t, 경주 2.19t, 유보량 22t 등이다.
'참치 풍년'에도 어업인들은 다량의 참치를 판매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참치는 국제수산기구(ICCAT) 등의 규제를 받는 어종으로 쿼터를 초과해 어획을 할 경우 판매·유통이 금지된다. 쿼터제를 어긴 어민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쿼터제에 맞춰 참치를 끌어올리는 것도 어렵다. 정치망은 자루 모양으로 돼 있어 그물을 끌어 올려야만 어획물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참치의 특성상 움직임을 멈추면 호흡이 불가능해 그물에 걸린 어종을 되살려 줄 수도 없다. 이송 비용이나 폐기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실정에 배정량을 초과한 참다랑어는 폐기되거나 가축 사료로 쓰인다.
폐기된 참치로 인한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2022년 7월엔 영덕 장사해수욕장 백사장에 폐사한 참치 수천 마리가 파도에 떠밀려와 쌓이는 일이 발생했다. 실제 폐기된 참치는 1만~1만3000여 마리로 추산되며 심한 악취와 함께 해양 환경오염 문제로까지 번졌다.
이에 참치 쿼터를 늘리거나 공식 수매를 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어업인 A씨는 "비싼 참치를 끌어올려도 배정량에 한계가 있다보니 팔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처분하는 데 쓰는 비용과 노동력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배정량을 올려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면서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