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충북이 발칵 뒤집혔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아버지 병문안 후 나흘간 학교에 출근해 정상 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학교 교사 4명과 1박2일 동안 숙식도 함께 하며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이 교사는 자진해서 보건당국에 신고를 하고 1차 검사에서도 음성판정이 나왔지만 학부모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서울 강남에서 자택 격리조치를 받은 50대 여성은 지난 2일 전북 고창의 골프장까지 내려가 자신의 남편 등 일행 10여 명과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여성은 단순 공간접촉자로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자택 격리조치가 공식적으로 해제된 상태는 아니었다. 보건당국은 해당 여성과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위치추적을 의뢰해 소재지를 파악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다시 자택격리가 된 건 이미 9시간이 지난 뒤였다.
#최초 메르스 사망자가 나온 경기도 한 병원의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거친 의료진 50여명은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됐다. 하다지만 이 병원 의료진 상당수는 여전히 출퇴근하면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중국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는 확진환자 김모 씨는 "출국 전, 메르스 감염이 의심된다며 검진을 요청했지만 당국의 조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출국 전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자신도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며 "보건소 치료가 가능하냐"고 묻자 담당 직원으로부터 "서울로 가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확인결과 사실관계가 일부 달랐다.
병원을 두 군데 이상 방문하고 난 다음에야 가족 중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고 털어놨고 의사는 중국 출장 만류만 하고 보건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출국은 5월26일, 보건당국 신고는 5월27일 이었다.
단순 접촉자, 밀접 접촉자, 감염 의심자, 확진판정자 등의 몇몇 사례들이다. 개인은 물론 의료기관, 방역당국의 허술한 대응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왜 한국이 중동 바깥에서 가장 많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4일 현재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대상자로 분류된 인원은 1667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60여명은 의료시설에 격리중이지만 종다수인 1500여명은 자택에 머물러 있다. 보건당국은 관할 보건소를 통해 자택격리자들의 몸 상태 등을 확인하는 모니터링을 한다고 하지만 본인이 밝히지 않으면 어떻게 병세가 진행되는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자택격리자가 외출할 때는 보건소에 이를 알려야 하지만 현실적인 통제에는 한계가 있다. 성실신고를 법적 책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아주 특정한 경우에 한해서 벌금이나 과태료 정도의 규제가 유일한 강제다.
논란을 낳았던 역학조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대상자들이 본인은 물론 가족, 주변인들의 신원까지 드러나는 조사방식에 거부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의 확산과 진정의 갈림길에서 의심자나 접촉자들의 전염방지의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한 의료인은 SNS를 통해 "메르스 바이러스를 중국까지 가지고 간 분의 행동은 참 이해하기 어렵구나. 주의를 듣고, 열도 38도 이상 나고, 출장 가지 말라고 권고를 들었는데 기어이 가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데. 아주 기본적인 시민의식인데 안타깝다"는 글을 올렸다.
의료칼럼리스트인 홍혜걸씨도 '감염 의심자의 의무'를 거듭 강조했다. 홍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전염질환 의심자는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끔 수두 등 전염병이 의심되는 어린이 환자를 유치원이나 학교에 무심코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며 "고열과 기침, 숨가쁨 증세가 나타나면 빨리 방역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침에도 예절이 있다며 소매로 입을 가리고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할 것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독감과 폐렴, 결핵 등 전염질환으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1만여명이 숨지고 있지만 아무도 독감이나 폐렴, 결핵이 무서워 생업을 포기하거나 과도한 공포심을 갖진 않는다며 일반 국민들의 차분한 대응도 함께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