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소비 위축이 심화해 농·축산물 설 선물세트 판매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명절을 앞두고 4주간 한우 2286억원, 과일 1074억원, 꽃은 최대 438억원쯤 생산액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수입이 늘고 선물 가액기준인 5만원 이하 선물세트 판매도 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통해 조사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업과 외식업 파급영향'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연구원은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올해 1월27일까지 4주간 백화점 3곳과 대형할인점 3곳, 농협하나로유통을 통해 설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실적과 동향을 조사했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4분기 경제지표가 하락하거나 증가 폭이 둔화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농림어업 GDP는 2015년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했다.
소비심리도 10월 이후 위축돼 올해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나 내려갔다.
총소득(GDP) 중 소비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소비성향도 2015년 4분기 63.06%에서 지난해 4분기 62.85%로 하락했다.
연구원은 전반적인 경제성장 둔화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영향을 구분하고자 이번 조사대상을 설 선물세트로 제한했다고 부연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설 농·축·수산식품 선물세트의 경우 판매액이 지난해 5356억원보다 14.4% 줄어든 4585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지난해 1674억원에서 올해 1242억원으로 25.8% 감소했다. 2015년 1466억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품목별로는 쇠고기와 과일 판매액이 각각 지난해보다 24.4%와 31.0% 줄어 타격이 컸다. 쇠고기의 경우 판매액이 2015년 745억원에서 지난해 824억원으로 늘었다가 올해 623억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농·축산물 선물세트 수입 비중은 늘었다. 2015년 3.7%에서 올해 5.5%로 증가했다.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도 확대됐다. 농·축산물의 경우 지난해 23.2%에서 올해 26.1%로 증가했다.
5만원 초과 선물세트 비중은 지난해 76.8%에서 올해 73.9%로 줄었다.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 비중이 5만원 이하의 수입품 위주로 증가한 셈이다.
농·축산물 도매·산지거래도 청탁금지법 시행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출하량이 줄었음에도 소비 위축으로 가격이 덩달아 하락했다.
한우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도축 물량이 27만3000여두로, 전년 동기 29만4000두보다 7.1% 감소했다.
공급이 줄었지만, 가격은 내려갔다. 같은 기간 한우 1등급 평균 도매가격은 ㎏당 1만8266원에서 1만6781원으로 9.6% 내렸다.
청탁금지법 이전인 지난해 1~9월 한우 가격은 1만8839원으로 2015년과 비교해 18.2% 높게 형성돼 있었다.
쇠고기 수입량은 증가 폭이 커졌다. 지난해 1~9월 25만9000톤으로 전년 대비 18.0% 증가했던 수입 쇠고기는 10월 이후 넉 달간 13만5000톤이 들어와 전년 동기 대비 32.3% 늘었다.
연구원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한우 가격이 8.8%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꽃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난 등 분화류는 지난해 10월 이후 출하량이 11.2% 감소했음에도 소비 위축으로 가격이 13.2% 내려갔다.
특히 선물용으로 많이 팔리는 난류는 도매시장 거래량이 1501분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평균단가도 분당 1만3300원에서 1만300원으로 22.6% 하락했다.
사과와 배도 가락시장 거래금액이 490억9000만원과 258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억7000만원과 4억4000만원 줄었다. ㎏당 단가는 사과 16.3%, 배 34.6% 각각 하락했다.
산지 인삼 거래도 위축됐다. 올해 전국 인삼농협의 설 명절 판매실적은 지난해보다 23.3%, 수삼은 35.8% 각각 감소했다.
연구원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맞은 설 명절에 선물 소비 위축에 따른 농업생산 감소액이 품목별 연간 생산액의 3~7%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한우 2286억원, 과일 1074억원 등이다.
한편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외식업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일반음식점업 생산지수는 91.7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4.9% 감소했다. 실질매출액도 법 시행 이전인 1~3분기보다 3.7%포인트쯤 내려간 것으로 추정됐다.
업종별로는 한정식, 한우구이, 수산전문점 매출 감소 폭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음식점 매출이 줄면서 고용 사정도 나빠졌다. 고용노동부 통계로는 지난해 4분기 음식점·주점업 종사자 수는 전년 대비 3.1%(3만382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