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지역 부동산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입주를 앞둔 단지의 분양권 거래는커녕 가계약금 포기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이어 한국GM 철수설로 지역기반 두 축이 붕괴된 만큼 부동산시장 회복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군산에서 입주를 앞둔 아파트단지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GM 공장폐쇄 발표 이후 분양권 거래 문의가 끊긴 것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입주가 완료될 지 확신이 안 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촌동 A공인 대표는 "매수인들이 가계약금 100만~200만원을 포기하면서까지 계약을 파기하고 있다"며 "집을 산다고 하면 주변에서 다들 말리는 분위기다보니 계약이 될 리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주계획이 없던 집주인들도 물건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매물만 쌓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가격 상승률도 2016년 2월 이후 2년째 하향세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는 2013년 3월 0.03% 이후 5년간 떨어지고 있다.
수송동 '수송 아이파크' 전용 120㎡ 경우 1년 전 매매가인 3억4300만원 보다 1800만원 떨어진 3억2500만원에 지난달 거래됐다. 2008년 완공된 이 단지는 가격상승기던 2015년 10월 4억2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군산국가산업단지 인근 원룸촌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곳곳에 '임대문의'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고, 두 집 건너 한 집은 문이 닫혀 있는 상태다.
현대중공업의 실적부진으로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설이 돌면서 하청업체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았고, 올 초 한국GM이 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일대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 지역 공인중개사 전언이다.
오식도동 B공인 관계자는 "부동산을 내놔도 오는 손님이 없다. 거래량도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대로변 원룸을 제외하고는 골목 안에 있는 원룸은 대부분 20~30% 정도만 세입자가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은 오는 5월 군산 공장을 폐쇄한다. 조선소 폐쇄 때보다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는 것이 지역 관계자들 중론이다. 관련 종사자 수가 군산조선소보다 세 배가량 많기 때문이다.
실제 명예퇴직을 신청한 GM 직원 2000여명에 협력사 직원 1만2000여명까지 포함하면 총 1만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3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4만명이 넘는 인구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이는 군산시 총인구 27만명의 15%에 가까운 수치다. 앞서 실적 부진으로 문을 닫은 군산조선소의 경우 사내외 생산직 근로자 5000여명이 실직한 바 있다.
군산 부동산시장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지가 상승률이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을 정도로 뜨거웠다. 새만금개발 기대감과 함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건립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2011년부터는 신규 분양단지마다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2012년 말까지 이 지역 미분양 물량은 '제로(0)'였다. 분양권에는 수천만원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한국GM 등 조선·자동차 업황이 부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군산 아파트값은 2013년 이후 올해까지 6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만 20.0% 폭등했지만, 2012년 0.65%로 상승률이 줄어들더니 2013년부터는 매년 1~2%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인근 도시 익산이 지난해에만 3.76% 상승하고, 전주가 1.89%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 집계 결과 지난해 기준 군산시 인구는 27만여명으로, 5년 연속 감소세에 있다. 2012년 4분기 45명이 줄어든 데 이어 2016년 3분기부터는 매분기마다 400명을 웃도는 인구가 빠져나갔다. 특히 최근 1년간 2531명이 타 지역으로 유출됐다. 이는 순유출 인구가 2733명을 기록했던 2006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한국GM 공장이 폐쇄되면 고용시장이 무너지면서 이 같은 인구유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룸·식당·편의점 등 지역 상권은 물론, 지역경제까지 불황을 맞게 되면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군산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군산은 조선·자동차 등을 기반으로 하는 굴뚝 산업에 의존하다보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역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전주나 익산처럼 산업 체질이 바뀌거나 새만금 개발사업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분위기가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군산뿐만 아니라 조선·중공업·자동차 등 기반산업이 무너지면서 지방 거점도시 집값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산업을 기반으로 한 거제와 울산, 창원 등에 최근 공급된 아파트는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장기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집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6년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 평균은 1.23% 상승했다. 이 기간 울산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2.81%, 창원은 8.66% 하락했다. 거제는 무려 9.93% 떨어졌다. 업황 부진에 정리해고 바람이 불고 있는데다 2·3차 납품기업까지 무너지면서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3.17%, 서울은 6.1% 오르면서 활기를 띠었다.
특히 경남 지역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5만7330가구 중 1만2088가구가 경남에서 발생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역시 1333가구로 집계됐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서울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간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처럼 지방도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기반산업이 회복될 때까지 주택시장 분위기도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부동산
경남권 이어 군산마저… 지역기반 무너지자 부동산시장 '휘청'
'GM쇼크' 군산, 부동산 거래중단 속출… 장기침체 우려
업황부진에 인구유출 가속화… 거래량 '뚝'기간산업 위기… 거점도시 도미노 집값하락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 NewDail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