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미처 공급되지 못한 물량들이 연초부터 쏟아질 예정이다. 실수요자들의 시선 역시 기존주택보다는 청약시장으로 향한 만큼 건설사들 역시 새해 첫 공급에 힘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전국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모두 38개 단지 3만3868가구(임대 제외)로, 지난해 1월 1만4258가구보다 약 2.37배 늘어난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4개 단지, 경기 18개 단지, 인천 4개 단지 등 수도권(2만3473가구)에 전체 물량의 70%가량이 몰렸다.
이처럼 새해 첫 달부터 건설사들이 물량을 쏟아내는 것은 지난해 9·13대책과 청약제도 개편 등으로 분양 일정이 일부 지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수걸이' 분양이 갖는 의미가 적지 않은 만큼 건설사들도 입지나 사업성이 우수한 곳을 중심으로 새해 첫 분양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다음 분양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건설사들이 첫 분양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우수한 상품성을 갖춘 첫 분양단지에 실수요의 관심이 몰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에도 연초에 우수한 입지와 상품성을 무기로 내세워 우수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지난해 GS건설의 마수걸이 단지였던 '춘천 파크 자이'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삼호의 첫 분양단지인 'e편한세상 남산'은 평균 346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반도건설의 '대구국가산단 유보라 아이비파크 2.0'도 1순위에서 평균 8.9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시장 전망이 부정적인 점도 건설사들이 앞 다퉈 공급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재현 본부장은 "계속되는 정부 규제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라 시장 전망이 약보합세 이상의 불황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시장 내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수요자들 역시 투자 목적의 매매거래보다는 청약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들이 연초 분양을 서두르는 측면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의 세밑 한파가 거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고일 기준(거래일로부터 60일 이내) 서울 아파트 신고거래량은 지난해 12월 2314건으로, 전년 8291건에 비해 72.0% 급감했다. 12월 기준으로 보면 금융위기 이후(2008년 1435건)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이후 11년간 12월 평균 거래량은 6242건이다.
하루 평균 거래량은 74.6건으로, 전월(3560건)의 하루 118건보다 37.0% 줄었다. 일평균 거래량 기준으로는 2013년 8월(3149건) 하루 101건 이후 가장 적다.
거래 침체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분기 3만5125건이 거래된 이후 3분기 2만5050건, 4분기 1만6012건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월 기준으로도 11월 3560건으로 전월대비 64.8% 감소한 데 이어 12월에도 2314건에 그치면서 빙하기가 지속되고 있다.
매수 실종과 매물 적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겨울철 부동산 비수기를 맞은 데다 지난해 11월30일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따른 시중금리 인상도 점차 진행되고 있다.
또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보유세 인상이 대기 중인데다 최근 '공시지가 현실화'와 관련해 곳곳에서 가격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표준지,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집주인을 향한 세금, 사회보험료 등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공시지가 현실화 이슈는 올해 상승분을 실제로 반영한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개별공시가격이 오는 4월, 개별공시지가는 5월까지 부동산시장의 관망세를 심화시킬 이슈로 지목된다.
여기에 최근 수도권 3기 신도시 발표 등으로 무주택자는 매매보다 분양시장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기존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정부의 대출규제 및 금리 변화 등 부동산시장의 주요 변수가 많다보니 건설사들이 지난해 말 분양열기를 이어받기 위해 공급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청약제도 강화, 규제 중심의 정책 기조가 지속되면서 계획한 물량이 예정대로 공급될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역시 분양 예정물량은 12만9494가구였으나, 이 중 실제 분양은 63.6%에 그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새해 수도권에서는 지난해 분양이 밀린 곳들을 비롯해 분양이 상당수 계획돼 있다"면서도 "계획 물량이 예정대로 공급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