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구청이 2012년 땅 소유주와 맺은 합의서.ⓒ법무법인 서평

# 경기 의왕시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2015년 6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소재 토지 241㎡(약 73평)를 채무 대신 변제받았다. 이 땅의 지목은 '대지'로 등기돼 있어 사용이나 매각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실제 해당 토지는 주택가 사거리에 위치한 '공용도로'였다. 최씨는 이후 이 땅을 활용하기 위해 여러모로 모색해 봤지만 공용도로로 사용되고 있어 개발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이 토지를 다시 매각하려고 했으나 도로였기 때문에 매각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최씨는 사유지가 공용도로로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관할 구청인 강동구청을 대상으로 토지사용료를 지급해 달라는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해당 토지는 강동구청이 이미 2012년에 매수하기로 약속한 땅이었다. 당시 원 소유주가 국민권익위원회에 토지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민원을 제기하자 권익위 주재로 매수 합의서까지 체결했다. 당시 합의서에는 2013년 예산을 책정해 보상할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매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4년만인 2017년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지만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원고 패소했다.

법원 측은 "제반사정을 종합해 보면 땅 소유주가 스스로 이 사건 토지를 도로로 제공함으로써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며 강동구청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최씨는 "어느 누가 자신의 땅이 도로로 사용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겠느냐"며 "공익에 제공된 도로는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을 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6개월째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개인이 소유하는 토지가 사실상 도로로 이용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점유, 관리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이 때 토지소유자는 원칙적으로 해당 지자체를 상대로 물권적 청구권이나 부당이득 반환청구권 등 금전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대다수 판례에서 법원은 지자체 손을 들어줘 왔다.

개인이 소유하는 도로 부지는 사유재이지만 도로의 특성상 공공의 이익에 제공되는 공물과 비슷한 성격도 가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는 사실상 도로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제약하기 위해 우리나라 대법원이 창출한 독특한 개념"이라며 "관련 판결들이 상당수 축적돼 왔기 때문에 지자체가 개인 토지를 점유한다고 하더라도 승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씨 역시 강동구청과 맺은 매수 합의서까지 제출했지만 패소했다. 재판에 제출된 '합의서'에 따르면 2012년 6월 강동구청은 당시 소유주인 남모씨에게 2013년 본예산을 요구할 예정이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거 보상을 진행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이후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수 약속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이후 소유권을 넘겨 받은 최씨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동구청 관계자는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매수를 하지 못한 것이지 고의가 아니었다"며 "일반적으로 이 같은 사례의 경우 소유주가 재산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향후 매수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1·2심과 마찬가지로 토지 소유주에게 불리하게 나오면 강동구청이 매수할 이유는 사라진다. 지자체가 해당 토지를 소유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권영준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배타적 사용수익권 법리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논문을 통해 "우리 헌법 제2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항에서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랫동안 도로로 사용돼 왔다는 이유로 법률에 의한 손실보상을 받지 못한 토지소유자에게는 금전적 전보의 형태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