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30대 그룹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가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한 청와대의 스킨십 확대에 적잖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치외교적 문제에서 촉발된 사태에 경제인들을 수시로 소집해 정부와 재계의 입장이 같다는 ‘보여주기식 행동’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특히 반일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기업경영 차원에서 득 될것이 없기 때문이다.

8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5대그룹 경영진과 회동했다. 김 실장은 직접 참석기업에 연락해 이날 만남을 성사시켰다. 회동에는 윤부근 삼성 부회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청와대가 설치한 일본 경제보복 상황반 반장을 맡고 있다. 그는 경영진을 만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인한 기업이 실제 겪고 있는 피해와 대응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과 5대그룹 총수의 만남 일정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날짜는 광복절 직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만남이 성사되면 일본 경제보복이 공식화된 이후 문 대통령과 총수들의 첫 만남인 지난달 10일에 이어 두 번째다.

재계는 청와대와의 접촉이 늘어나는 것에 관해 반기기 보다 우려한다. 국가경제적 위기상황에 청와대가 경제계와 소통하려는 움직임은 이해하지만, 기업을 앞세워 ‘반일노선’을 형성하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주요기업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 사안은 딱히 없다”며 “기업 스스로 대응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경제계도 정부와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을게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일본 경제보복 이후 달라진 정부의 스탠스에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은 청산해야할 ‘적폐’로 몰리며 수차례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함께 위기에 함께 맞서자며 대응책 마련으로 바쁜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계속 부르는 모양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기업은 일본 거래처와 지속적인 관계 형성에 나서야한다”며 “그러나 대통령과 총수들이 함께 일본에 대항해야 한다는 모습이 계속 나타나면 관계 형성이 어렵게 된다”고 전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양국 관계 회복에 빠르면 2~3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며 “지금은 상황을 파악하고 현상유지에 나설 시기인데, 정치판에 기업을 내세우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날 ‘국민경제자문회의’를 개최해 일본의 경제보복이 ‘이율배반적 행위’라며 타협할 의지가 없음을 공고히 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일본 기업들도 수요처를 잃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