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한 삼성SDI가 올해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수익성 저하의 요인인 ESS(에너지저장장치)도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며 모바일 OLED패널 수요 증가 등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영업이익이 두 배가량 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삼성SDI는 연결 기준 매출액 10조974억원, 영업이익 4621억원, 순이익 4023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9조1582억원에 비해 10.2% 증가했다. 2016년 5조2008억원 이후 외형 성장이 지속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조 클럽'에도 가입했다. 반면 매출액과 나란히 상승세를 보이던 영업이익(7149억원)과 순이익(7450억원)은 각각 35.3%, 45.9%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한 풀 꺾였다.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이익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었으나, 하반기 들어서면서 분기 기준 전년대비 수익성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201억원)은 전년(2486억원)의 8% 수준으로 고꾸라졌으며 순이익은 2660억원에서 마이너스 33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7년 2분기 54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순이익은 2016년 3분기 351억원 손실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0.71%)도 2017년 2분기(0.37%) 이후 처음으로 1%를 밑돌았다.
4분기 실적은 일회성 비용 반영에도 양호한 중대형 전지의 선전과 전자재료의 선방 및 소형 전지의 부진으로 평가된다.
소형전지사업부는 전분기에 비해 22.8% 감소했다. 매출액 감소와 이익률 하락에 따른 영향이다. 원형 배터리의 증가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폴리머 역시 주고객향 기존 모델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하락도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중대형전지사업부의 경우 전분기에 비해 적자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화재 예방을 위한 설비 투자로 2000억원 규모의 비용이 반영됐다. 이를 제외하면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손익분기점 수준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분기 기준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ESS 안정성 강화 조치 방안을 내놓았다. 당시 발표한대로 2000억원을 투입해 ESS 배터리 공급처에 특수소화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해당 금액이 반영되면서 사업부 영업이익이 축소됐다. 삼성SDI는 6월까지 조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자재료사업부는 전분기대비 30.4% 증가했다. LCD TV 패널의 계절적 비수기 돌입으로 편광필름 매출이 부진했으나, OLED 및 반도체 재료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삼성SDI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ESS 이슈로 인해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겠다"며 "자동차 배터리 공급 확대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ESS 안전성 강화 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해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전기차를 비롯해 ESS, 소형 전지, 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올해 유럽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당 130g에서 95g으로 강화되는 등 전동화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유럽 전기차 예상 판매량은 전년대비 40% 증가한 79만대로 추정된다.
독일 메르켈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디젤차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전망이며 전기차 충전소를 현재 2만대에서 100만대까지 확충할 예정이다.
또한 글로벌 내연차 업체들의 전기차로의 본격적인 전환도 이어지고 있다.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배터리 주문량이 지속 증가하면서 삼성SDI 역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43.8% 증가한 36만대로, 2020년에는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기차 8만대를 판매한 폭스바겐은 2025년 300만대를 목표로 전기차 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도 이에 발맞춰 보다 많은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예상되는 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헝가리 공장 케파를 증설할 계획이다. 올해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55% 성장한 176GWh로 예상된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중대형 전지 전체 생산 케파는 20GWh 초중반대다.
나아가 2021년부터 양산할 예정인 차세대 배터리 '젠(Gen)5'를 필두로 전기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젠5는 에너지 밀도가 20% 이상 높고 1회 충전 주행거리는 600㎞ 이상이다. 이를 통해 삼성SDI는 배터리 원가를 2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환경 규제와 OEM의 전기차 생산량 증가에 따른 양호한 전방시장, 가파른 전기차 배터리 매출 성장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며 "차세대 배터리 공급에 따라 제품경쟁력 및 신규 수주 확대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중대형 전지의 또 다른 축인 ESS의 경우 수요가 늘고 있는 해외를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SS 수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태양광 설치량은 주력시장인 미국 및 유럽시장이 20% 이상 성장하면서 수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 공급의무자 중심의 수요가 있다.
소형전지는 주요 수요처인 전동공구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무선이어폰 등 고출력 신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대형 공구의 무선화 속도가 더뎌지고 경기 불황으로 소형 전지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올해 전동공구 수요는 12억셀로 지난해보다 6%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규 성장하는 프리미엄 공구는 자사의 경쟁력인 고출력 전기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주요 고객사를 중심으로 한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선 이어폰 배터리 수요는 연 평균 26% 이상 성장이 기대된다"며 "에너지 밀도가 높은 '코인셀'을 중심으로 중국 등 메이저 업체를 공략, 시장성장률 이상의 매출 확대를 이뤄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잔자재료사업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재료와 함께 모바일용 OLED패널 소재를 중심으로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시장은 134조원으로 전망된다. 서버 시장은 데이터센터, 모바일 시장은 5G 스마트폰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 수익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5G 스마트폰 수요는 지난해 1900만대에서 2021년 5억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OLED 패널 수요 역시 폭증할 전망이다.
또한 디스플레이 패널 소재는 OLED를 채택하는 스마트폰이 늘어나고 폴더블폰과 같은 대면적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어 관련 매출이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신규 폴더블 기기 출시를 연내 한 차례 더 앞두고 있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의 2대 주주인 삼성SDI의 대체 투자처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이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및 OLED 소재 판매 확대를 통해 높은 수익성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SDI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적 전망 분석 결과 연간 매출액은 올해 11조원, 내년 13조원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영업이익의 경우 올해는 두 배가량 증가한 8454억원, 내년에는 사상 첫 1조원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SDI 측은 "1분기는 계절적 요인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영향으로 부진할 수 있지만, 2분기부터 전 부문 개선이 예상된다"며 "올해는 자동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 외형성장과 더불어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