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분기 실적도 사실상 족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에쓰오일의 희망퇴직 연례화에 이어 정유업계에 감원 칼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국내영업본부 임원 7명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인적 구조조정 단행으로 1개 부서가 해체됐고, 10여명의 팀장이 부장으로 보직 해임됐다.
앞서 불필요한 경비를 최대 70%까지 줄이고 임원들이 자진해서 임금 20%를 반납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추가로 단행된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오일뱅크 측은 "그룹 차원의 인사다. 조직재편 과정에서 팀이 새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다보니 보직이 해임된 부장들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정제마진 악화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1분기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이어지면서 실적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장기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에쓰오일의 창사 첫 희망퇴직 시행에 이어 업계 구조조정에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에쓰오일은 지난달 온라인 경영설명회에서 희망퇴직을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이 훌쩍 넘어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에쓰오일이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한 데 이어 이를 연례화시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원 50여명은 5월부터 8개월간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했으며 매주 비상경영회의도 개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에쓰오일 측은 "희망퇴직은 다른 곳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일 뿐"이라며 "강제성이 있는 구조조정이 아닌 신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GS칼텍스 역시 임원 직급에 따라 급여의 10~15%를 반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유업계 2분기 실적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정제마진과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에 2분기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이 유력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2분기 정유사 예상 실적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2분기 유가 및 시황 변동성이 크다보니 정확한 실적 추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1분기 1조7752억원 손실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다수의 증권사가 3000억원대 적자를 전망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흑자전환도 점치고 있다. 1조73억원 적자를 냈던 에쓰오일은 대체로 1000억원대 적자를 예상하는 가운데 일부 흑자전환 분석을 내놓고 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적자폭은 크게 감소하겠지만, 적자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분기 실적 개선세에도 업계가 3분기에 급격한 'V'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점진적인 회복세는 분명하지만 유가 상승세가 조정국면에 들어서면서 정제마진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대량 수요처인 항공사들의 국제노선이 여전히 대부분 중단된 상태이고, 핵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 3주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지난달 셋째 주 14주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재유행 우려로 재차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가 반등으로 재고평가손실을 줄겠지만, 정제마진이 4달러 이상 회복되지 않는 이상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코로나19 재확산시 항공 업황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제마진 회복 추이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편, 정유4사의 직원 급여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SK에너지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3200만원으로, 2018년 1억5200만원보다 15.2% 감소했다. 에쓰오일은 1억3800만원에서 1억1100만원으로 20.3% 줄어들었으며 GS칼텍스(1억1100만원)과 현대오일뱅크(1억900만원)는 각각 11.2%, 5.2%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