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SK CLX. ⓒ성재용 기자
지난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정유업계가 빠르게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윤활유 사업 호조와 본업 회복에 따른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다. 일각에서는 연간 영업이익이 7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11일 사별 IR 자료를 분석한 결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7389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1조7224억원에서 0.95% 증가한 수준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계 기준으로는 5조6384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4조5762억원 적자에서의 탈출이 뚜렷하다.
지난해 정유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내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다 석유제품 수요가 줄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졌다. 위축된 수요 탓에 설비 가동률도 하향 조정했다.
3분기에는 윤활유 사업의 견조한 실적과 정유사업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윤활유 사업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스프레드 강세가 이어지면서 전사 실적을 지탱했다.
코로나19 타격으로 글로벌 정유사들의 설비 가동률이 낮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윤활기유 수입이 타이트했다. 수요는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타지 않은 반면 공급이 줄어들면서 윤활유 가격이 크게 뛴 것이다. 특히 그룹Ⅲ 고부가 품질의 수요는 강세를 지속했다.
4개사의 3분기 윤활(기)유 부문 매출은 2조3358억원, 영업이익은 852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실적에서 매출 비중은 6.93%에 그친 반면 영업이익에서는 49.03%를 차지했다. 영업이익률도 36.5%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3분기 역대 최대인 32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사 영업이익 6185억원의 절반을 웃돈다.
에쓰오일도 윤활유 사업에서 2888억원을 벌어들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GS칼텍스도 전체 영업이익 3979억원의 43.9%인 1747억원을 윤활유에서 이익을 얻었다.
▲ 윤활유 이미지. ⓒ휠라이프
본업인 정유사업도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3분기 정유(석유)사업 매출은 25조원, 영업이익은 7296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 비해 매출(22조원)은 10.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6108억원)은 19.4% 뛰었다.
영업이익률은 2.66%에서 2.88%로 개선됐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출 75.1%, 영업이익 41.9%로 2분기(74.9%, 35.4%)에 비해 늘어났다.
이는 유가 강세와 정제마진 회복 영향이다. 유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연초만 하더라도 50달러를 채 넘기지 못했던 유가는 9월 이후 에너지 시장의 공급 대란과 원유 공급 부족 우려, 주요국의 재고 하락 등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배럴당 81.22달러를 기록하면서 월간 기준으로도 2014년 10월 84.34달러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정제마진의 경우 하반기 들어 주요국의 경기 회복에 따라 석유제품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11월 1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7.73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8달러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4주 연속 7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인 5달러를 넘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셈이다.
석유제품 수요도 빠르게 회복 중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3분기 정유 4사가 수출한 석유제품 물량은 모두 1억1182만배럴로,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금액도 유가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53억달러에서 90억달러로 69.6% 뛰었다.
업계에서는 업황 호조가 지속되면서 정유사들이 4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아시아 국가들의 백신 접종 확대로 산업 활동이 정상화되면 경유 수요는 추가 창출될 수 있고, 항공용 이동 역시 재개되면서 등유 수요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며 "4분기는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추가 개선으로 정유 부문 호실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합산 영업이익 7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4개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7조원을 넘어서면 이는 2017년 7조7226억원 이후 4년 만의 기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