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30년 동안 등이 가려워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밤잠을 설친 날도 많았고, 왜 가려운지도 모르는 게 가장 답답했다." 
최근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이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난치성가려움증센터'에서 만난 60대 여성 A씨의 토로는 만성 가려움증 환자들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A씨는 센터 개소와 함께 진행된 정밀 첩포검사(Patch test)를 통해서야 비로소 평생의 고통이었던 원인을 찾아냈다. 
원인은 의외로 일상적인 머리 염색약 성분인 PPD(파라페닐렌디아민)였다. 머리를 감는 과정에서 염색약 성분이 등 부위로 반복적으로 흘러내리며 만성 가려움증을 유발했던 것이다. 원인을 차단하고 맞춤형 치료를 시작하자 30년 넘게 그를 괴롭히던 증상은 거짓말처럼 호전되기 시작했다.
김혜원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장(피부과 교수)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만성 가려움증 환자 중에는 증상만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치료를 반복하며 수년에서 수십 년간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생활습관과 복용 약물, 전신 질환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정밀 진단이 치료의 진정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센터는 혈액검사와 피부조직검사는 물론, 혈액검사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염색약, 금속, 향료 등의 알레르기를 잡아내는 첩포검사를 전면에 내세워 오랜 기간 반복 치료에도 실패했던 난치성 환자들의 진단 단서를 추적하고 있다.
원인이 규명된 환자들에게는 기존의 획일적인 치료에서 벗어난 첨단 맞춤형 치료가 적용된다. 중증 아토피나 결절성양진, 노인성 환자들에게는 311~313nm 파장의 자외선을 조사해 면역세포 활성을 조절하는 협대역 자외선B(NB-UVB) 치료와 엑시머레이저, LED 치료가 시행된다. 
이는 소아나 임신부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검증된 방식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가려움 유발 신호를 원천 차단하는 JAK 억제제와 특정 면역 물질을 선택적으로 막는 생물학적 제제, 신경계의 과도한 가려움 신호를 완화하는 가바펜티노이드 계열 항소양제까지 동원된다. 
김 센터장은 "단순 진료를 넘어 환자 레지스트리 구축과 임상 연구를 연계해 국내 난치성 가려움증의 표준 진료 체계를 마련하고 정밀의학 기반 맞춤 치료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가려움증은 누구나 겪는 흔한 증상이지만 의학적으로 6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가려움증은 단순한 피부 건조나 불편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전신 질환의 경고등'이다. 
만성 가려움증은 아토피나 건선 같은 피부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간, 신장, 갑상선 질환은 물론 신경계 이상이나 혈액 종양 같은 심각한 전신 질환에 의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특히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급증하고 있는 노인성 가려움증의 경우, 단순한 피부 노화를 넘어 면역 노화와 만성 질환, 그리고 고혈압약이나 이뇨제 등 다약제 복용이 복합적으로 얽힌 복합 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센터 측의 설명이다.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게 되면 피부 장벽이 손상되면서 염증 반응이 다시 가려움을 증폭시키는 '가려움-긁기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를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결절성양진이나 만성태선 같은 중증 이차 피부 병변으로 이어져 환자의 삶의 질을 파멸적인 수준으로 떨어뜨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