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중간 가격대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문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중산층 가구가 서울의 중간 가격대 집을 사기 위해서는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6개월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를 앞지르면서 내 집 마련 부담이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2일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구가 서울 상위 40~60% 가격대 주택을 구입할 때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0.49배로 집계됐다. PIR은 주택 가격을 연간 가구소득으로 나눈 지표로 소득을 모두 저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서울 중산층 PIR은 지난해 7월 9.65배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3월 수치는 2023년 5월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같은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서울 집값 상승 흐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계층별 격차는 더욱 뚜렷했다. 올해 3월 기준 소득 상위 20% 가구의 PIR은 4.44배인 반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29.36배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같은 가격대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고소득층보다 약 6.6배 긴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최근 1년간 부담 증가 속도도 저소득층이 더 빨랐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PIR은 지난해 3월 4.27배에서 올해 3월 4.44배로 0.17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소득 하위 20% 가구는 같은 기간 27.35배에서 29.36배로 2.01 상승했다.
서울 집값 부담은 최근 수년간 빠르게 커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017년 3월 5억9916만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7월 10억2500만원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금리 인상기 조정을 거쳤지만 지난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고, 지난해 말에는 11억원선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이 6억원 안팎에서 11억원 수준으로 뛰는 동안 중산층 소득 증가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소득 증가 속도가 집값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내 집 마련 부담은 더 커진 셈이다. 실제 가구가 생활비와 세금, 대출이자 등을 부담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체감 부담은 PIR 수치보다 더 클 수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내 집 마련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5% 오르며 6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주 상승률 0.31%보다 오름폭은 줄었지만 강북구 0.42%, 중구 0.41%, 광진·성북구 0.37%, 도봉구 0.34% 등 비강남권과 외곽 지역에서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가격 부담이 서울 전역으로 번지면서 실수요자의 매입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