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숙 눈높이 예스클래스 선생님이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우리동네 선생님]은 조현우 기자가 직접 만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교실 안팎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공부를 가르치고, 성장을 함께하는 사람들. 학습지부터 공부방 선생님, 교육 전문가까지.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아이들과 함께 걷고 있는 선생님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포기하지 않으면 아이는 결국 변합니다."
지난 5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대교 노원 Hive에서 만난 이명숙 눈높이 예스클래스 교사는 오랜 교직 생활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기다림’을 꼽았다.
17년 9개월째 눈높이 교사로 활동 중인 그는 처음부터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교사가 선생님으로 온전히 성장하게 된 것은 한 아이와의 만남이 결정적이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으로 학교생활은 물론, 학습 자체에 어려움을 겪던 학생이었다.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 활동, 충동성을 보여 일반 초등학교가 아닌 대안학교에 다니던 아이었다.
이 교사는 “처음에는 교실에 들어오면서 앞구르기를 하거나 책상 밑으로 들어가는 등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면서 “국어 서술형 문제를 풀 때면 답안지 가득 욕설을 적어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예상 외로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국어와 수학만 담당했고 영어는 별도 학원을 다니던 학생이었는데, 영어학원에서 ‘이 아이를 가르치지 못하겠다’고 내보낸 것. 아이 엄마는 결국 이 교사에게 영어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교사는 “우선 국어 학습은 잠시 중단하고 상대적으로 흥미를 보이던 수학 중심으로 학습 방향을 조정했다”면서 “이후 학생의 상황에 맞춰 학습을 이어가며 꾸준히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 8년간 가르쳤던 아이가 마지막 수업에 전달한 편지ⓒ이명숙 선생님 제공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아이는 여전히 산만했고, 종이에는 욕설을 적었다. 이 교사는 인내하고, 기다렸다. 환경과 수업방식, 선생님, 친구들이 익숙해질때까지 아이를 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습에도 안정을 찾았고,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학습 경과도 향상됐다.
약 8년간 학습을 함께한 끝에 학생은 자신이 희망하던 특성화 분야 진학을 준비하게 됐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이사가 불가피했던 만큼, 아이도 이 교사와 이별을 준비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친 날, 학생은 직접 종이를 찢어 편지를 남겼다.
이 교사는 “표현을 잘 하지 않던 아이였는데 ‘8년 동안 가르쳐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을 적어 벽에 붙여놓고 갔다”며 “지금도 그 편지를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한 아이를 도맡은 경험도 있다. 국어 읽기에 어려움을 겪던 학생이었다. 학습 과정에서 난독 증상도 확인됐다. 하지만 이 교사는 학생의 가능성을 믿었다.
이 교사는 학생의 강점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난독으로 인해 영어와 수학은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아이는 오히려 ‘읽기’와 ‘쓰기’에서 매력을 느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웹소설 작가라는 꿈을 가지게 됐다.
이 교사는 “웹소설에 관심이 생기면서 아이가 논문을 찾아보고,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기도 했다”면서 “결국 수시를 통해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진로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컸다”고 덧붙였다.
▲ 이 교사는 17년간 눈높이에 근무하면서 변화를 직접 체험했다.ⓒ정상윤 기자
그는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교육의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결국 선생님도 함께 성장하게 된다”며 “회원 한 명 한 명의 변화가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17년 넘게 현장을 지키며 그는 눈높이의 변화도 함께했다. 이 교사가 처음 눈높이에 합류했을 때 학습지는 방문교육의 이미지가 강했다. 선생님이 회원의 집을 직접 찾아가 교재를 전달하고 학습 상황을 점검하는 방식이었다.
이 교사는 “방문교사를 할 때는 아이들 집에 가서 공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다”며 “학부모와 대화도 하고 아이 생활 전반을 함께 살펴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 환경이 변화하면서 학습지 시장도 달라졌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고 학생들의 학습 패턴도 다양해지면서 보다 체계적인 학습 공간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
이러한 변화에 맞춰 눈높이는 2001년 예스클래스를 론칭했다. 학생들이 학습 공간에 모여 공부하고, 교사는 회원별 수준에 맞춰 학습을 관리하는 형태다.
방문교사가 한 명의 학생을 깊이 있게 관리하는 방식이라면, 예스클래스는 여러 학생을 동시에 관리하면서도 개인별 맞춤 학습을 제공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교사는 “처음에는 방문교사 방식에 익숙해 걱정도 있었다”며 “하지만 예스클래스를 운영해보니 학생들이 또래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얻는 긍정적인 자극이 생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자 공부할 때보다 친구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부 습관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설명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정상윤 기자
학습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종이 교재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디지털 콘텐츠와 학습 데이터를 활용한 관리가 확대되고 있다. 다만 그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이해라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예전에는 결과를 보고 학생을 이해했다면 지금은 학습 과정 자체를 더 세밀하게 볼 수 있게 됐다”며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17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이 교사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공부’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눈높이의 강점 역시 여기에 있다. 눈높이는 학생 수준에 맞춘 맞춤 학습을 바탕으로 기초를 다지고 사고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생의 현재 학습 수준을 진단한 뒤 이에 맞는 교재를 제공하고 단계적으로 실력을 쌓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교사는 “문제를 맞혔느냐보다 어떤 과정을 거쳐 답을 찾았는지가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설명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성장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앞으로도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끝까지 함께하는 선생님으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