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일반·휴게 음식점 등에서 원산지를 표기하는 농축산물 품목에 우유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 국산 우유의 시장 확대를 위한 취지다. 다만 외식업계에는 새로운 원산지 표시 의무가 부과되는 일종의 규제인만큼 원산지 표시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현행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원산지표시법)'에 따르면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 농축산물은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오리고기·양고기·염소고기(유산양 포함) 등 축산물 6종과 배추김치·쌀·콩 등 농산물 3종이다. 우유는 아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낙농업계에서는 음식점 우유 원산지 표시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외국산 멸균유의 외식 시장 유입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작 소비자는 해당 제품의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는 현실은 제도적 사각지대로 지적됐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우유 수입량은 2017년 3400톤(t)이었으나 2025년 5만740t으로 증가했다. 수입액은 같은 기간 254만 달러에서 4109만3000 달러로 집계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월부터 미국산 우유가 무관세로 국내에 유입되기 시작한 데 이어 내달 유럽연합(EU)산 우유 관세도 완전히 사라지면서 멸균우유 수입량은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멸균우유 수입량은 전체 국내 우유 생산량과 비교하면 아직 3% 내외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수입산 멸균우유 수입·유통업체들이 카페와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고, 우유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 메뉴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우유의 원산지를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원산지 표시 필요성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같은 '우유'라 하더라도 국산 신선우유와 수입산 멸균우유는 생산·유통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산 신선우유는 착유 후 3일 이내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식품인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장거리 해상 운송과 장기 보관 과정을 거쳐 유통되는 제품이다.
이처럼 생산과 유통 방식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도 현재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우유는 원산지 표시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소비자들은 어떤 우유가 사용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우유가 주원료로 사용되는 커피전문점의 카페라테나 밀크티 등의 메뉴 역시 외국산 우유를 사용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돕기 위해서는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우유 역시 원산지 표시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산지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소비자는 가격뿐 아니라 신선도와 품질, 생산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할 수 있으며, 제품군이 가진 차별화된 가치 역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은 소비자들의 원산지 관심도와 실제 구매 행태와도 맞닿아 있다.
낙농정책연구소의 '2025 우유·유제품 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3%가 국산 우유 원료가 수입산 우유 원료보다 우수하다고 인식했으며, 유제품 구매 시 생산국가를 확인한다는 응답도 59.0%에 달했다. 소비자 상당수가 유제품을 선택할 때 원산지를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5 식품소비행태조사 통계보고서'에서는 소비자들이 우유를 구매할 때 가격보다 신선도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 구입 시 가장 먼저 확인하는 정보로 신선도를 꼽은 비율은 29.9%로 가격(17.9%)보다 높았으며, 1·2순위 응답을 합산한 결과에서도 신선도는 30.7%로 가격(15.9%)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우유를 선택할 때 단순히 가격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원산지와 신선도, 품질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음식점 등에서 사용되는 우유 역시 원산지를 명확히 표시해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국산 냉장우유와 수입 멸균우유는 생산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농림축산식품부 의뢰로 수행한 '농식품 원산지표시 제도 발전 방향' 보고서에서도 우유를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에 포함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 품목에 우유를 추가하면 외식업계의 규제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봤지만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이라는 편익은 화폐가치로 계산이 불가능한 항목"이라고 평가했다. 
또 "2024년 기준 전체 원유 생산량에서 외국산 멸균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7%"라면서도 "외국산 멸균 우유 수입량이 최근 증가하고 있고 향후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현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우유와 가공품 등 원산지 표시 품목의 범위를 정해 적용하는 방안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위탁급식업 중 휴게음식점 등 우유 사용량이 많은 영업장만 적용하는 방안 ▲커피·밀크티 등 음류에 신선우유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적용하는 방안 등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도 우유의 원산지 표시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관계기관·협회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 중으로 단계적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모든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우유 및 가공품에 대한 원산지 표시를 추가하면 외식업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적용 범위와 음식점 유형 등을 놓고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는 소비자 편익과 업계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내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미국산에 이어 유럽산 우유가 무관세로 국내에 유입되는 데 따른 대비 차원에서도 도입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국내 낙농 산업 보호를 해나가되 외식업에 지나친 규제가 되지 않도록 규제비용과 사회적 편익을 고려해 구체적인 기준을 연내 정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우유 원산지 표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수입산 우유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파고들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관련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거와 달리 수입산 우유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도 관리 체계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