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제약.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경남제약이 1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최근 콘텐츠 기업 아센디오를 연결 종속기업으로 편입하고, 반려동물·주류사업까지 사업목적에 추가하면서 시장에서는 신사업 투자 확대를 예상했다.
하지만 자금 사용처는 예상과 달랐다. 조달자금 대부분은 신사업보다는 기존 사업 운영에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은 늘어나는 반면 돈은 본업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모습이 현재 경남제약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사업다각화는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회사를 설명할 새로운 성장축은 보이지 않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경남제약은 최근 수년간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22년 경남제약스퀘어 설립 이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했고, 올해는 아센디오를 편입했다. 최근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반려동물과 주류 관련 사업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표면적으로는 사업다각화다. 업계에서도 이를 단순한 외형 확장보다 기존 성장공식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경남제약은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독특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대부분 제약사가 전문의약품(ETC)과 개량신약, 신약 개발을 통해 성장해 왔지만, 경남제약은 일반의약품(OTC)과 건강기능식품 중심으로 외형을 키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레모나'가 있다.
레모나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경남제약의 브랜드이고 성장동력이다. 약국과 편의점, 대형할인점을 아우르는 유통망 역시 레모나를 중심으로 구축됐다. 경남제약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단어도 레모나다.
문제는 레모나 이후다.
1분기 기준 레모나 매출은 4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8.1%를 차지했다. 여전히 회사를 대표하는 브랜드지만, 성장축으로서의 존재감은 예전 같지 않다. 후속 브랜드로 육성했던 '결콜라겐'은 최근 3년 연속 매출이 감소했고, '자하생력' 역시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레모나를 대체할 만한 신규 성장축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회사가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고민은 드러난다. 회사는 OTC 시장구조 변화와 레모나 편중구조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신규 성장동력 확보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미래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사업구조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증권신고서를 보면 경남제약 매출 대부분은 OTC와 건기식, 일반식품 등 비처방 제품군에서 발생한다. ETC 비중은 1.66%에 불과하다. 회사 역시 OTC 경쟁 심화와 건기식 시장 정체를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신규 성장동력 확보 필요성과 기존 사업 의존도가 동시에 나타나는 배경으로 꼽힌다.
유증 자금 사용처가 이를 보여준다. 통상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이라면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 인수합병 등에 자금을 투입한다. 그러나 경남제약은 조달자금 대부분을 마케팅(120억원)과 원부자재 확보·외주비(70억원)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사업은 넓어지고 있지만, 조달자금은 여전히 본업 유지에 투입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아직 어느 것도 기존 사업을 대체할 성장축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재무 상황도 외형 성장과 현금창출력 사이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1분기 매출은 161억원으로 전년동기 130억원에 비해 23.1% 늘어났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25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2.33%)은 1분기 기준 최근 5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444억원에서 219억원으로 반토막나면서 최근 5년 최저치로 떨어졌다. 매출채권(172억원)은 전년대비 26.7% 증가해 3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매출채권 비중(107%)도 확대됐다. 재고자산(144억원)은 3년 최고 수준까지 증가했고 영업활동현금흐름(-28억원)은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은 개선됐으나, 현금창출력은 아직 회복되지 못한 모습이다. 신규 성장축은 필요하지만, 기존 사업도 놓을 수 없는 경남제약의 현실이 재무제표에서도 확인됐다. 결국 유증과 사업목적 확대 역시 이 같은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경남제약에서 나타나는 사업다각화와 유증은 각각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현재 경남제약은 사업 영역은 넓어지고 있지만, 시장이 납득할 만한 차기 성장동력은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목적 확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사업을 대체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존재하느냐는 점"이라며 "현재 시장은 펫 사업이나 주류사업보다 경남제약이 차기 성장축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