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숫자이지만 경제의 체온을 보여주는 가장 민감한 신호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60원을 넘어섰고, 시장은 이미 1600원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번 고환율이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도체 호황과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는 힘을 잃고, 외국인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다. 원화를 떠받치던 기존 공식이 흔들리면서 환율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본지는 '환율 1600원의 그림자' 3부작을 통해 원화 약세의 구조적 원인과 시장의 변화, 그리고 고환율이 한국 경제에 남길 파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120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환율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1530원대로 내려왔지만, 시장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원화 약세를 이끄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120조원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120조원 안팎에 달한다. 5월에만 44조원 이상을 순매도했고 6월 들어서도 20거래일 넘게 매도 우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을 설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외국인 수급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감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급등하자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섰다. 국내 주식을 매도한 뒤 달러로 환전해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의 달러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중순 종가 기준 1500원을 넘어선 뒤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야간거래에서는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외환당국 경고와 국민연금 환헤지 재개 등의 영향으로 9일 1529.4원에 출발했지만 외국인 순매도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 급등 역시 역설적으로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가 9000선에 근접하면서 글로벌 펀드 내 한국 비중이 확대됐고 이에 따른 리밸런싱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유지하면서도 비중 조정을 위해 주식을 매도하고 달러를 확보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최근 외국인 매도 자금 상당 부분이 달러 수요로 연결되면서 외환시장에 수급 쏠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120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환율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1530원대로 내려왔지만, 시장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원화 약세를 이끄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120조원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120조원 안팎에 달한다. 5월에만 44조원 이상을 순매도했고 6월 들어서도 20거래일 넘게 매도 우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을 설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외국인 수급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감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급등하자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섰다. 국내 주식을 매도한 뒤 달러로 환전해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의 달러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중순 종가 기준 1500원을 넘어선 뒤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야간거래에서는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외환당국 경고와 국민연금 환헤지 재개 등의 영향으로 9일 1529.4원에 출발했지만 외국인 순매도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 급등 역시 역설적으로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가 9000선에 근접하면서 글로벌 펀드 내 한국 비중이 확대됐고 이에 따른 리밸런싱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유지하면서도 비중 조정을 위해 주식을 매도하고 달러를 확보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최근 외국인 매도 자금 상당 부분이 달러 수요로 연결되면서 외환시장에 수급 쏠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역외 NDF가 만든 환율 파도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서울보다 뉴욕과 싱가포르 등 역외시장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무대가 역외 NDF 시장이다. NDF는 실제 달러를 주고받지 않고 만기 시 환율 차이만 정산하는 선물환 거래다. 국내 시장이 문을 닫은 뒤에도 거래가 가능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가장 먼저 반영되는 시장으로 꼽힌다.
실제 국내 외환시장이 휴장했던 지난 3일 뉴욕 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 환율은 1530원대로 급등했다. 다음 날 서울 외환시장 역시 1530원대에서 출발하며 역외 시장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다. 최근 환율이 1540원과 1560원을 차례로 돌파한 것도 모두 야간거래에서 먼저 나타났다.
NDF 시장의 존재감이 커진 배경에는 외환시장의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의 일평균 현물환 거래 규모는 2020년 235억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350억달러 안팎까지 늘었지만 글로벌 달러 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제한적이다. 반면 글로벌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역외 시장을 통해 원화 포지션을 조정하고 있다.
외국인 주식 매도와 환헤지 수요까지 겹치면서 역외 시장이 현물환 시장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 자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환율 상승에 대비한 헤지 거래를 늘리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F4(재정경제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긴급회의에서는 역외 NDF 거래를 통한 쏠림 현상이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당국은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역외 거래를 국내 시장으로 유도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최근에는 서울 현물환 시장보다 역외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다음 날 환율 방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환율 상승 기대가 강해질수록 NDF 시장의 영향력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구두개입보다 강한 수급의 힘
외환당국은 최근 환율 급등에 대응해 시장 안정화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8일 공동 명의로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앞서 F4(재정경제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긴급회의에서는 역외 NDF 거래와 투기성 거래에 대한 점검 강화 방안도 논의됐다.
당국 경고 이후 환율은 1530원대로 내려오며 단기 진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추세 반전보다 변동성 완화 효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글로벌 달러 강세,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월 경상수지는 282억 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를 나타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여전히 달러 부족 현상이 거론된다. 수출기업들이 환율 상승을 기대하며 환전을 늦추고 달러를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달러 물량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의 견조한 고용지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0선 안팎에서 움직이며 달러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중동 사태와 외국인 주식 매도에 따른 수급 우려가 최근 환율 변동을 주도하고 있다"며 "구두개입만으로 흐름을 되돌리기보다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이제 환율을 움직이는 핵심 축이 무역수지에서 글로벌 자금 이동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보다 외국인 수급이, 국내 현물환 시장보다 역외 시장의 움직임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외환시장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서울보다 뉴욕과 싱가포르 등 역외시장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무대가 역외 NDF 시장이다. NDF는 실제 달러를 주고받지 않고 만기 시 환율 차이만 정산하는 선물환 거래다. 국내 시장이 문을 닫은 뒤에도 거래가 가능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가장 먼저 반영되는 시장으로 꼽힌다.
실제 국내 외환시장이 휴장했던 지난 3일 뉴욕 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 환율은 1530원대로 급등했다. 다음 날 서울 외환시장 역시 1530원대에서 출발하며 역외 시장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다. 최근 환율이 1540원과 1560원을 차례로 돌파한 것도 모두 야간거래에서 먼저 나타났다.
NDF 시장의 존재감이 커진 배경에는 외환시장의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의 일평균 현물환 거래 규모는 2020년 235억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350억달러 안팎까지 늘었지만 글로벌 달러 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제한적이다. 반면 글로벌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역외 시장을 통해 원화 포지션을 조정하고 있다.
외국인 주식 매도와 환헤지 수요까지 겹치면서 역외 시장이 현물환 시장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 자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환율 상승에 대비한 헤지 거래를 늘리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F4(재정경제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긴급회의에서는 역외 NDF 거래를 통한 쏠림 현상이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당국은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역외 거래를 국내 시장으로 유도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최근에는 서울 현물환 시장보다 역외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다음 날 환율 방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환율 상승 기대가 강해질수록 NDF 시장의 영향력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구두개입보다 강한 수급의 힘
외환당국은 최근 환율 급등에 대응해 시장 안정화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8일 공동 명의로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앞서 F4(재정경제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긴급회의에서는 역외 NDF 거래와 투기성 거래에 대한 점검 강화 방안도 논의됐다.
당국 경고 이후 환율은 1530원대로 내려오며 단기 진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추세 반전보다 변동성 완화 효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글로벌 달러 강세,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월 경상수지는 282억 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를 나타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여전히 달러 부족 현상이 거론된다. 수출기업들이 환율 상승을 기대하며 환전을 늦추고 달러를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달러 물량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의 견조한 고용지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0선 안팎에서 움직이며 달러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중동 사태와 외국인 주식 매도에 따른 수급 우려가 최근 환율 변동을 주도하고 있다"며 "구두개입만으로 흐름을 되돌리기보다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이제 환율을 움직이는 핵심 축이 무역수지에서 글로벌 자금 이동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보다 외국인 수급이, 국내 현물환 시장보다 역외 시장의 움직임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외환시장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