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을 막겠다며 추진 중인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 시범사업'이 호남권을 거쳐 전국 확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구급대와 광역상황실이 환자의 상태(중증도)를 분류한 뒤 적정 병원을 매칭해 이송 시간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보건복지부는 조만간 시범사업 사례 및 성과를 발표하고 하반기 전국 확대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속도전 앞에 응급실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시범사업의 실태 평가와 뺑뺑이 사태의 근본 원인을 두고 현장 의사들과 학회 지도부, 전문가, 공무원 사이 시각차가 복잡한 뇌관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논란을 촉발한 도화선은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이 폭로한 '광주 80대 심정지 환자 사망 사건'이다.
정책연구원 자료와 현장 증언 등을 종합하면 지난달 119구급대원은 고령에 인공심박동기를 삽입한 최중증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하며 소방본부 구급지도의사에게 직접의료지도를 요청했다. 지도의사는 "소생 가망이 없다"고 판단해 현장 CPR을 중단하고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이송하도록 지도했다.
인근 A병원이 병상 포화 상태이자 구급대는 중환자실(ICU)이 없는 B병원에 문의했고 병원 측은 입원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응급실 처치 중 환자가 살아나면 배후 진료가 안 되니 곧바로 타 병원으로 재이송한다"는 이른바 '조건부 수용'을 전제로 환자를 받았다. 구급대원은 환자 인계 후 20분간 대기하다 최종 사망이 확실시된 후 귀소했다.
이 사례가 '강제 배정'으로 보도되자 대한응급의학회 측은 반박에 나섰다. 모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주장에 반박하고 싶지 않았으나 제시된 사례는 현장 중증도 분류가 적절했고 강제 배정이나 강제 수용 건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사실과 거리가 먼 일방적 주장"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아무 문제 없이 잘 이송되고 분류된 케이스"라며 "그냥 환자 받기 싫은 기관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CPR도 수용 못하는 병원은 조사해서 기관을 박탈시켜야 할 지경"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응급실 전공의들과 현장 응급실 현장의 시각은 차이가 있다. '살아나면 병실이 없으니 다시 나가라'는 식의 조건부 계약을 맺어야만 심정지 환자 한 명을 임시로 받아줄 수 있는 기형적인 현실 자체가 이미 이송 시스템의 붕괴를 뜻한다는 지적이다.
사법리스크 면책권이 없어 가망 없는 환자조차 응급실 병상과 구급대 인력을 묶어두며 끝까지 이송해야만 하는 모순이 현장 의사들의 분노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 "진짜 주범은 1339 없앤 소방 … 노하우 없는 광상실 글쎄"
이러한 내부 갈등의 깊은 이면에는 과거 1339(응급의료정보센터) 폐지와 소방 조직의 이기주의가 얽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 무너진 응급체계 원인 중 하나를 꼽자면 조직 확대 본능으로 1339를 강제 흡수해 없애버린 소방"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과거 1339는 새벽 2시라도 수술을 집도할 대학병원 교수나 2차 병원 전문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조율할 수 있는 정교한 인맥과 노하우가 있었다"며 "지금은 이러한 노하우가 전멸했고 광역응급상황실은 과거 1339에 비해 퇴화된 형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송 시스템이 만족시켜야 할 진짜 대상은 정부 윗선이 아니라 현장의 응급 진료 의사들"이라며 "현장 의사들이 만족을 못 하니 전공의들의 분노 섞인 폭로가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응급실에 밀어 넣으면 무조건 받게 만드는 법'을 추진하자 복지부가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준비도 안 된 '광역상황실 전국 확대'라는 무리한 카드를 던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 K-EMTALA(엠탈라) 도입 … "의사 옥죄는 규제부터 혁파해야"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임시방편 위주의 이송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법적 안전망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단순히 환자를 어느 병원에 밀어 넣을지 조율하는 이송체계 유희로는 응급의료를 살릴 수 없다"며 "지금 현장에 시급한 것은 수용 의무에 상응하는 '선의의 의료행위 형사 면책'과 명확한 수용·우회 기준을 법제화하는 미국식 'EMTALA(엠탈라)' 모델의 도입"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회가 제시하는 이 시스템은 환자에게 제공해야 할 의학적 치료의 범위를 사례별로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의료진이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적절한 응급 선별검사(MSE)와 안정화 조치를 이행했다면 설령 환자가 사후에 사망하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의사 개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고 완전한 면책을 보장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가슴 통증 환자에게 기준에 맞춰 즉시 응급 선별검사를 수행한 뒤 귀가시켰으나 환자가 몇 시간 후 사망한 사건, 그리고 중상환자를 적절히 처치 후 타 병원으로 안전하게 전원했으나 이송 중 사망한 사건 등에서 법원이 의사와 병원에 해당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면책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회장은 "의료진이 기준에 따라 최선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면피용이 아니라 기준에 부합하는 행위를 했을 때 명확히 법적 안전망이 구축돼야 의사들이 방어 진료를 멈추고 환자 생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응급이송 개편 전국 확대는 '응급실 뺑뺑이 해소'라는 명분과 함께 부작용 사례와 내부 갈등이 맞물려 복잡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범사업 성과 발표를 앞둔 정부가 통계 치장용 탁상행정을 고수할지, 현장의 붕괴 경고를 받아들여 제도 전면 재설계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정부의 속도전 앞에 응급실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시범사업의 실태 평가와 뺑뺑이 사태의 근본 원인을 두고 현장 의사들과 학회 지도부, 전문가, 공무원 사이 시각차가 복잡한 뇌관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논란을 촉발한 도화선은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이 폭로한 '광주 80대 심정지 환자 사망 사건'이다.
정책연구원 자료와 현장 증언 등을 종합하면 지난달 119구급대원은 고령에 인공심박동기를 삽입한 최중증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하며 소방본부 구급지도의사에게 직접의료지도를 요청했다. 지도의사는 "소생 가망이 없다"고 판단해 현장 CPR을 중단하고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이송하도록 지도했다.
인근 A병원이 병상 포화 상태이자 구급대는 중환자실(ICU)이 없는 B병원에 문의했고 병원 측은 입원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응급실 처치 중 환자가 살아나면 배후 진료가 안 되니 곧바로 타 병원으로 재이송한다"는 이른바 '조건부 수용'을 전제로 환자를 받았다. 구급대원은 환자 인계 후 20분간 대기하다 최종 사망이 확실시된 후 귀소했다.
이 사례가 '강제 배정'으로 보도되자 대한응급의학회 측은 반박에 나섰다. 모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주장에 반박하고 싶지 않았으나 제시된 사례는 현장 중증도 분류가 적절했고 강제 배정이나 강제 수용 건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사실과 거리가 먼 일방적 주장"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아무 문제 없이 잘 이송되고 분류된 케이스"라며 "그냥 환자 받기 싫은 기관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CPR도 수용 못하는 병원은 조사해서 기관을 박탈시켜야 할 지경"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응급실 전공의들과 현장 응급실 현장의 시각은 차이가 있다. '살아나면 병실이 없으니 다시 나가라'는 식의 조건부 계약을 맺어야만 심정지 환자 한 명을 임시로 받아줄 수 있는 기형적인 현실 자체가 이미 이송 시스템의 붕괴를 뜻한다는 지적이다.
사법리스크 면책권이 없어 가망 없는 환자조차 응급실 병상과 구급대 인력을 묶어두며 끝까지 이송해야만 하는 모순이 현장 의사들의 분노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 "진짜 주범은 1339 없앤 소방 … 노하우 없는 광상실 글쎄"
이러한 내부 갈등의 깊은 이면에는 과거 1339(응급의료정보센터) 폐지와 소방 조직의 이기주의가 얽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 무너진 응급체계 원인 중 하나를 꼽자면 조직 확대 본능으로 1339를 강제 흡수해 없애버린 소방"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과거 1339는 새벽 2시라도 수술을 집도할 대학병원 교수나 2차 병원 전문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조율할 수 있는 정교한 인맥과 노하우가 있었다"며 "지금은 이러한 노하우가 전멸했고 광역응급상황실은 과거 1339에 비해 퇴화된 형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송 시스템이 만족시켜야 할 진짜 대상은 정부 윗선이 아니라 현장의 응급 진료 의사들"이라며 "현장 의사들이 만족을 못 하니 전공의들의 분노 섞인 폭로가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응급실에 밀어 넣으면 무조건 받게 만드는 법'을 추진하자 복지부가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준비도 안 된 '광역상황실 전국 확대'라는 무리한 카드를 던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 K-EMTALA(엠탈라) 도입 … "의사 옥죄는 규제부터 혁파해야"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임시방편 위주의 이송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법적 안전망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단순히 환자를 어느 병원에 밀어 넣을지 조율하는 이송체계 유희로는 응급의료를 살릴 수 없다"며 "지금 현장에 시급한 것은 수용 의무에 상응하는 '선의의 의료행위 형사 면책'과 명확한 수용·우회 기준을 법제화하는 미국식 'EMTALA(엠탈라)' 모델의 도입"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회가 제시하는 이 시스템은 환자에게 제공해야 할 의학적 치료의 범위를 사례별로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의료진이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적절한 응급 선별검사(MSE)와 안정화 조치를 이행했다면 설령 환자가 사후에 사망하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의사 개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고 완전한 면책을 보장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가슴 통증 환자에게 기준에 맞춰 즉시 응급 선별검사를 수행한 뒤 귀가시켰으나 환자가 몇 시간 후 사망한 사건, 그리고 중상환자를 적절히 처치 후 타 병원으로 안전하게 전원했으나 이송 중 사망한 사건 등에서 법원이 의사와 병원에 해당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면책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회장은 "의료진이 기준에 따라 최선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면피용이 아니라 기준에 부합하는 행위를 했을 때 명확히 법적 안전망이 구축돼야 의사들이 방어 진료를 멈추고 환자 생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응급이송 개편 전국 확대는 '응급실 뺑뺑이 해소'라는 명분과 함께 부작용 사례와 내부 갈등이 맞물려 복잡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범사업 성과 발표를 앞둔 정부가 통계 치장용 탁상행정을 고수할지, 현장의 붕괴 경고를 받아들여 제도 전면 재설계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